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15 13:25

‘한국형’ 시즌드라마, 불가능한 꿈인가

MBC 시즌드라마 폐지설 모락모락…전문가들 "미래 위한 투자" 조언

MBC 시즌드라마가 위기다. ‘국내 최초’를 표방하며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MBC는 봄개편을 앞두고 시즌드라마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라이프 특별조사팀>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 MBC는 ‘공익성 강화’를 위해 주말에 편성된 드라마 하나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이고, 일요일 밤 편성돼 있는 시즌드라마는 폐지 대상에 올라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불과 세편을 편성하고 폐지된다면, 시즌드라마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긴 어렵다. ‘한국형’ 시즌드라마가 닻을 올린 지 7개월 만에 위기를 맞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상파 TV에서 ‘한국형’ 시즌드라마의 성공은 불가능한 꿈인가.

   
▲ 국내 최초 시즌드라마를 표방한 <옥션하우스> ⓒMBC
“아직은 낯선 시즌드라마”

시즌드라마는 기획 단계에서 시즌제를 전제로 출발한다. 소재나 캐릭터는 유지한 채 매회 다른 에피소드를 엮어 선보이는 형태다. <프리즌 브레이크>, <CSI>, <로스트> 등이 모두 미국의 인기 있는 시즌드라마들. 미국에서는 이처럼 일반적인 시즌드라마를 국내에선 찾아보기 어려웠다. 과거 <궁s>나 <안녕, 프란체스카> 등이 시즌2로 제작됐지만, 드라마가 끝난 뒤 높은 시청률을 이유로 제작됐기 때문에 일반적인 시즌드라마 형식은 아니다.

이런 가운데 MBC는 지난해 9월 30일 국내 최초의 시즌드라마를 표방한 <옥션하우스>를 편성했다. <옥션하우스>는 ‘예술작품 경매’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사용했다. 일요일 밤 11시 40분 방송된 점을 감안하면, 5~8%의 시청률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대중적으로 큰 호응을 얻진 못했다. 시즌2 제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미미했다.

<옥션하우스> 이후 방송된 <비포 & 애프터 성형외과>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성형’이란 소재를 사용했지만, 대중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라이프 특별조사팀>에 기대를 걸어보지만, 시즌드라마 폐지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MBC 시즌드라마가 불과 세 편의 시도 만에 폐지 이야기가 나오고, 대중적인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은 시즌드라마가 대중에게 낯설다는 분석이다. 미국드라마의 인기 등으로 시즌드라마의 형식이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시도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매회 다른 에피소드를 이끌어가는 시추에이션 드라마가 특징인 시즌드라마는 연속극 형식에 치우친 한국 드라마 환경에선 아직 어색하다. 매회 다른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끌고 가다보니 다음 회를 기다리게 하는, 소위 말하는 ‘중독성’이 떨어진다.

이문원 대중문화 평론가는 “<옥션하우스> 등은 시청자에게 낯선 시즌드라마와 시추에이션 드라마라는 두 가지 시도를 한꺼번에 하다 보니 대중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굳이 시즌제까지 생각하지 않더라도 계속 단발성으로 시추에이션 드라마를 제작한 후 시청자들에게 익숙해졌을 때쯤 시즌제를 시도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 <라이프 특별조사팀> ⓒMBC
일주일에 한 편씩 방송되는 시즌드라마의 형식이 한국 대중의 취향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문원 평론가는 “대중을 몰입시키려면 일주일에 2회, 적어도 100분 정도는 편성이 돼야한다”며 “보통 영화 한편의 시간인 100분은 이야기 하나가 끝나는 시간이다. 시즌드라마의 경우 완결성은 느껴지지만, 미진한 느낌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편성 시간 역시 대중의 호응을 받지 못한 이유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밤 11시 40분에, 그것도 일요일 심야 시간에 일반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기란 쉽지 않다. 대중보다는 소수의 마니아층을 위한, 적극적인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시간대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시즌드라마 <라이프 특별조사팀>의 연출을 맡고 있는 임태우 MBC PD 역시 편성 시간의 아쉬움을 표했다. 임 PD는 “시간대를 감안하면 시즌드라마의 시청률이 그렇게 낮은 것은 아니었지만 대중적으로 큰 호응을 받지 못한 이유는 역시 편성시간 때문”이라며 “일요일 밤 12시대가 드라마를 볼 만큼 여유 있는 시간대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편성국의 평가는 좀 다르다. 이보영 MBC 편성기획부장은 “시즌드라마는 대중적이라기보다 실험성이 강한 드라마”라며 “만약 경쟁이 치열한 시간대로 편성되면 대중성을 담보해야 하고, 광고나 시청률 논리에 의해 살아남기가 어렵다.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기 위해 시청률 경쟁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시간대에 편성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주환 MBC 드라마국장도 “시간대가 늦은 것이 문제라면 오히려 다른 쪽으로 반응이 오거나 수익이 나야 하는데 현재는 그런 것이 없다”며 시청자들의 피드백이 많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새로운 시도 자체가 의미 있다”

<옥션하우스>가 시즌드라마의 첫 테이프를 끊었을 때, ‘새로운 시도’를 향한 기대는 컸다. 한국드라마의 고정화된 틀, 전형적인 소재 등으로 젊은 시청자들은 어느새 미국드라마와 일본드라마 등에 열광하던 즈음이었기 때문이다.

   
▲ 현재 방송되고 있는 MBC 시즌드라마 <라이프 특별조사팀> ⓒMBC

특히 시즌드라마는 미니시리즈와 연속극이 주된 형식인 한국 드라마 환경에선 신선한 변화였다. 드라마의 다양성을 배양하는 시도였다. 또 여러 명의 연출자와 작가가 함께 작업하는, 미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집단 창작 시스템을 가져온 것도 드라마 제작 환경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시도였다.  이 때문에 시즌드라마는 한국 드라마 환경에 변화를 줄,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를 갖는다는 의견이 많다.

조지영 TV 평론가는 “시즌드라마는 정형화돼있는 일일드라마나 기존 미니시리즈 포맷이 아니라 새로운 소재와 장르가 개발될 수 있는 포맷”이라며 “드라마의 소재나 주제가 지금까지 접해온 것과 많이 달랐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단막극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소재와 주제의 드라마를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에서 시즌드라마는 의미 있다”고 덧붙였다.

임태우 MBC PD도 “시즌드라마는 아직 시작 단계라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지만, 시도할 만한 의미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의 미니시리즈는 인간적 역학관계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다 보니 강렬하고, 독한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며 “시즌드라마는 좀 더 전문성이 있는 소재로 열린 결말을 만들어 가기 때문에 기존 드라마와 차이가 있다”며 “소재나 내러티브의 차별성 측면에서 새롭게 개척할 분야”라고 강조했다. 

미국드라마나 일본드라마에 열광하는 젊은 시청자들을 다시 한국드라마로 불러들이는 데도 시즌드라마는 좋은 포맷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문원 평론가는 “시즌드라마가 좋아서라기보다 다양한 형식의 시도가 필요하다”며 “미래의 주 시청자층이 될 젊은 세대들이 미국드라마 등에 열광하는 상황을 본다면 미국의 시즌드라마 형식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고, 이는 드라마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MBC가 선보인 세 편의 시즌드라마는 무엇?

   
▲ <라이프 특별조사팀> ⓒMBC
△<옥션하우스>

‘국내 최초 시즌드라마’를 표방하며 지난해 9월 30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모든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는 경매장이 무대다. ‘예술작품 경매’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사용해 치열한 심리전과 경쟁이 벌어지는 경매장의 모습을 그렸다. 네 명의 연출자와 네 명의 작가가 한 팀씩 짝을 이뤄 매회 에피소드를 만드는 방식을 택했다. 이 때문에 한 회 한 회의 완결성은 높지만, 전체적인 이야기 연결이 느슨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매회 스릴러, 코믹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며 신선하고 새롭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포 & 애프터 성형외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주된 관심사가 된 ‘성형’을 전면에 등장시킨 것만으로 충분히 눈길을 끌었다. 아역배우의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전신성형을 시도하는 여배우, 안면기형을 위한 재건성형을 원하는 사람 등 매회 특색 있는 환자를 등장시켜 성형외과를 찾는 사람들의 사정과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렸다. 유쾌함 속에서도 각자 아픈 사연 하나씩을 갖고 있는 등장인물을 통해 휴머니즘을 함께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멜로가 강화되면서 일부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라이프 특별조사팀>

보험금 지급을 결정하기 위해 현장 조사를 하는 보험조사원들의 얘기다. 사건의 실체가 무엇인지 파고드는 보험조사원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범죄수사물을 보는 듯하다. 먹고, 자는 것 등 본능에 충실하지만 예리한 관찰력을 갖고 있는 찬호, 평소엔 카리스마가 넘치다가도 술이 들어가면 돌변하는 강이, 깔끔 떠는 소심쟁이 신입사원 철수 등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조화도 볼 만하다. 특히 사건의 실체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수사물 형태를 띄는 만큼 반전의 묘미도 넣어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이 때문에 조심스럽게 시즌2 가능성을 점치는 이도 있다.  

백혜영 기자 otili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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