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23 22:40

중앙, 이건희 찬양가 부르나

[미디어클리핑] MBC ‘시즌드라마 ’ 위기

“오늘부터 물러나기로 했습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퇴진한다. 22일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퇴진을 골자로 한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경영쇄신안에는 △이건희 회장 경영 퇴진 △홍라희 씨 리움관장 사임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최고고객책임자(CCO) 사임 △그룹 전략기획실 해체 △이학수 부회장․김인주 사장 퇴진 △은행업 진출 포기 등이 포함됐다.

이로써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대표이사 회장과 등기이사, 문화재단 이사장 등 삼성과 관련한 일체의 직에서 사임하게 된다. 또 삼성 경영체제의 핵심이었던 전략기획실의 해체에 따라 삼성은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23일 아침 신문들은 모두 1면에 이건희 회장 퇴진 소식을 전했다.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은 삼성의 경영쇄신안에 대해 예상을 뛰어넘는 조치라고 평가했지만, <한겨레>, <경향신문> 등은 삼성 문제의 근본 해결책이라고 보기에 미흡하다는 의견도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 <한겨레> 1면 ⓒ<한겨레>

한겨레, 삼성경영쇄신안 미흡

<한겨레>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최고고객책임자(CCO) 자리에서 물러나 열악한 국외사업장 개척 등을 맡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회장에서 이 전무로 이어지는 경영권 상속·승계 구도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또 “이번 조처를 그룹 해체로 단정하거나 소유-경영 분리로 단정짓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고 전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이 회장이 완전히 물러난 것인지, 과거 다른 그룹처럼 일시적 퇴진에 불과한지 분명하지 않고, 승계구도는 실제 아무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여론이 잠잠해진 뒤 이 회장의 복귀와 구조본의 부활을 점치는 이들도 있다”며 “이 회장의 나이로 볼 때 과도기를 거친 뒤 재용씨로의 경영권 승계가 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어 “헐값 매입이 드러난 에버랜드 등의 주식 처분과 무노조 경영의 개선이 빠진 것도 거론된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삼성 쇄신, 완성이 아니라 시작이다’는 제목의 사설에서도 “이 회장의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는 일반인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삼성의 쇄신안을 긍정적으로만 보기에는 미흡한 점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제기된 비리 혐의의 실체나 진실을 인정하는 내용이 없고, 문제의 근원인 황제경영체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과거의 범죄적 행위에 대해서는 핵심 당사자들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허물을 덮고, 미래의 경영시스템에 대해서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이재용 체제로의 계승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중앙, 이건희 찬양가 부르나

삼성 경영쇄신안이 발표되자 <중앙>은 ‘이건희 회장의 21년 그룹 시가총액 1조 → 140조 글로벌 기업 일궈’, ‘예상 뛰어넘는 쇄신안은 이 회장의 결단’ 등의 기사를 통해 이건희 회장 찬양가 부르기에 바빴다.

   
▲ <중앙일보> 5면 ⓒ<중앙일보>

<중앙>은 이 회장이 삼성을 이끈 21년에 대해 “삼성이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한 시기”라며 “삼성의 성공에는 이 회장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작용했다는 데 큰 이견이 없다”고 평가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 등 경영의 고비 때마다 이런 화두를 던지며 삼성의 글로벌화에 매진한 덕분이다. ‘앞으로 20년이 더 걱정이다’ ‘정신 차려야 한다. 5년, 10년 뒤에는 혼란이 올 수 있다’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다’ 같은 위기 경고와 샌드위치론으로 변화와 혁신을 강조해 우리 사회 전반에 경각심을 불어넣기도 했다.”

물론 이 회장의 경영에 대해 평가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찬양’ 일색의 기사는 낯뜨겁다. 특히 이 회장이 특검 수사로 악화된 여론 등에 대해 “법적,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밝힌 마당에 이러한 찬양 일색 기사가 적절한지 의문이다.

<중앙>의 기사는 똑같이 이 회장의 21년 경영을 돌아본 <한겨레> 기사와도 비교된다. <한겨레>는 ‘거침없는 성장 황제경영 20년 종언’이란 기사에서 이 회장의 경영에 대해 평가하면서도 “삼성의 고속 성장의 이면에는 황제경영이 자리잡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5면 ⓒ<한겨레>

또 “이 회장이 주도했던 자동차나 유통사업 실패 등에 대한 평가도 냉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외아들 재용씨한테 무리하게 경영권을 넘기려고 전략기획실을 통해 저지른 온갖 탈법과 불법의 가장 큰 책임은 그에게 있다”며 이 회장 경영에 대한 문제점도 함께 짚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삼성헌법’이 됐고, 지나친 실적을 강요하고 감시와 통제가 지배하는 삼성 내 기업문화가 ‘공포경영’이라는 말까지 듣게 됐다. 특히 삼성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처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는 등 우리 사회 법과 대결하려는 모습까지 보여 정치와 사회에까지 그 영향력을 끼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조선, 정연주 KBS 사장 ‘버티기’ 한다?

KBS노조는 22일 ‘방송구조 개편 등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출범식을 열고 정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중간 간부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공정방송노조도 이날 정 사장 퇴진 촉구 특별기자회견을 열고 “정 사장 출근 저지 투쟁 등 물리적인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선>은 “정연주 사장의 퇴진을 요구해온 KBS 조직원들이 본격적인 ‘퇴출운동’에 나서고 있다”며 “그 동안의 성명전에서 벗어나 물리력 행사까지 예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 <중앙> 등이 짤막한 기사로 소식을 전한 데 비해 <조선>은 비대위 출범식 현장의 모습을 자세하게 전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 <조선일보> 16면 ⓒ<조선일보>

<조선>은 “정 사장은 최근 잇따라 인사를 단행하면서 출장 일정도 잡는 등 물러날 뜻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본격 ‘행동’에 나선 노조와 ‘버티기’에 나선 정 사장과의 충돌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은 또 “정 사장은 올 1월 일본 KBS(KBS JAPAN) 사장에 자신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을 임명한 데 이어 최근에는 팀장급 인사를 단행했다”며 “KBS 내부에서는 이 같은 정 사장의 행동을 ‘버티기 돌입’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도 지적했듯 정 사장의 임기는 2009년 11월이다. 그러나 <조선>은 “문제는 그가 ‘임기 완수’를 고집하는 한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고 쓰면서 “한심한 경영 능력, 아들 문제와 관련한 도덕성면에서 이미 ‘불합격’ 판정을 받았지만 그가 버티면 (몰아낼)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하루 빨리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 윤명식 공정방송노조 공동대표의 말을 그대로 전했다. 

MBC 시즌 드라마 폐지 위기

<경향>이 “MBC 시즌드라마가 방송 6개월 만에 폐지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에 따르면 MBC는 5월 26일 개편에서 시즌드라마 폐지를 고려 중이다. MBC는 ‘단막극의 실험성을 담보할 수 있는 드라마’를 선보이겠다며 지난해 9월 시즌드라마를 시작했다. 경매사들을 다룬 ‘옥션 하우스’를 시작으로 성형외과를 배경으로 한 ‘비포&애프터 성형외과’를 거쳐 지난 13일 보험 조사원들을 소재로 한 ‘라이프 특별조사팀’을 시작했다.

<경향>은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시청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채우려면 시즌드라마처럼 새로운 형식의 숙성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출발 6개월 만에 시즌 드라마 폐지 소식이 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경향>은 “지난 3월 마지막까지 남았던 KBS 단막극 ‘드라마 시티’도 폐지된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의 조급증은 국내 드라마의 다양성을 거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23면 ⓒ<경향신문>
<경향>은 “일요일 심야시간이라는 열악한 편성에도 시즌드라마들은 선전했다”며 “국내 드라마에서 흔히 보이는 삼각 관계, 결혼 갈등, 가족 문제 등에서 벗어나 전문 직종의 세계를 흥미롭게 펼쳐놓았다”고 평가했다. 또 “아직 부족하긴 하지만 탄탄한 구조의 ‘미드(미국 드라마)’ ‘일드(일본 드라마)’에 접근하는 가능성도 보여줬다”고 평했다. 

문제는 역시 시청률. 호평에도 불구하고 MBC 시즌제 드라마는 5~8% 시청률에 머물렀다. 그러나 <경향>은 “이에 대해 제작진과 전문가들은 편성시간의 한계와 작업 인프라의 부족을 지적한다”며 “MBC 시즌드라마는 매주 일요일 오후 11시40분에 방송돼 시청률 5~8% 정도면 동시간대에서 가장 높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경향>은 “MBC ‘베스트 극장’ 부활 얘기도 새어 나온다. 시즌드라마도 있고 ‘베스트 극장’도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론 ‘시즌제 아니면 단막극’”이라며 “제작진들은 ‘상품처럼 찍어내는 대형 드라마들의 강세 속에서 상업 논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발상을 할 수 있는 시즌제나 단막극이야말로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루’라고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

김우룡, “신문-방송-통신 융합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요구”  

제3기 방송위원회 방송위원을 맡았던 김우룡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 교수가 <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경쟁시대에 겸영과 복합기업화는 더 막을 수 없다”고 밝히며 신문방송 겸영 허용을 주장했다. 김 교수는 “통신의 방송 진출, 방송의 통신 진출이 가속화하는 시점에서, 양질의 콘텐츠 생산능력을 가진 신문만 팔다리를 묶어 놓는 것은 시대착오이고 국가로서도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또 “KBS나 MBC 등은 소유 형태, 프로그램 편성의 색깔(공익성과 공공성), 수입 구조(재원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율) 등을 따져봤을 때는 ‘무늬만 공영방송인 상업방송’”이라며 “MBC도 이제는 ‘공영의 가면’을 벗고 커밍아웃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KBS 2TV는 광고를 축소하고 수신료를 올려서 공영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다. MBC는 적자폭이 늘어나는 지방MBC를 매각한 기금으로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30%)을 구입한 뒤 이를 국민주 60%, 우리사주 10%, 방송문화진흥회 30%로 나누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백혜영 기자 otili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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