KBS가 17일 단행한 인사에 대해 KBS 중견 PD 52명이 인사철회를 요구하며 ‘공영방송 사수 투쟁’ 전면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지난 1990년 4월 ‘낙하산 사장’으로 불린 서기원 사장 반대투쟁에 나서며 KBS사태를 경험한 이들 중견 PD 52명은 18일 연서명을 통해 “공영방송 사수와 사내 민주주의를 위해 강력하게 싸워나갈 것임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권의 낙하산을 타고 온 관제사장은 부사장 인사에서부터 직원발령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편가르기 코드 인사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인사권의 남용이며, 상식에 대한 배반”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인사에 대해 이들은 ‘판갈이’, ‘논공행상’, ‘끈’ 등으로 이뤄진 것은 평가하며 “팀장 인사에서 제작능력, 리더십, 선후배간의 신망 등은 별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군사정부 시절에도 이런 인사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KBS 역사상 최악의 인사라는 말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며 “특히 사원 인사에서는 마치 가위와 핀셋으로 환부를 도려내듯 해당자를 찍어내는 그 정확성에는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지적했다.
| ▲ KBS 사원들의 자발적인 모임체인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이 지난달 11일 KBS 본관 앞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PD저널 | ||
“사장의 출근거부 투쟁에 앞장섰던 사람들, 불법적인 이사회 논의를 저지하기 위해 사복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던 직원들, 코비스(사내게시판)를 통해 회사를 걱정하는 글을 올렸던 사람들, 사원행동의 대의에 공감하고 참여했던 사람들이 이번 보복인사의 희생자들이다. 말로는 화합과 동참을 말하면서 등 뒤에서 비수를 꽂는 이번 인사는 저열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이들은 사측과 노조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날렸다. PD들은 “KBS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시기에 여느 때보다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자들이 조직의 핵심을 장악했다”며 “설상가상으로 강력한 견제세력으로 존재해야 할 노동조합마저 개인의 영달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한줌도 안 되는 저들의 손에 의해 조직의 미래가 흔들리고 있는 형국”이라면서도 “이러한 상황에서 얼마 전 후배 기자와 PD들이 용감하게 나서서 의로운 목소리를 내 주었다. 선배로서 정말 눈물이 나도록 고맙고 부끄럽다”고 밝혔다.
이들은 “다시 입사 시절을 생각해 본다”며 “20여 년 전 비록 땡전뉴스, 편파방송으로 각인된 이름이었지만 우리는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으로 KBS를 선택했다. 한국사회가 민주화되면서 KBS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90년 4월 투쟁을 거치면서 우리의 선택이 옳았음을 확신하기도 했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많은 선배들이 흘린 피와 땀의 희생으로 이제는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상식으로 굳어졌다고 믿었던 공영방송의 가치와 제도가 또 다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오늘, 우리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공영방송 사수의 깃발을 높이 세우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옳은 것을 옳다고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 방송인으로서의 정체성이요, 자존심일 것”이라며 “내 일터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의에 맞서 당당히 싸우지 못하고 냉소와 무기력에만 숨어 있다면, 그것은 자신에 대한 부정이자 배반”이라며 구성원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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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성윤 기자
socool@pdjournal.com'미디어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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