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혜영의 드라마 투덜대기] SBS 수목드라마 ‘산부인과’
낙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지난 3일 산부인과 의사 모임인 ‘프로라이프’가 불법 낙태 시술을 한 병원 세 곳을 고발하면서다. 이들은 불법 낙태와 관련해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지 않자 극약 처방에 나섰다. 여성 운동 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고발로 낙태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는 이유다. 이들은 여성들이 낙태를 선택하지 않도록 사회적 조건을 개선하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로라이프’가 불법 낙태 시술 병원을 고발한 지난 3일, 공교롭게도 산부인과를 배경으로 한 의학 드라마가 첫 방송을 시작했다. SBS 새 수목드라마 <산부인과>다.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낙태 문제는 드라마에서도 역시 첫 회부터 주요 에피소드로 등장했다. ‘내 아이를 죽여주세요’란 1회 제목은 이를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 ▲ ⓒSBS | ||
<산부인과> 1회에는 남편의 아이인지 확인하기 위해 태아의 혈액형 감별을 요구하는 여성의 이야기가 나왔다. “이 아이 때문에 내 인생 망칠 생각 전혀 없거든요!” 남편의 아이가 아닐 경우 낙태를 하겠다는 의지는 이 한 마디에 집약적으로 드러났다.
재벌가의 며느리가 된 아나운서가 아이의 다운증후군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의사에게 아이를 죽여 달라는 부탁을 하는 섬뜩한 내용도 등장했다. “오죽하면 이런 추악한 부탁을 하겠어요. 제 인생도 한번쯤 생각해 달라는 거예요.” 그들에게 아이는 자신의 인생에 방해가 된다면 언제든 버려도 좋은 존재다.
이에 대한 극중 산부인과 의사 혜영(장서희 분)의 생각이다. “원치 않는 임신이 어떤 건지, 어떤 부담을 안아야 하는 건지 잘 압니다. 그건 정말 빨리 치워버리고 싶은 ‘쓰레기’ 같은 느낌이죠.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해드릴 수 없습니다. 산부인과 의사는 산모와 태아 ‘두 생명’을 다룹니다.”
낙태와 관련해 사회적 논란이 한창일 때 드라마 <산부인과>는 첫 발을 내디뎠다. 불법 낙태를 근절하기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선 ‘프로라이프’의 선택이 옳은 건지, 법적 조치 이전에 사회적 조건 개선을 외치는 여성 단체들의 주장이 옳은 건지, 판단하긴 힘들다. 드라마에서도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판단을 강요하진 않을 것이다.
다만, 제작진이 기획의도에서 밝혔듯 “산부인과 병실에서 단 며칠간 보여지는 그녀들의 비밀과 선택의 대비를 통해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1회에서 낙태를 원하는 산모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 2회에서는 애끓는 부모의 사랑을 보여주면서 대비되는 에피소드를 보여줬듯,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생각할거리를 던져주지 않을까. 환자들의 다양한 사연들을 중심으로 ‘생명’이란 화두를 던져줄 <산부인과>가 앞으로 어떤 얘기를 펼쳐놓을지 관심 있게 지켜봐도 좋을 것 같다.
백혜영 기자
otili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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