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19 18:04

연합뉴스의 이상한 수치해석

[보도비평] ‘국민 4명 중 1명 미 쇠고기 먹겠다’ 보도의 오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6일 인터넷에 시선을 붙들만한 기사 하나가 떴다. ‘국민 4명중 1명꼴 “美쇠고기 먹겠다”’란 제목의 연합뉴스 기사였다. 이 기사는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R&R)가 지난 14일 전국 19세 성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한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그 조사 결과를 정리하면 대략 이렇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 의향이 ‘매우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6.4%, ‘어느 정도 있다’는 17.2%이고, 먹을 의향이 ‘전혀 없다’와 ‘별로 없다’는 각각 58.9%와 16.4%로 나타났다는 것.

이 정도의 ‘팩트(fact)’가 주어졌으면, 무엇이 기사가 되고, 무엇이 기사가 안 되는지는 기자가 아니어도 알만하다. 성인 남녀 800명 가운데 75.3%(‘전혀 없다’+‘별로 없다’)에 해당하는 응답자가 미국산 쇠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는 게 뉴스‘거리’가 된다. 이는 성인의 4명 중 3명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거꾸로 생각하면 정부가 성인 남녀 4명 중 3명이 반대(혹은 우려)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을 강행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 연합뉴스가 5월 16일 오전 6시 30분경 네이버에 송고한 기사.
그런데 연합뉴스의 기사는 ‘국민 4명중 1명꼴 “美쇠고기 먹겠다”’를 표제로 뽑고, ‘75.3%는 “먹을 의향 없다”’를 부제로 했다. 기사 본문의 도입부 또한 “이번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돼서 판매될 경우 국민 4명 중 1명꼴로 이를 구매해서 먹겠다는 조사 결과가 16일 나왔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물론 이 기사가 광우병 ‘공포’에도 불구하고 1/4이나 되는 성인 남녀가 “미국산 쇠고기를 먹겠다”고 답한 것 자체를 이변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사실 광우병 논란이 뜨거운데도 불구하고 4명 중 1명‘씩이나’ 미국산 쇠고기를 먹겠다고 하니, 의아스러울 만도 하다.

그러나 본문을 보면, 이 기사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거의 해석을 달지 않았으며, 단지 23.6%에 해당하는 응답자가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 의향이 있다는 데만 초점을 맞춰 제목을 뽑고 기사를 작성했을 뿐이다. 4명 중 1명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겠다고 답했다는데 해석이 아닌 ‘뉴스 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이해가 어려운 대목이다.

   
▲ 국민일보 5월 17일자 5면 ⓒ국민일보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뉴스 가운데, 연합뉴스와 비슷한 뉘앙스를 풍긴 기사는 찾을 수 없었다. 연합뉴스를 제외한 모든 기사들이 우리 국민 4명 중 3명이 미국산 쇠고기를 ‘안 먹겠다’고 답했다는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을 비롯해 서울파이낸스, 뷰스앤뉴스, 아시아경제, 경향신문 인터넷판 등이 모두 4명 중 1명이 아닌, 4명 중 3명에 주목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일간지들로부터 철저히 외면을 당하기도 했다. 16일 조사 결과가 공개된 뒤, 16일 인터넷에 10건 안팎의 기사들이 나왔지만, 다음날 중앙일간지와 경제지 가운데 <국민일보>를 제외한 모든 신문들이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국민일보>는 17일자 5면 ‘“美쇠고기 안 먹겠다” 75%’란 제목의 기사에서 “우리 국민의 75.3%는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시판될 경우 먹을 의향이 없는 것으로 16일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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