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23 10:48

“YTN을 조중동으로 만들 참이냐”

[현장] 낙하산 사장 반대 촛불시위 YTN으로 번지다

“YTN을 조중동으로 만들 참이냐”
“MB의 낙하산 구본홍을 반대한다!”


‘촛불’이 YTN으로도 번졌다. 시민들은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특보를 지낸 구본홍 고려대 석좌교수의 YTN 사장 선임을 반대하기 위해 촛불을 들고 YTN 앞으로 모이고 있다. 구본홍 씨 사장선임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도 ‘시민들의 촛불’에 힘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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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후 7시 YTN 사옥 앞에서 개최된 제2회 공정방송 사수 구본홍 저지 YTN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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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홍 사장 선임을 반대하며 YTN 앞으로 모인 시민들
지난 9일 공정방송 사수 구본홍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한 YTN 노조는 20일 오후 7시 YTN 사옥 앞에서 ‘공정방송 사수 구본홍 저지 YTN집회’를 열었다. 17일 첫 집회를 가진 이후 두 번째다. 이날 집회에는 촛불을 든 시민 40여 명과 YTN 직원 50여 명이 함께 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와 전규찬 공공미디어 연구소 이사장, 이희용 한국기자협회 부회장, 김현석 KBS 기자협회장 등도 집회에 참석했다. 또 인터넷 개인방송 아프리카에서 촛불집회 생중계로 주목받고 있는 VJ ‘라쿤’(닉네임)도 현장에 나와 YTN 집회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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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TN 집회에 참석한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

노회찬 대표는 지지연설에서 “이명박 정부는 신문은 장악을 하지 않아도 듬직한 아들 3형제(조선, 중앙, 동아일보)가 지키고 있으니 방송을 장악하려고 나서고 있다”며 “그동안 KBS나 MBC에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 홍역을 치른 일이 많았지만 이번처럼 노골적으로 대통령의 특보 출신을 낙하산으로 임명한 예는 일찍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구본홍 씨를 꼭 기용하고 싶으면 청와대 홍보비서관으로 임명하지 왜 YTN 사장에 임명하느냐”고 말해 시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노 의원은 또 “이명박 정부는 100일만에 정권 말기적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100일 맞은 아이가 이마에 주름이 생기고 이빨이 흔들리고 있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노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은 이 사태를 안이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며 “국민의 상식과 어긋나고 민의를 배반한다면 YTN에 낙하산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청와대에 국민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갈 것”이라며 특유의 입담을 선보였다.

전규찬 공공미디어연구소 이사장은 “YTN이 약한 고리라고 하지만 결정적 고리”라며 “YTN을 MBC, KBS에서 떼어내 조중동과 연결시킨다면 한국사회 언론의 반을 장악한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전 이사장은 “황우석 사태 때의 끔찍한 악몽을 겪고 싶지 않다”며 “국민을 위한 서비스가 사장에 의해, 정권에 의해 억압·구속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희용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은 “기자협회 회원 모두가 여러분들을 전폭 지지하고 있다는 말을 해주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여러분이 낙하산을 막지 못하면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며 YTN 직원들을 향해 낙하산 사장 저지에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KBS 앞에서 촛불집회를 하는 시민들에게 커피와 라면 등을 무료로 제공해온 ‘다빈이 아빠’도 이날은 YTN 앞에 나와 시민들에게 커피를 제공했다.

그는 “촛불문화제에 계속 참석하다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느껴졌다”며 “갈 수 있으면 어디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 목표는 같다고 생각한다”며 “여기 모인 사람들이 모두 내 아이를 지켜주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뒤에서 커피와 라면을 해주는 것이 내 전투력의 최대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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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을 든 시민들에게 무료로 커피를 제공하는 '다인이 아빠'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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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아이가 잠든 유모차 위에 'YTN을 지켜주세요'란 문구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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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홍 사장 선임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집회에 참석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자유발언대에 오른 조인철 씨는 “모든 뉴스가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며 “특히 권력을 가진 사람들 쪽으로 흐르는 뉴스만 보게 된다면 이것만큼 끔찍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참여정부 초기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서동구 KBS 사장을 반대했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특보인 구본홍 씨에 대해서는 왜 침묵하고 있느냐. 이번에도 같은 잣대를 대야 한다”고 성토했다.

지난 16일부터 네 번째 집회에 참석했다는 최혜진(25) 씨는 “정부에 의해 언론이 장악되면 또다른 조중동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막기 위해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송에서 자꾸 촛불 수가 줄어든다고 하고, 냄비근성을 얘기해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나왔다”고 덧붙였다.

강소영(35) 씨는 “YTN이 무너지면 KBS 등 다른 언론사도 모두 무너지기 때문에 YTN을 지켜야 한다”며 “24시간 방송하는 YTN이 잘못 보도하게 되면 사람들이 그 보도를 사실이라고 믿을 우려가 있어 집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강 씨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처음 위원장이 될 때는 공정성을 지키겠다고 공언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며 “구본홍 씨도 YTN 사장이 되면 이명박 대통령의 시중만 들 것이고, 기득권층의 눈치만 볼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 씨는 마지막으로 이 말은 꼭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지만, 결코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이 반성하지 않는다면 단 몇 명이 남더라도 끝까지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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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방송 사수! 방송독립 쟁취!' 문구가 적힌 종이로 종이비행기를 접은 시민들의 모습

현덕수 YTN 노조위원장은 “권재원 씨가 처음으로 촛불을 들고 온 이래 많게는 50~60명이 정문을 메운 광경을 봤다”며 “한 명, 두 명이 모여 점점 늘어나는 촛불을 보니 많은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분들은 YTN 보도가 마음에 들기보다 비판의 목소리가 더 많았다”면서도 “그러나 24시간 내내 뉴스를 보도하는 YTN의 중요성을 알기에, 투쟁의 원칙을 지켜온 노조가 있기에 촛불을 들고 온 것”이라고 말했다. 현 위원장은 “YTN 보도에 대해 반성한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변화시키겠다는 것이고, YTN이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백혜영 기자 otili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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