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07 14:03

[큐칼럼] 〈PD수첩〉과 MBC 민영화

광우병 파문이 온 나라를 흔들고 있다. 발단은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에서 이명박 정부가 보여 준 졸속적이고 굴욕적인 행태에 있다. 정부가 주권 국가로서 검역 주권 포기했을 뿐 아니라 이후 대통령과 정부 공무원들의 안이하고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앞뒤가 맞지 않는 발언들이 국민들의 감정을 거스른 것이다.

물론 협상 직후 한 동안은 전문가들과 일부 매체들이 산발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우려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현재의 사태로 확산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PD수첩〉‘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 편의 방송이었다. 〈PD수첩〉이 이번 협상의 문제점과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조목조목 짚어 주자 시청자들이 큰 충격을 받은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정부를 비난하는 글들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가고 있고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서명 운동이 단 며칠 만에 100만 명을 넘어 어제 13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연일 수만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오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의 발원지인 청계천은 이제 촛불을 든 분노한 인파로 넘쳐나고 있다.

정부·여당과 조중동은 〈PD수첩〉이 잘못된 사실로 국민을 선동하고 있고 근거 없는 괴담의 근원지라며 비난하고 있다. 물론 근거 없는 괴담까지 번지는 것은 문제다. 하지만 그 책임을 PD수첩으로 돌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책임은 그 동안 이명박 정부가 보여 준 졸속적이고 독선적인 정책들 그리고 실정들이다. 그 동안 속으로 부글부글 끌던 국민들은 분노가 이번 쇠고기 협상의 실체가 알려지자 폭발한 것이다.

이번 〈PD수첩〉이야말로 치밀한 취재로 언론의 역할을 다했다. 언론 가장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는 권력을 감시하고 사회에 내재한 위험들을 지적하고 경고해 주는 것이다. 한 시민단체는 이번 〈PD수첩〉 프로그램이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를 보여 확실히 보여 주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방송 이후 정부와 여당은 MBC 민영화-아니 ‘사영화(私營化)’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를 더 적극 추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 동안 정부와 여당은 ‘언론에서 5공 잔재의 청산’이니 시장과 산업 논리니 하면서 MBC 민영화를 거론해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공영성 강한 MBC 프로그램들에 대한 거부감이나 조중동에 대한 정치적 보은 차원의 신방겸영 허용 의도가 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이번 미국산 쇠고기 협상과 광우병 파동은 MBC가 정부 여당이 의도하는 식으로 민영화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MBC 민영화를 추진한다면 이는 정치적 의도를 더욱 더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지난 20년 민주화의 여정에서 MBC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많이 노력했다. 그 역할은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고 다채널 다매체의 혼탁해지기 쉬운 방송 환경에서 더 절실하다. 이번 사태에 대응하는 정부의 태도는 당당하지 못하고 그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방송 탓이니, 인터넷 탓이니 하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조중동은 여론 조작과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로 국민을 더 이상 호도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송사에 용기 있고 사명감 넘치는 방송 PD와 기자들이 아직은 많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0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