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22 15:05

“누구를 위한 언론중재위원회인가”

언론중재위원회가 MBC <PD 수첩>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에 대해 정부측의 보도문을 방송을 통해 내보내도록 직권 결정을 내린데 대해 한국PD연합회는 21일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PD연합회는 언론중재위원회가 직권 결정은 보도문에 대해 “농식품부와 <PD 수첩>팀 어느 누구도 단정적으로 확증하기 힘든 사항들로 <PD 수첩>도 방송에서 수차례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었으며, 특히 마지막 사항은 <PD 수첩>에서 VCR물에서 직접 방송하지 않아 반론과 정정의 필요성 자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PD연합회는 "우리는 언론중재위의 설치 목적이 사회의 감시자로서 부여된 언론의 권력이 부당하게 행사되어 힘없고 약한 개인과 단체들이 입은 피해를 구제하는 데 있다”며 “언론사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진 정부가 특정 언론사, 특정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충분히 확인되지 않는 ‘사실’의 해석권한을 독점하고, 진실에 근접한 더 다양한 사실을 은폐·왜곡할 때 언론중재위의 역할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되물었다.

PD연합회는 마지막으로 “우리는 <PD 수첩>이 이번 언론중재위의 이해하기 힘든 결정에 결코 굴하지 말고, 오히려 여전히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미봉책으로 국민의 호도하는 정부에 대해 ‘진실’의 힘을 꼭 확인시켜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 다음은 한국PD연합회가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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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위의 직권 결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 <PD 수첩> ‘광우병’편과 진실의 힘
하나의 ‘진실’을 두고 여러 가지 상반된 입장이 존재할 때, ‘진실’은 대체로 진실을 해석하는 주체들이 가진 권력의 크기에 비례하여 세상에 드러난다. 따라서 사회의 공론장 역할을 담당하는 언론은 진실을 해석하는 주체들의 권력의 크기와 관계없이 소통되는 ‘진실’의 실체를 드러내는 데 그 본연의 역할이 있다.

지난 4월 29일 방영된 MBC <PD 수첩>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은, 정부가 한미 FTA의 조속한 타결을 위해 무리하게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협상’을 추진하면서 국민에게 감추고 있던 ‘불편한 진실’을 드러냄으로써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한 프로그램이었다.

문제는 이 프로그램이 전한 ‘불편한 진실’이 그동안 정부에 의해 통제되고 있었던 ‘사실의 해석 영역’을 넘어서고 있을 뿐 아니라 또한 정부가 무시하거나 인정하지 않았던 여러 사실들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이다.

새삼스럽지만 <PD 수첩> 광우병 편이 방송된 지 20여일 지난 지금, 우리사회는 현 정부의 무능과 실수, 그리고 굴욕적 협상태도 등에 대해 총체적으로 되돌아보는 계기를 가졌을 뿐 아니라 심지어 협상 상대국이었던 미국조차 우리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한 몇 가지 보완책을 제안하고 있다.

상황이 여기까지 이르러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PD 수첩> 광우병 편 방송 이후 정부에 쏟아진 각종 비난과 비판에 직면하여 언론중재위원회에 <PD 수첩>에 대한 ‘정정 및 반론보도’를 요청하고, 심지어 청와대는 5월 8일 “악의적·편파적 보도로 광우병에 대한 국민적 불안을 조성하고 정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PD 수첩’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민·형사상 고소·고발 절차에 들어가”기로 결정하는 등 정부의 과오에 대해 어떤 인정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지난 19일 언론중재위원회는 이런 정부의 태도를 공식적으로 정당화시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PD 수첩>에 대한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의 정정 및 반론보도 요청’에 대한 직권 결정을 내렸다.

언론중재위가 직권결정으로 <PD 수첩>에 대해 보도할 것을 요청한 내용들은 “주저앉은 소가 일어서지 못하는 영상과 관련하여 그 소들이 광우병에 걸렸다는 증거가 없습니다”, “인간광우병으로 의심되었던 아레사 빈슨에 대해서는 5월 5일 미국 농무부에서 사망 원인이 인간 광우병이 아닌 것으로 중간발표가 되었습니다”, “MM형 유전자형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을 결정하는 유일한 인자가 아니다”, 그리고 “2007년 6, 7월에 두 개팀 8명이 미국 현지 도축장 등에서 도축시스템을 점검하였다”의 네 가지 사항이다.

그런데, 이들 중 앞의 세 가지 사례는 농식품부와 <PD 수첩>팀 어느 누구도 단정적으로 확증하기 힘든 사항들로 <PD 수첩>도 방송에서 수차례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었으며, 특히 마지막 사항은 <PD 수첩>에서 VCR물에서 직접 방송하지 않아 반론과 정정의 필요성 자체가 없다. 더욱이 현재 미국에서 식중독 유발 등의 우려로 6만 4000톤의 쇠고기가 리콜되고 의회에서 청문회가 열리는 등 미국내 도축 시스템의 문제점이 사회적 의제가 되고 있는 마당에 우리나라 농식품부 직원들이 미국 도축 시스템을 2차례나 점검했다는 사실을 왜 보도하라는 지 납득하기 힘들다.

이런 정황들에도 불구하고 언론중재위가 본 건의 조정·중재 과정에 대한 별다른 해명 없이, 농식품부가 ‘정정 및 반론보도’로 요청한 사항을 상당부분 수용한 직권 결정을 내린 이유를 우리는 알지 못한다. 다만 우리는 이번 언론중재위가 직권으로 결정한 보도문이 농식품부에서 호들갑스럽게 발표한 보도자료 ‘MBC <PD수첩> 정정 및 반론 취지문 보도해야’와는 달리 단 한마디의 ‘정정’ 또는 ‘반론’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은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언론중재위의 이번 결정이 <PD 수첩>이 제기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단지 ‘사실 해석을 둘러싼 논란’으로 치환시켜버리는 우를 범했다는 점은 결코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본다..

우리는 언론중재위의 설치 목적이 사회의 감시자로서 부여된 언론의 권력이 부당하게 행사되어 힘없고 약한 개인과 단체들이 입은 피해를 구제하는 데 있음을 잘 알고 있으며 이러한 역할을 적극 지지한다. 다만, 언론사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진 정부가 특정 언론사, 특정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충분히 확인되지 않는 ‘사실’의 해석권한을 독점하고, 진실에 근접한 더 다양한 사실을 은폐·왜곡할 때 언론중재위의 역할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PD 수첩>이 이번 언론중재위의 이해하기 힘든 결정에 결코 굴하지 말고, 오히려 여전히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미봉책으로 국민의 호도하는 정부에 대해 ‘진실’의 힘을 꼭 확인시켜주길 기대한다.

2008년 5월 21일

한국PD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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