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02 15:34

조중동의 ‘마리오네트’, 이명박 정부

조중동 아침 보도 저녁이면 정부 대책으로…언론계·학계 비판 “국민이 참언론 가릴 것”

가히 ‘조·중·동 천하’라 할 만 하다. 쇠고기 사태로 출범 100일도 지나지 않아 10%대 초반까지 지지율이 곤두박질친 이명박 정부가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 강조했던 국민과의 소통 대신 조·중·동의 지휘를 받아 난국을 타개하기로 마음먹은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조·중·동이 매일 아침 신문을 통해 촛불집회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지적하는 언론보도 등을 비판하면, 한나라당 지도부가 오전 회의에서 조·중·동이 제기한 문제를 그대로 언급하며 방안 마련을 주문하고, 오후가 되면 청와대와 정부에서 대책을 발표하는 양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당·정·청 지휘하는 조·중·동= 지난달 27일 <조선일보>는 1면 “청와대만 지키는 정권” 기사에서 “시위대가 조직적으로 <조선>과 <동아일보>사를 공격, 신문사 로고를 떼고 오줌을 누고 오물을 던지기도 했다”며 광화문이 한 달 넘게 ‘폭력의 해방구’로 방치돼 있음을 지적했다. <중앙일보>와 <동아> 역시 “공권력이 짓밟히고 있다”, “시위대 동아·조선일보 사옥 잇단 공격” 등의 기사를 1면에 나란히 게재했다.

같은 날 오전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선 시위대의 폭력성을 규탄하는 발언이 줄을 이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두 달 동안 계속된 촛불집회로 청와대는 진격의 대상이 됐고 법치주의는 폭력시위대들의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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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지도부는조·중·동이 제기한 문제를 그대로 언급하며 방안 마련을 주문하고, 오후가 되면 청와대와 정부에서 대책을 발표하는 양태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 열린 한나라당 초선 의원 워크샵 ⓒ한나라당 홈페이지
정병국 홍보기획본부장도 “경찰과 기자가 시위대에 두드려 맞고 상가가 문을 닫고 특정 언론사가 무차별 공격을 당하고 교통이 마비되는 상황을 방치하고선 국가 존재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며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 경찰은 물대포에 최루액을 섞는 방안과 함께 형광색소를 섞어 분사, 끝까지 추적·검거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한 번의 사례로 그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조·중·동이 지난달 26일자 신문에서 MBC <PD수첩> 번역에 참여했던 정지민씨의 “왜곡 보도” 주장을 대서특필하자 이날 한나라당 최고위원회는 검찰의 조속한 수사를 촉구했고 검찰은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즉각 별도의 전담수사팀을 구성, <PD수첩>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정부가 촛불집회 참여자를 이른바 ‘프로 시위꾼’과 일반 시민으로 구분해 대응하겠다고 밝힌 배경에도 조·중·동이 있다. 조·중·동은 지난달 23일자 신문 1면에서 “法 위에 시위대”, “‘주말 촛불’ 다시 폭력으로 변질”, “주말촛불 격렬 시위” 등 과격시위 양상을 부풀려 보도하며 촛불의 중심이 일반 시민에서 ‘프로 시위꾼’으로 넘어갔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같은 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촛불시위에 10% 정도 시민이 있는 것 같고 나머지는 프로들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 쇠고기 정국을 이용해 일부 프로들이 반미 정치투쟁을 전개하는 것은 불행한 일”(홍준표 원내대표)이라고 공세를 폈고, 어청수 경찰청장은 곧바로 “일반 시민들은 순수한 목적으로 했는데, 폭력단체들 때문에 촛불집회가 완전히 변질됐다”며 분리 대응 방침을 내놨다.

검찰이 누리꾼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조·중·동 광고주 압박 운동 수사도 같은 방식으로 전개됐다. 조·중·동은 지난달 19일자 신문에서 일제히 광고주 압박운동이 기업 활동을 침해한다고 비판하면서 불법을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다음날 “조·중·동은 안 보겠다는 것은 자유이지만 무차별적 협박전화는 문제로 방기할 수 없다”(정병국 홍보기획본부장)고 문제를 제기했고, 이날 오후 김경한 법무장관은 인터넷 범죄 수사 착수를 검찰에 지시했다. 결국 피해자의 고소·고발이 없음에도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상태다.

이와 관련해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조·중·동과 현 정부는 내통한 관계라 할 수 있다”며 대통령의 스피치라이터(Speech Writer:연설문 작성자) 역할을 <중앙> 수석 논설위원 출신의 김두우 정무기획비서관이 담당하며 <동아> 논설위원 출신의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과 <조선> 부국장 출신의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정부의 입노릇과 함께 언론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을 꼬집었다.

김 교수는 “조·중·동의 주장이 과하다는 것은 정부도 알고 있을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절박한 상황을 극복하려면 그들과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며 시민들은 어떤 보도가 진실인지 아닌지를 알게 됐다. 정부가 하루 빨리 미몽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한겨레·공영방송도 배후?= <조선>은 한 발 더 나가 공영방송과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의 정신을 긍정하는 <경향신문>, <한겨레> 등 진보 성향의 언론까지 배후로 지목하기 시작했다.

<조선>은 지난달 30일자 신문 6면 “폭력시위 거의 보도 안하는 방송”에서 “KBS와 <한겨레>, <경향>이 경찰의 과잉 진압은 비판한 반면 촛불시위대의 불법 폭력시위를 정당화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논란”이라면서 일방적 보도에 시청자 등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의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이재국 <경향> 정치부 차장은 1일자 신문 30면 “경향신문 기자로 산다는 것”에서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을 감시·견제·비판하는 언론의 사명이 정권의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춤 춰선 안되는 법”이라며 “‘미디어 전쟁’이라 할 정도로 언론들이 발가벗고 마주선 지금의 양상은 오히려 언론의 ‘옥석구분’의 기회이기도 하다. 어떤 언론이 진실을 외면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행태만을 침소봉대해 본질을 호도하는지 국민과 독자가 가려달라”고 당부했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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