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의 예능의 정석]KBS 〈개그콘서트〉의 풍자개그
공개 코미디계의 독보적인 존재 KBS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요즘 이 〈개콘〉에서 눈에 띄는 코너와 캐릭터가 있다. 바로 지난해 12월 윤형빈이 새롭게 선보인 ‘드라이클리닝’과 ‘봉숭아학당’의 새 캐릭터 ‘동혁이형’이다.
“세상을 깨끗하게 한다”는 의미의 ‘드라이클리닝’과 세상 무엇보다 ‘샤우팅’을 사랑하는 동혁이형은 사회 풍자를 바탕으로 한 개그를 선보이며 호응을 얻고 있다. 사실 이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너무 직접적이고 직설적이어서 ‘풍자’라기보다는 ‘호통’ 혹은 ‘호소’에 가깝긴 하지만 말이다.
‘드라이클리닝’ 형식은 신선, 내용은 식상
‘드라이클리닝’은 청소년들의 잘못된 문화나 습관을 소재로 한 개그다. 첫 방송 이후 줄곧 청소년 흡연, 음주, ‘빵셔틀’, 불량 복장, 게임 중독 등과 같은 문제를 다뤘다. ‘불량 청소년’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힙합 비트에 실어 중독성 있는 개그로 탄생시켰다. 특히 “네가 사주려고 하는 빵이 선빵은 아니겠지”, “네가 보고 있단 집이 누드집은 아니겠지” 같이 ‘힙합 라임’을 응용한 김지호의 랩은 백미다.
| ▲ KBS '개그콘서트'의 코너 '드라이클리닝' ⓒKBS | ||
이 코너에 등장하는 이른바 ‘불량 청소년’들은 지극히 정형화되어 있다. 머리에 물을 들이고, 담배를 피우며, PC방게임에 중독됐거나 연예인을 쫓아다니는데 혈안이 돼 있다. 이들을 향해 윤형빈은 “학생은 학생다운 게 제일 예뻐”라거나 “어른이 되면 (술을) 마시기 싫어도 마셔야 될 때가 와”라고 충고한다.
학창시절 부모님이나 선생님들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던 말이다. 물론 이런 윤형빈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너무 ‘바른 소리’만 하려다보니 그 메시지가 촌스럽고 고루하게까지 느껴진다. 마치 잔소리를 힙합 버전으로 듣는 기분이랄까.
“세상을 깨끗하게 하는 드라이클리닝”이라면서 일관되게 청소년들만을 소재로 삼는 까닭도 의아하다. 사실 풍자를 하거나 쓴소리를 외칠만한 대상은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안 그래도 집에서, 학교에서 지겹도록 잔소리 들을 청소년들만 가르치려들지 말고 진짜 가슴까지 시원하게 만들 랩을 들려줄 순 없을까.
투박하지만 어쨌든 시원한 ‘동혁이형’
그런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채워주는 것이 ‘동혁이형’이다. ‘봉숭아학당’의 새로운 캐릭터 ‘동혁이형’(장동혁)은 ‘샤우팅’으로 세상을 향한 불만과 쓴소리를 뱉어낸다. 특히 지난달 31일 방송에선 대학 등록금과 학자금 상환제도의 문제를 비판해 인터넷 검색어 순위 상위에 오르는 등 화제가 됐다.
동혁이형은 이날 “10년 동안 물가도 36%가 채 안 올랐는데 뭔 놈의 대학 등록금은 116%가 오르냐”며 “이거 왜 한번 오르면 내려올 줄을 몰라. 무슨 대학 등록금이 우리 아빠 혈압이야?”라고 일침을 가해 관객의 환호를 받았다.
그는 또 학자금 상환제도에 대해서도 “인간적으로 말이야, 이자가 너무 비싸잖아. 대학이 세계적인 학자를 만드는 데지, 세계적인 신용불량자를 만드는 데냐”고 꼬집더니 “등록금 인상, 등록금 대출. 이런 소리 하기 전에 그냥 쿨하게 등록금을 깎아주란 말이야”라고 외쳐 시청자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했다.
| ▲ 대학등록금 문제에 일침을 놓은 동혁이형(장동혁). ⓒKBS | ||
그런데 동혁이형을 계속 볼 수 있을까
하지만 메시지가 너무 직설적이고 직접적이다 보니 다른 차원의 문제가 생겼다. 바로 동혁이형이란 캐릭터의 안위가 염려된다는 점이다. 지난달 31일 방송이 나간 뒤 〈개콘〉 시청자게시판에는 “뒤를 조심하라”, “쥐도 새도 모르게 훅 가는 수가 있다”며 동혁이형을 걱정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대통령을 패러디한 캐릭터가 통편집을 당하고, 시사풍자 코너의 폐지가 진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외압’ 논란에 휘말리는 세상. 바른 말을 하고, ‘다른’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한 것만으로 방송에서 퇴출되는 세상. 21세기에 벌어지는 일들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세상을 살고 있기에 ‘개그는 개그일 뿐 오해하지 말자’라며 쿨하게 웃고 넘길 수만은 없는 것이다.
갈수록 썩 괜찮은 풍자를 찾아보기 어려워 아쉽고, 그나마 2% 아쉬운 코미디조차도 마음 편히 웃고 즐길 수 없어 더 아쉽고 씁쓸한 요즘이다.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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