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18 15:45

“걱정마라 KBS, 촛불이 너희를 지킨다!”

[현장] KBS 촛불시위, 7일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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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밤 KBS 본관 앞에 모인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최시중은 물러가라"고 외치고 있다. ⓒPD저널

촛불의 힘은 강하고 유동적이다. 미약한 촛불에서 시작해 무섭게 들불처럼 번지는 속성 때문에 그 힘은 강하고, 광화문에서 여의도까지 어디로 어떻게 향할지 모르는 예측불가능성은 상상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

지난 11일 KBS 본관 앞에서 68명으로 시작한 ‘촛불 인간 띠잇기’가 불과 이틀 만에 1만여개의 촛불로 활활 타오르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로 시작된 의제가 ‘공영방송 KBS 사수’라는 ‘방송장악 사수’ 의제로 옮겨갔다. 더 많은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다는 데서 유럽의 ‘68혁명’을 떠올릴 만도 하다.

아고라와 KBS, 디지털 저널리즘으로 소통하다

이 중심에는 다음 ‘아고라’가 있다. 직접 민주주의의 원형이었던 고대 그리스의 토론 광장을 본뜬 아고라는 쇠고기 정국의 중심에 서며 새로운 형태의 ‘촛불’을 만들어 냈다. 일일 방문자 수 140만 명에 달하는 아고라의 힘은 스스로 의제를 설정하고, 생산하며 즉시 실행에 옮기는 디지털 저널리즘에서 비롯됐다.

감사원의 KBS 특별감사가 실시된 지난 11일 누리꾼들을 감사원의 특별감사에 주목했다. KBS PD협회원 505명이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촛불’을 제목으로 “시대의 어둠을 밝히며,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언론까지 바꾸는 힘입니다. 그 진정한 뜻을 ‘방송’에 담아내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광고는 누리꾼을 KBS로 달려 나오게 하는 첫 신호탄이었다. 이들은 “광고를 보고 울컥해서 KBS를 도우러 나왔다”고 목소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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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PD협회 소속 PD들이 11일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게재한 광고.

또한 누리꾼들은 “오늘 오후 7시 KBS 앞에서 촛불 띠잇기를 하자”는 아고라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보고 곧바로 직접 행동에 나섰다. 경기도 분당에서 지하철을 타고 1시간 30분이 걸려온 ‘허겁지겁’ KBS로 달려온 회사원도 있었고, 유모차를 끌고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온 ‘유모차 부대’도 있었다. 이들은 “공영방송 KBS를 수호하자”는 일관된 목표를 가지고 왔다.

이 기운은 고스란히 온라인으로 전해지며 확대 재생산됐다. 촛불집회가 절정에 달했던 13일, 누리꾼들은 진보신당 칼라TV, 아프리카, 프레시안TV, 참세상 등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KBS의 소식들을 접하며 의제를 공유했다.

“최시중은 물러가라, 유인촌은 양촌리로”

그렇다면 ‘쇠고기’에서 ‘KBS’로 확산된 의제, 시민들은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공유했을까. 이들은 언론정책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즉각적으로 행동했다.

먼저 KBS 특별감사에 대해 “KBS 표적감사, 뉴라이트 너네나 해”라는 냉소를 토해냈고, “최시중은 물러가라, 유인촌은 양촌리로”라는 구호를 구사했다. 시민들은 KBS 특별감사가 뉴라이트전국연합에 의해 이뤄진 것에 대해 비판의 화살을 겨눴고, 정연주 KBS 사장 사퇴압력과 공영방송 민영화 정책을 펴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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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리꾼들은 "KBS 표적감사, 뉴라이트 너네나 해"라고 꾸짖었다. ⓒPD저널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홈페이지를 통해 13일 오후부터 시작된 ‘최시중 탄핵소추’ 인터넷 서명운동은 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참했고, 아고라에서 받고 있는 ‘KBS 표적감사 반대서명’ 역시 목표인원 3만 명을 훌쩍 넘겼다.

이처럼 다채롭고 사그라지지 않는 촛불은 보수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13일 고엽제전우회 등 보수단체는 “친북좌파 방송하는 KBS 박살내자”며 항의집회 열었다. 소설가 이문열은 “쇠고기 (얘기)하던 사람들이 느닷없이 공영방송 사수라고 하면서 이상한 말을 하고 있지 않냐”며 이들의 행동을 전혀 이해를 하지 못했고,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본부장은 “촛불집회 해산을 위해 위수령을 발동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결정 때문에 일어난 촛불의 열기는 이제 ‘공영방송 KBS 사수’로 옮겨 붙었다. 현재 누리꾼들과 많은 시민들은 “이명박 정부는 언론을 장악하려 하고 있으며, 최시중 위원장이 그 중심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KBS 지키기와 최시중 위원장 퇴진이라는 상반된 운동이 동시에 전개되는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모.저.모.

최문순 민주당 의원 “앉아있을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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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문순 의원이 시민과 대화를 하고 있다. ⓒPD저널
MBC 사장 출신으로 이번 18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단 최문순 통합민주당 국회의원은 KBS 촛불집회에 5차례나 참석하며 시민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그는 “시민 자격으로 촛불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나왔다”며 “정 사장을 소환하겠다고 검찰이 밝히는 등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촛불집회에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공영방송 수장의 임기는 법으로 보장하라고 돼 있다”며 퇴진압력을 받고 있는 정 사장 임기는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다. KBS 본관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최 의원은 “노래해! 노래해!”라는 참가자들의 강력한 요청에 여러 차례 만류의사를 표시하다 ‘아침이슬’ 한 곡을 완창하며 화답하기도 했다.

KBS 직원들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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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PD들이 펼친 현수막. "고맙습니다. KBS의 주인은 국민입니다"라고 쓰여있다. ⓒPD저널

KBS 직원들은 촛불집회에 몰려든 시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KBS PD와 기자들이 “감사하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KBS 주변에 설치하자 시민들은 큰 소리로 “KBS”를 연호했다.

고우종 KBS 기술본부 차장은 “감개무량하다”고 말했고, 이강택 KBS PD는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럽다”고 말했다.

김경래 KBS <미디어포커스> 기자는 12일 아고라에 남긴 글을 통해 “국민들이 KBS를 지켜줄 만큼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지 뼈아프게 반성해본다”고 밝혔다.

김태욱 민변 변호사 “경찰, 불법주차 말고 차 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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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욱 변호사가 경찰 관계자에게 항의하고 있다. ⓒPD저널

KBS 앞 본관 계단에 촛불시위대들이 자리를 정렬하며 앉자 경찰이 바로 앞 도로에 전경차를 세웠다. 민변 소속인 김태욱 변호사는 경찰 책임자에 대해 도로교통법 위반이라며 차를 빼라고 항의했다.

김 변호사가 신분을 밝히며 항의하자 당황한 경찰관계자는 김 변호사와 5분여간의 실랑이를 벌이다 2대의 전경차를 이동했다.


원성윤 기자 socool@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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