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17 17:44

“단박을 통해 제 인생의 한 단락을 채웠습니다”

[인터뷰] KBS ‘단박인터뷰’ 김영선 PD

KBS 1TV 〈단박인터뷰〉(아하 단박)가 207회로 막을 내렸다. 즉시, 직접적으로, 솔직하게, 현장에서, 지체 없다는 뜻을 갖고 있는 ‘단박’은 순한글로 돼 있어 사람들의 뇌리 속에 깊이 각인됐다. 〈단박〉은 그 이름처럼 이슈가 있는 곳에는 길에서건 공항에서건 봉고차 안에서건 현장을 가리지 않고 달려가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댔다.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1년 반 동안의 시간을 MC 김영선 PD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처음 선배 PD에게 MC제의를 받고 3주를 못한다고 도망 다녔어요. 도박이었거든요. 저 같은 중고신인을 쓴 다는 건, 성공하면 ‘대박’ 실패하면 ‘쪽박’이었죠. 한 마디로 ‘올인’이었어요. 첫 방송까지 공포와 불안에 떨었던 기억이 나요.(웃음)”

방금 마지막 테이프를 넘기고 왔다는 김 PD는 “다음 주 섭외에 벌써 들어가야 될 것만 같다”고 아직 얼얼한 심정을 전했다. 그에게 〈단박〉은 준비하는 과정에서 인터뷰 후에 남는 감상까지 “인생의 한 단락을 배우는 느낌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내로라하는 연사나 정치인들보다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을 보며 주옥같은 얘기를 200여명에게 들은 것은 행운”이라고 말했다.

 
 
▲ 김연아 선수를 인터뷰하는 김영선 PD. 그는 김연아 선수에게 좋아하는 노래를 부탁하자 "왜요? 시키시게요?"라며 새침한 여고생의 김연아 선수에게 "나이 많은 언니가 어찌해야 되는지 쩔쩔맸다"고 기억을 회상하기도 했다. ⓒKBS
이승엽, 김연아, 박태환 같은 스포츠 스타에서 김훈, 고은, 황석영 같은 문학인, 지휘자 정명훈, 배우 장미희, 이중구 동대문 경찰서장,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등 인터뷰 대상에서는 연령과 직업에 제한이 없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김영선 PD의 기억에 남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는 주저 없이 가수 김민기를 꼽았다. “보통 방송 전에 사전인터뷰를 15분 정도 하는데, 김민기씨가 카메라도 정치도 가수도 노래도, 싫어한다는 게 100가지도 넘는 것 같더라고요. 교감이 안 이뤄져서 ‘아! 오늘 이거 안 되겠구나.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죠.”

방송은 어떻게 됐을까. 김 PD는 “걱정 속에 인터뷰를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을 지나가면서 통한다는 느낌이 ‘딱’하고 오더라”며 “인터뷰어로서 마음을 얻어냈다고 느꼈던 인터뷰라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단박〉 마지막 방송에서 그가 “힘들 때 들으면 좋은 노래”라며 김민기의 ‘봉우리’를 부른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김 PD가 〈단박〉 MC를 하게 된 건 〈시사투나잇〉의 영향력이 컸다. 그는 〈시투〉에서 국회를 담당하는 PD로 8개월간 일했다. 그는 “국회 출입 기자처럼 하루 종일 국회에 있으면서 마이크를 들고 양당을 오가면서 의원들에게 깐죽대면서 들이댔는데, ‘돌발영상’ ‘팝콘영상’ 등에 소개되면서 제 이미지를 만들어 낸 것 같다”고 말했다.

 
 
▲ 김영선 PD는 21일부터 1TV <추적 60분>의 진행자로 나선다. ⓒKBS
시사 인터뷰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던 〈단박〉은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유독 정치인들을 많이 만났다. 그래서인지 사내에서 “정치에 욕심 있는 거 아니냐”는 시선을 많이 받기도 했다. 김 PD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굉장히 게으르고, 짧은 욕심은 많지만 큰 포부는 없는 고등학교 모범생 스타일”이라고 자신을 평가했다. 한 마리로 “관심없다”는 얘기였다.

“〈단박〉을 하면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어쩜 저렇게 열심히 살까. 저 에너지는 어디서 올까. 나는 절대 저렇게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요즘 미안한 게 어린 여대생에게 제가 그들의 아이콘이 되고 있더라고요. 학교 특강을 가면 굉장히 멋있는 여성인 것처럼 얘기를 하는데, 저는 원래 큰 야망 같은 게 없거든요. 그냥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이에요.(웃음)”

하지만 그는 좀 더 날렵하게 화면에 비치기 위해 매일 헬스를 하며 체중을 감량하기도 했다. 〈시사투나잇〉을 하며 야행성이던 생활을 아침형으로 돌려놨고, 방송을 위해서 매주 월~목요일의 점심, 저녁약속을 잡지 않고, 하루 3~4시간씩 인터뷰 준비에 골몰하며 부단하게 노력했다.

“저는 살아있는 뭔가를 쫓아다니고, 추적하고 밝혀내고 궁금증 풀어내는 것이 좋아요. CSI처럼 말예요. 이렇게 취재하는 게 재밌어요.” 〈추적 60분〉 MC이자 PD로서 다시 한 번 시청자 앞에 나서게 될 김영선 PD는 다시 한 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원성윤 기자  socool@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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