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코바코)의 방송광고 판매 기능을 대신할 민영 미디어렙(광고판매대행사)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경우 지상파 방송 3사와 뉴미디어 그리고 조·중·동을 제외한 방송·신문 매체가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 다른 곳도 아닌 문화부 연구에서다.
완전경쟁 4년 후 종교방송 광고 매출액 90% 감소
![]() |
||
| ▲ 문화부는 광고진흥원을 설립해 광고 진흥과 관련한 코바코의 기능을 흡수토록 할 계획이다. | ||
반면 지상파 3사(현재 2조1659억원)의 경우 꾸준히 광고매출액이 늘어나 4년 후엔 69.9%(3조8135억원)까지 상승하게 된다.
신문의 상황은 보다 심각하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3대 일간지(현재 7275억원)는 민영 미디어렙이 도입될 경우 1년차와 2년차에 각각 13.1%, 28%(5374억원)씩 광고매출액 감소를 보일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3년차에 이르면 44.2%(4221억원)까지 광고매출액이 감소해 경영상 위기가 올 것이란 전망이다. 그나마 조·중·동은 3년을 버티지만 그 외의 일간지들은 완전경쟁 체제 도입 1년 후 광고매출액이 현재 9644억원에서 39.4% 감소, 5842억원까지 떨어지게 된다. 광고 시장에서 순식간에 퇴출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케이블 등과 결합한 뉴미디어의 광고매출액은 완전경쟁 체제 도입 후 매년 상승해 1년차 2조1400억원(36.3%), 2년차 2조3516억원(41%), 3년차 2조6414억원(45.1%), 4년차 2조9476억원(50.2%)에 이르게 된다.
코바코와 함께 하나의 민영 미디어렙이 경쟁하는 제한경쟁 체제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문화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제한경쟁 체제 도입 3년 후 종교방송과 지역민방의 광고매출액은 각각 현재보다 70%(305억원), 26%(1597억원)씩 감소하게 된다. 지상파 3사의 광고매출액은 4년 후 현재보다 35.3% 상승한 3조374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신문의 경우 제한경쟁 도입 4년 후 조·중·동의 광고매출액은 26.9% 감소한 5517억원 수준이 되겠지만, 그 외 일간지들의 경우 첫해 광고매출액이 19.7%(7743억원) 감소한데 이어 이듬해에 40.2%(5914억원)까지 가파르게 줄어 결국 경영위기를 맞을 것이란 전망이다. 뉴미디어는 매년 평균 17%의 광고매출액 증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를 진행한 박원기 코바코 광고연구소 연구위원은 “방송광고시장은 독과점적 불완전 경쟁시장으로 복수 미디어렙이 허용돼도 지상파 방송사의 공급 과점체제가 유지되는 한 방송광고 시장 자체가 경쟁적 시장으로 전환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경쟁체제 도입 시 매체들의 광고수익 의존도도 높아져 방송의 상업주의 심화가 예상되며 광고요금 인상과 지상파 3사로의 광고비 집중으로 취약매체의 경영악화 등 미디어 산업 전반에 심각한 부작용이 야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화부의 자기부정 “코바코 연구, 전제 잘못됐다”
그러나 정작 연구를 의뢰한 문화부 측은 해당 시뮬레이션이 방송광고시장에 경쟁체제가 도입돼도 국내 총광고비가 추가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것을 대전제로 했기 때문에 100%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화부는 지난 10일과 17일, 24일 세 차례에 걸쳐 방송과 신문 등 업계 관계자들과 진행한 민영 미디어렙 도입 관련 간담회에서도 코바코의 시뮬레이션 결과와는 다른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민영 미디어렙을 도입할 경우 종교방송과 지역민방의 광고매출액 하락폭이 코바코 시뮬레이션 결과의 3분의 1, 절반 수준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간담회에 배석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민영 미디어렙을 도입할 경우 지상파 3사를 제외하고 나면 조·중·동과 같은 주요 신문의 경영까지 심각하게 어려워진다는 결과가 나오자 문화부가 자기부정을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문화부가 코바코 시뮬레이션과 전제를 달리한 연구를 또 다시 진행하겠다고 하는데, 지상파 방송 3사를 제외하고 모든 신문·방송이 민영 미디어렙 도입에 부정적인 의견을 전한다는 것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냐”면서 “정부가 어떻게 ‘광고주’인 자본의 논리를 대변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민영 미디어렙, 신문의 방송겸영 주장 논리 근거
문화부는 민영 미디어렙 도입과 관련해 “추진 여부에 대해 결론 내린 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간담회 참석자들의 얘기는 다르다. 이명박 정부가 인수위 시절부터 규제개혁 차원에서 코바코의 방송광고판매 독점 체제를 해소하겠다고 주장한 만큼 정부입법이든 국회의원 입법이든 어떤 형태로라도 관련 법안을 마련, 금년 내에 처리하겠단 입장이란 것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민영 미디어렙 추진과 관련해선 말을 아끼면서도 “여러 측면을 검토하는 상황인 만큼 방송발전기금으로 취약매체를 지원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 3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8차 협상을 앞두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재정경제부(현 지식경제부) 의뢰로 작성한 ‘전략적 서비스산업의 중장기 발전방안’ 보고서도 “민영 미디어렙 도입으로 타격을 입을 군소방송에 대해 3~5년간 한시적으로 방송발전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적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서중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는 “취약매체가 먹고 살 방법을 알려줘야지 언제까지 먹여줄 수만은 없는 일 아니냐”며 “그들이 광고 시장 안에서 안정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방송발전기금을 통한 지원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민영 미디어렙을 도입할 경우 광고비 상승이 불가피하고 방송시장들의 이전투구가 심화돼 살아남기 위해 건전한 콘텐츠의 육성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영 미디어렙으로 신문 시장이 위기를 맞으며 이를 위한 타개책으로 파이가 큰 방송시장에 대한 개방, 다시 말해 신문·방송 겸영을 강하게 주장할 수도 있다”며 “결국 문화부는 지금 언론 전반의 공공성을 위협하는 정책을 추진하려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역민방의 한 관계자도 “취약매체 전체의 산업규모가 5000억에 이르는데 방송발전기금으로 민영 미디어렙 도입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또 “현재 지역민방은 SBS에 대해 편성적 종속 상태인데, 민영 미디어렙이 도입될 경우 방송경영까지도 (SBS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며 “균형발전 나아가 공공성을 일체 포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미디어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미친 소, 이명박 정부를 들이받다” (0) | 2008/05/02 |
|---|---|
| ‘조선일보’는 한나라당의 모범답안? (0) | 2008/05/02 |
| 방통심의위원에 손태규·정종섭·엄주웅 (0) | 2008/05/02 |
| 콘텐츠동등접근 왜 논란인가 (0) | 2008/05/02 |
| ‘수사반장’·‘여명의 눈동자’ 다시 본다 (0) | 2008/04/30 |
| 광고 양극화 심화 · 시청률 무한경쟁 돌입 (0) | 2008/04/30 |
| OECD장관회의 생중계 요청 논란 (0) | 2008/04/30 |
| ‘수사반장’·‘여명의 눈동자’ 다시 본다 (0) | 2008/04/30 |
| 방통위 기획조정실장 하마평 ‘시끌’ (0) | 2008/04/29 |
| ‘뉴하트’의 지성이 흉부외과에 갈 수 있었던 이유 (0) | 2008/04/28 |
| CBS TV ‘크리스천Q’ 사전검열 논란 (0) | 2008/04/28 |


Prev
Rss Fe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