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19 16:33

MBC 봄개편 공영성 강화에 승부수

‘뉴스후’ ‘스페셜’ 등 시사프로그램 띠편성…‘일밤’ 1·2부로 분리

MBC가 시사프로그램을 전진배치하고, 시즌드라마를 폐지하는 등 오는 26일부터 봄 개편을 단행한다. MBC는 이번 개편의 캐치프레이즈를 “공영방송으로서의 진정한 가치를 구현합니다”로 정하고, 1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부적인 개편안을 공개했다.

MBC는 이번 봄 개편안의 특징을 △주말 프라임타임 ‘시사공영 존(zone)’ 운영 △주말드라마 축소 및 주변 시간대 이동 △평일 밤 공익 프로그램 편성 △시청자 편의·권익 향상을 위한 맞춤 편성 △평일 낮 시간대 공영 편성 존 확립 등 다섯 가지로 설명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시사공영 존’의 신설. MBC는 토요일 오후 11시 40분대에 방송되고 있는 〈MBC스페셜〉을 금요일 오후 9시 55분으로 옮기고, 〈뉴스 후〉와 〈시사매거진 2580〉을 한 시간가량 앞당겨 각각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9시 45분에 방송한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이른바 ‘프라임타임’에 시사프로그램을 ‘띠편성’한 것이다.

대신 현재 〈달콤한 인생〉이 방송되고 있는 주말특별기획 드라마 시간대는 50분가량 밀려나 오후 10시 35분에 편성되며, 〈MBC스페셜〉에 밀려난 〈섹션TV 연예통신〉은 금요일 오후 6시 50분에 자리를 잡는다. 또 〈불만제로〉가 목요일 밤 11시 5분으로 옮겨가며, 대선을 앞두고 전진 배치됐던 〈100분 토론〉은 8개월여 만에 밤 12시 10분대로 돌아간다.

“경쟁력을 갖는 것이 공영성을 해치는 것만은 아냐”

〈100분 토론〉의 시간대 변경은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나 한미 FTA 등 정책 이슈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대표적인 토론 프로그램인 〈100분 토론〉이 뒤로 밀려나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시사프로그램인 〈불만제로〉가 〈100분 토론〉 대신 자리를 잡고, 같은 보도제작국의 〈뉴스 후〉와 〈시사매거진 2580〉이 주말 프라임타임에 배치되기 때문에 비판만 하는 것 역시 무리다.

   
▲ 이보영 MBC 편성기획부장 ⓒMBC
이보영 편성기획부장은 “〈불만제로〉와 〈100분 토론〉 모두 공익적인 프로그램이지만, 〈불만제로〉가 더 광범위한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판단돼 시간대를 바꾸게 됐다”면서 “중요한 이슈들이 있을 때는 목요일 밤 11시든, 금요일 밤 10시든 핵심시간대에 전진 배치해 편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즌드라마의 폐지 역시 곱지 않게 보는 시선이 있다. MBC는 〈베스트극장〉 폐지 이후 〈옥션하우스〉부터 〈비포&애프터 성형외과〉를 거쳐 현재의 〈라이프 특별조사팀〉까지 이어져 오던 시즌드라마를 다음달 29일 이후 폐지키로 했다. 지난 3월 엄기영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드라마를 폐지해서라도 공영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힌데 뒤따른 조치이지만, 왜 하필 시즌드라마가 희생양이 돼야 하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재갑 MBC 편성본부장은 “처음 시즌드라마를 기획할 땐 주 2회 드라마 편성이 고착화된 한국 현실을 바꾸기 위해 미국이나 일본처럼 13부 정도의 짧은 드라마로 기획했지만, 아직까지도 한국적인 방송 현실에서 주1회 방송은 낯설었던 것 같다”며 “숙제로 남겨뒀다”고 말했다. 그는 “공영방송사가 경쟁력을 갖는 것이 공영성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또 〈도전 예의지왕〉이 방송 6개월 만에 폐지되고, 지난 설 특집으로 전파를 탔던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가 신설된다.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는 스타들이 가장 친한 친구의 맞선을 주선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지난 설에 파일럿으로 방송돼 ‘서울대 얼짱’을 스타로 탄생시킨 바 있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분리도 눈에 띈다. MBC는 대표적인 주말 버라이어티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1,2부로 분리하고, 방송시간대를 5분 확대해 150분으로 편성한다. “일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방송 3사간 과도한 경쟁을 지양하고 내실 있는 콘텐츠로 시청자를 찾아가기 위함”이라는 게 MBC측의 설명이다.

   
▲ 이재갑 MBC 편성본부장 ⓒMBC
이보영 편성기획부장은 “일요일 저녁 버라이어티의 축소 및 분리를 KBS와 SBS측에 제안했으나, 긍정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MBC가 먼저 분리하기로 했으니, 다른 방송사들이 따라와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음달 1일부터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오후 5시 35분과 6시 25분에 1,2부로 나뉘어 방송되며, 어떤 코너로 분리할지에 대해선 MBC 예능국에서 논의 중이다.

“매순간 1등 하지 않아도 좋다”

이번 개편안에 대해 이재갑 편성본부장은 “다른 방송사는 편성을 하면서 경쟁력과 공영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여기에 경영 효율까지 더해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힌 뒤, “매순간 1등을 하기를 원하진 않는다”며 “다양한 프로그램이 나와야 하고, 이런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느냐에 따라 성공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모험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봄 개편에서 관심을 모았던 〈베스트극장〉의 부활 여부는 다음 개편 시즌에서 재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보영 부장은 “이번엔 아니고, 다음엔 의제가 될 것 같다”고 밝혔고, 부활 시기를 묻는 질문에 이재갑 편성본부장은 “가을로 해두자”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그러나 “예전과 달리 단막극이 작가와 연기자를 육성하는 기능을 거의 못하고 있다”며 “굳이 공채 연기자를 뽑아 훈련시키고, 단막극을 통해 데뷔시켜 키울 필요가 없는 것 같다”며 회의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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