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 시즌2'에 해당되는 글 15건
- 2009/07/15 “유희열·배철수를 좋아하는 DJ 윤희랍니다”
- 2009/07/01 “부모들의 놀이터 될 수 있는 바로 이 곳”
- 2009/06/25 “저 깐깐한 사람 아니에요~”
- 2009/06/18 “‘여성시대’는 인생이란 학교의 커다란 스승”
- 2009/06/10 “‘세계음악’ 꽃가루 실어 나르는 벌이 됐으면”
- 2009/05/20 정지영·유희열을 듣던 소녀, DJ가 되다 (2)
- 2009/05/13 “청취율 1위? 우린 정말 잘 하거든요!”
- 2009/04/22 “다양한 느낌의 DJ가 되는 것, 제 목표예요!”
- 2009/04/15 “천의 목소리, 두 사람이 만나면 OK”
- 2009/04/01 “나는 다 재밌어. 가수도, 배우도, DJ도” (2)
- 2008/12/03 김성주 "사랑하는 방송을 하고 있는 지금, 행복합니다"
- 2008/11/11 가수 유희열 "KBS 가을개편, 비상식적인 일" (32)
- 2008/07/21 “청취자들과 숨 쉴 때 보람 느껴요”
- 2008/06/19 “스포츠와 사랑에 빠진 여자랍니다”
- 2008/05/19 “듣보잡? 13년째 시사풍자 개그 외길” (4)
[라디오스타 시즌3] (17) CBS FM ‘허윤희의 꿈과 음악 사이에’ DJ 허윤희
최근 라디오 팬들 사이에서 CBS 음악FM((93.9㎒)에 대한 인기가 드높다. 아이돌 스타들을 위시한 토크쇼를 표방하는 타사 라디오 프로그램과 달리 정통 음악채널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기 때문이다. 1970~90년대 가요에서 팝을 꾸준히 고수하며 최근 라디오 청취율로는 ‘대박’ 기준치에 달하는 3%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라디오의 ‘꽃’이라고 불리는 밤 10시대를 책임지는 CBS FM 〈허윤희의 꿈과 음악 사이에〉(연출 정한성)는 말로 가득찬 이 시간대에 있는 음악 팬들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다. 특히 8090세대들이 좋아할만한 가요들을 2시간 동안 그녀의 고즈넉한 음색으로 소개한다. 신승훈, 김건모, 이기찬, GOD, 임창정 등 이제는 추억이 된 가수들도 스피커와 이어폰을 통해 등장한다.
◇ 300대 1 경쟁률 뚫은 음악전문 DJ
허윤희 씨는 2006년 CBS에 음악전문 DJ로 뽑혔다. 경쟁률은 300대 1이였다. 당시로서는 생소했던 제도였다. 허 씨는 “경기방송에서 리포터와 DJ로 활동해오다 CBS에서 특이한 기회가 있어 지원했다”면서 “1년 넘게 심야 음악프로그램을 진행한 게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오후 4시대 〈가요 속으로〉를 거쳐 2007년 1월 1일, 지금의 〈꿈과 음악 사이에〉로 안착했다. 나긋나긋, 조용조용. 눈물을 그친 듯한 그의 목소리는 듣고 있는 사람에게 위안을 준다. 노련한 듯 차분해 보이는 이 DJ의 진행을 듣는 청취자들은 남자들에게는 누나 같은, 여자들에게는 언니 같은 매력을 느끼게 한다.
| ▲ CBS FM <허윤희의 꿈과 음악 사이> DJ 허윤희 ⓒ중앙일보 권혁재 기자 | ||
이어폰을 소맷자락에 감추고, 귀에다 가져대는 모습이 영락없는 여고생 같아 보인다. 그녀는 서른의 나이를 바라보는 나이다. 진행자로서 많다고 볼 수는 없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어머니가 언니라고 호칭을 부르는 게 처음에는 낯설기도 했단다. 하지만 그는 “라디오는 상상의 매체”라면서 “갖고 있는 이미지를 깨뜨리고 싶지는 않다”며 라디오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싶어했다.
◇ 유희열·배철수에게 사연 보내 당첨되기도
인터뷰 중 그는 뜻밖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바로 그가 좋아하는 가수 유희열이 진행하는 KBS FM 〈라디오 천국〉에 사연을 보낸 것. 타방송사 DJ라는 신분은 밝히지 않고 사연을 보냈는데, 뜻밖에도 당첨이 됐다는 것이다. 음악퀴즈가 나온 MBC FM 〈배철수의 음악캠프〉에는 답을 보내 상품을 타기도 했다. “이거 반칙 아니냐”고 기자가 우스갯소리로 물어보자 그는 “‘설마 될까’하는 심정으로 해봤는데, 덜컥 됐다”며 “청취자일 때는 한 번도 된 적이 없었는데…”라며 웃었다. 그런데 막상 선물이 늦게 오더란다. 그는 “상품이 늦게 오면 재촉하는 청취자들의 심정이 십분 이해가 됐다”며 폭소를 터뜨렸다.
그렇게 허 씨는 라디오를 좋아했던 한 소녀에서 이제는 DJ 5년차를 맞이한 진행자가 됐다. 제법 적응될 법도 하지만 그는 “매일 매일 긴장의 연속”이라는 답을 내놓는다. “유난히 긴장을 많이 해요. 처음에는 TV가 아닌데도 앞이 하얗게 보일 때도 있었거든요. 이제는 어느 정도 긴장을 즐길 수 있을 정도가 됐어요.”
학창시절 친구들 앞에 나서는 것도 떨려했던 그였지만, 당시에도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건 그의 몫이었다. 라디오 DJ로서 그가 건네는 위로의 인사가 진실해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최근에 사연을 보면 살기가 힘들다는 게 피부로 느껴져요. 예년보다 취업도 어렵고, 해고 됐다며 보내는 가슴아픈 사연들이 많아졌거든요. 그런 분들에게 친구처럼 마음을 다하면서도 가르치지 않는 위로를 전해주고 싶어요.”
원성윤 기자
socool@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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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시즌3] ⑮ EBS FM ‘라디오 멘토-부모’ MC 박선화
| ▲ EBS FM <라디오 멘토-부모> 홈페이지 ⓒEBS | ||
그래서일까. EBS FM 〈라디오 멘토-부모〉(연출 김명세·한진숙, 오전10시, 이하 라디오 멘토)가 제시하는 부모 역할에 대한 조언은 소중하게 느껴진다. ‘부모’라는 역할이 부여되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여러 문제들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통해 상담 받는 부모교육 멘토링을 접목시킨 최초의 라디오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EBS 자체 집계 청취율에서 지난 5월 단숨에 1위를 기록하는 등 자녀를 둔 부모에서부터 예비 부모들까지 청취자들의 반응은 무척이나 뜨겁다.
◇ 육아, 학습, 건강, 부부갈등…부모는 고생이 많다
매일 오전10시. 아침의 부산스러움이 떠난 뒤 남는 공허한 집에 〈라디오 멘토〉의 목소리가 전해진다. 주부들과 직장인까지 라디오를 켜고 하나 둘씩 모여든다. 방송 시작을 알리는 시보와 함께 모두들 ‘출첵~’(출석체크의 줄임말) ‘방가방가’ 등 아기자기한 문구들을 EBS 라디오 ‘반디’ 게시판에 보내며 MC 박선화 씨에게 인사를 보낸다. 아기를 안고, 한손으로 자판을 치는 주부에서부터 회사에서 몰래 라디오를 듣는 아버지들까지 각양각색이다.
왜 인기가 많을까. MC 박선화 씨는 “교육 멘토들이 나와서 단순히 정보를 주는 게 아니라 어떤 마인드를 심어준다”며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 때문이지 않을까”라며 나름의 이유를 설명했다.
| ▲ EBS FM <라디오 멘토-부모> MC 박선화 씨 ⓒPD저널 | ||
그렇지만 틀에 박힌 덕담식의 해법은 지양한다. 기존의 프로그램들이 부부갈등과 고부갈등을 동시에 겪고 있는 주부에게 으레 주부의 편을 들어주며 시댁을 비판하는 식이였지만, 〈라디오 멘토〉는 본인의 문제점은 없는지 돌아볼 것을 권하면서 장기적인 상담을 받을 것을 권유한다. 수능에서 낙방해 5수를 준비하려는 자녀를 둔 부모에게 따뜻한 격려와 힘을 보태면서도 냉철하게 현실을 돌아보고, 다른 선택을 통한 해법을 모색할 것도 권고하며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조언한다.
딱딱해 질수도 있는 프로그램을 누그러뜨려 주는 것은 바로 MC 박선화 씨 덕분이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박선화 씨는 부모로서의 고단함을 청취자들과 웃음으로 함께 나누고, 멘토들의 조언을 편안하게 전달하는 ‘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녀를 키우는 엄마, 아빠들과 수다를 떨고 놀면서도 배움도 있고, 감동도 있다”면서 “이들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쏘아준다고 생각하면서 항상 방송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하루는 아이를 혼내지 않았어요’라고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을 볼 때 긍정의 에너지가 전달됐다며 기뻐하곤 한다.
◇ “자녀교육, 기다려 줄 수 있는 욕심 가져야”
〈라디오 멘토〉의 MC 박선화 씨는 1993년에 방송을 시작한 베테랑이다. 아들 태영이의 육아와 대학원 진학 기간을 빼고도 고스란히 13년이라는 시간을 방송에 쏟아부었다. 가수 이문세와 함께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금요스페셜 고정코너 진행했고, MBC 〈화제집중〉, 〈장학퀴즈〉, EBS 〈책, 내게로 오다〉와 같은 교양 프로그램과 SBS 〈한밤의 TV연예〉와 같은 연예 정보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하지만 〈라디오 멘토〉만큼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은 없었다며 프로그램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TV는 일방적인 느낌이 많이 들지만 라디오는 서로 소통한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사연을 읽어도 대충 읽는 게 아니라 그 입장에서 읽어보고요. 그리고 바로 청취자들의 반응이 오니까 ‘아! 이 사람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구나’하면서 느낄 때가 많죠. 그래서 저는 프로그램에 푹 빠져 살아요.”
끝으로 그는 “방송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자녀 교육은 기다림이라는 것이다. 혹자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욕심은 갖되 기다려 줄 수 있는 욕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자식을 잘 키운 부모들의 공통점을 자녀의 능력을 믿고,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칭찬과 관심을 주면서 기다리면 언젠가는 기대에 부응한다는 것. 바로 그의 자녀 교육에 대한 가치관이기도 하다.
원성윤 기자
socool@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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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시즌3] ⑭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 DJ 최화정
왠지 모르게 깐깐할 것 같다. 결코 쉬워 보이는 인상은 아니다. 그런데 그 어떤 매체보다 ‘편안함’을 필요로 하는 라디오를 벌써 14년째 진행하고 있다. 방송은 이미 4500회를 훌쩍 넘겼다. SBS 파워 FM 〈최화정의 파워타임〉(월~일 낮 12시, 이하 ‘최파타’) DJ 최화정이다.
“안녕하세요~최화정이예요”. 특유의 콧소리와 하이톤은 나른한 오후 시간대 청취자들에게 힘을 주는 데 최적이다. 듣는 이의 기분까지 좋게 만드는 그의 목소리는 누구나 한 번쯤 시도해보는 ‘개인기’가 된 지 오래다.
| ▲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 ⓒSBS | ||
“연하를 만난다고 앞머리 자르고 미니스커트 입고, 반대로 연상을 만난다고 니트를 입는 것은 아니지 않아요?”
상황에 따라 억지로 누군가에 맞추기보다 ‘나 자신’이 되는 것. 그것이 14년 동안 그가 꾸준히 낮 12시대 DJ 자리를 지킨 비결이다. 그는 일부러 최신 유행을 공부하는 식의 인위적 노력을 하기보다 그냥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예쁜 척 하는 방송”을 싫어하고, “구두 예쁘게 신으세요” 같은 남세스러운 멘트도 못하지만, 솔직함과 편안함을 무기로 청취자들에게 다가간다. 호기심 많고, 선입견 없는 평소 성격은 게스트와의 거리를 줄여주는 데 더없이 좋게 작용한다.
“예전에 윤여정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너 자신이 되는 것이 가장 예쁘다’. 제가 전지현보다 예쁘지는 않지만, 저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는 거잖아요. 저답게 하려고 하는 것, 그게 경쟁력인 것 같아요.”
다른 방송에서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끌어내려면 게스트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은 필수다. 물론 이는 DJ의 몫. 최화정은 ‘온에어’ 불이 켜지지 않을 때도 놓치지 않는다. 노래가 나가거나 광고가 흐를 때도 게스트와의 수다는 계속 되고, 방송에서 보여지는 이미지와 다른 그녀를 보며 게스트들은 이내 긴장을 풀어버린다. 특히 ‘욕’ 한 번 툭 내뱉으면 바로 무장해제다.
“예쁜 말, 바른 말만 할 것 같지만 제가 욕을 좀 잘해요(웃음). 그러면 굉장히 많이들 풀어지더라고요. 노래가 나가는 동안 이성 친구 얘기를 물어보기도 하고, 불편해서 잘 물어보지 못하는 스캔들도 전 그냥 편하게 물어봐요. 그게 14년 동안 라디오를 하면서 쌓인 노하우인 것 같아요. 나중에 꼭 연락한다며 전화번호를 알아가는 아이돌 그룹도 많답니다.”
| ▲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 DJ 최화정 | ||
“이번에 연극을 하면서도 느꼈지만, 똑같은 작품을 공연해도 관객 분위기나 그날 상태에 따라 매번 진짜 다르거든요. 라디오도 마찬가지예요. 사람들은 매일 똑같은 걸 똑같은 시간에 하는 것이 지겹지 않느냐고 하지만, 저는 매번 ‘다른’ 방송을 하고 있어요. 신기하게도 12시 시그널이 울리면 그날에 맞는 분위기가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청취자 여러분들도 제 방송을 들으시는 거겠죠.”
SBS 라디오가 개국한 1996년부터 지금까지 14년을 쭉 〈최파타〉를 진행해온 그는 예전엔 미처 몰랐지만, 지금은 청취자들이 원해야 방송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도. “시간이 흐를수록 경쟁이라는 것을 많이 느낀다”는 그는 “내가 원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앞으로도 오랫동안 DJ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DJ로서의 욕심은 크지 않다. 그저 〈최파타〉를 듣는 두 시간 동안 청취자들의 기분이 좋아진다면, 그것만으로 족하다.
“제 목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바로 그거예요. 다른 콘셉트도 갖고 싶지만,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건 기분 좋은 방송인 것 같아요. 힘들 때 제 방송을 들으면 힘이 난다든지 기분이 좋아진다든지 하는 그 정도면 전 만족합니다. 〈최파타〉를 들으면서 청취자들이 ‘아~기분 되게 좋다’ 그렇게 느꼈으면 좋겠어요.”
백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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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시즌3]⑬MBC 표준FM ‘여성시대’ 양희은
청바지 차림에 통기타를 들고 ‘아침이슬’을 부르던 양희은은 70년대 청년문화의 아이콘이었다.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났다. 세월은 그의 날렵한 몸을 풍만하게 만들었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후배들을 호령하는 ‘카리스마 언니’로 주목받게 했다. 그러나 단 하나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목소리. 세월도 그의 맑고 또렷한 목소리만큼은 비켜갔다. 그래서 40여년이 지나 다시 듣는 ‘상록수’는 여전히 힘이 있고, 청취자들은 그 목소리에 위로를 받는다.
그렇게 매일 아침 MBC 표준FM(95.9㎒) 〈여성시대〉를 통해 청취자들을 다독이고 위로를 건네기를 10년. 그 공을 인정받아 양희은은 지난 11일 〈두시 만세〉의 노사연과 함께 MBC 라디오 ‘브론즈 마우스’를 수상했다. ‘브론즈 마우스’는 MBC가 자사 라디오 프로그램을 10년 이상 진행한 DJ에게 주는 상이다. 양희은은 “〈여성시대〉는 인생에서 가장 거대한 학교로부터 정말 겸손하게, 자세를 낮추고 배우는 법을 가르쳐줬다”며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세상을 알아가는 데 있어 가장 큰 스승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구한 사연 읽으며 눈물 참는 법? “미리 울죠”
양희은은 1999년 5월, 당시 진행자였던 배우 손숙의 빈자리를 메운 ‘대타’로 〈여성시대〉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러다 손숙이 환경부 장관으로 발탁되면서 그해 6월 7일부터 〈여성시대〉의 안주인으로 입성했다.
| ▲ MBC 라디오 '여성시대'의 양희은 ⓒMBC | ||
“두 날 빼고는 매일 청취자 여러분 곁에서 방송을 할 수 있었어요. 갱년기와 더불어서 〈여성시대〉 사연이 너무너무 무겁고 체기처럼 늘 얹혀 있어서 5년 동안은 너무 괴로웠어요. 5년이 지나면서부터는 상담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상담을 듣기에 남들의 고되고 힘든 사연을 들으면서도 웃고 살아갈 수 있는지를 배웠습니다.”
그의 말대로 〈여성시대〉에 전해지는 사연들은 대개 기구하다. 개중에는 일상 속에서 소소한 기쁨을 전하는 이들도 있지만 가족 때문에, 가난 때문에, 병 때문에 고통 받고 괴로워하는 이들이 더 많다. 사연을 읽는 DJ나, 청취자들이나 눈물을 참기 힘들기는 마찬가지. 그래서 그는 일찌감치 스튜디오에 와서 미리 사연을 읽으며 한 바탕 눈물을 쏟고 방송을 한다.
“처음 읽을 때 같으면 방송 못해요. 호흡도, 발음도 엉망인데. (눈물을) 참으려고 하면 두통이 심하거든요. 정확한 발음과 전달이 우선이기 때문에 미리 울고 슴슴하게 가는 편이죠.”
많은 사연들 중에서도 유독 기억에 남는 주인공이 있다. 암으로 투병하다 숨진 고 추희숙씨다. 어린 시절 공장에서 일하며 어머니와 남동생을 부양한 그녀는 결혼해서 살만해지니까 암에 걸렸다. 몸 전체에 통증이 퍼져 고통스러웠을 텐데도 그녀는 사흘마다 〈여성시대〉에 편지를 보냈다.
양희은은 “육성, 필체, 그 분이 남긴 아들 희제까지도 다 기억난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2002년 1월 가수 데뷔 30주년 기념앨범을 희제 엄마 추희숙씨를 위한 음반으로 만들었다. 주위 사람들이 만류했고, 연주자들도 싫어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 땅의 누이들에게 한번은 꼭 바치고 싶었다”고 말한다.
“60년대부터 어느 집이나 누이가 희생돼서 돈 벌고 학교 졸업한 오빠, 남동생 나온 밑받침 된 게 공단의 누이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30주년 앨범은 그 분 개인에 바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 땅의 모든 딸들에게 바치는 음반으로 만들었습니다.”
라디오와 함께 한 30년, 콘서트와 바꾼 방송
〈여성시대〉 DJ로 10년이 지났지만, 사실 양희은이 라디오와 함께 한 세월은 훨씬 오래 됐다. 노래를 시작하면서부터 자신의 이름을 딴 프로그램을 진행한 그는 미국에 떠나있던 때를 제외하면 무려 30년을 라디오와 함께 보냈다.
“1971년 10월부터 라디오를 진행했어요. 어린 날에는 초저녁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다가 30대가 되어선 오후 2~4시나 4~6시대를 맡았죠. 우리 세대는 오락거리가 많은 세대가 아니잖아요. 인생의 오리엔테이션을 라디오로 했죠.”
| ▲ MBC 라디오를 10년 이상 진행한 공로를 인정받아 양희은과 노사연이 지난 11일 MBC로부터 '브론즈마우스'를 수상했다. ⓒMBC | ||
“콘서트 작업량이 많아요. 연습까지 치면 반년에서 8개월 정도를 연습하는데, 괴로운 건 겨울철 공연이에요. 눈이 많이 오면 MBC 분장실에서 자야 하나 싶죠. 그래서 어쩔 땐 공연을 안 하기도 해요. 나이가 들면서 공연하고, 아침 방송을 하는 게 체력 안배에 신경을 써도 힘드네요. 아침 방송과 저녁 공연을 같이 하는 게 숙젭니다.”
콘서트와 방송을 병행하는 강행군도, 힘들었을 갱년기도 그는 견뎌냈다. 이대로 라면 지난 10년처럼 앞으로 10년도 거뜬할 것만 같다. 그래서 MBC 라디오를 20년간 진행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골든 마우스’에 도전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어우, 못 해요”란 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계획 세우며 살지 않아요. ‘브론즈 마우스’도 받으려고 했으면 오래 못 했을 겁니다. 그냥 매일 나와서 방송한 거예요. 오면 오는 거고, 가면 가는 거고, 그 뿐 아니겠어요?”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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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시즌3] ⑫ EBS ‘세계음악기행’ DJ 가수 이상은
비행기는 세계 곳곳을 누빈다. “웽”하는 프로펠러 소리를 힘차게 낸다. 타악기 퍼커션의 흥겨운 리듬이 펼쳐지는 삼바의 나라 브라질에서부터 시부야케이의 일본, 유럽의 애시드 재즈까지. 매체에서 좀처럼 접하기 힘든 월드뮤직이 펼쳐지는 이곳, 바로 EBS FM 〈세계음악기행〉(연출 방성영)이다. 런던, 뉴욕, 오키나와 등 해외에서 음반작업을 주로 하는 가수 이상은이 지난 5월부터 DJ를 맡았다.
가수, 화가, 사진가, 시인 등 같은 듯 다른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이상은. 그에게 라디오는 각별한 존재다. 아니,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해 준 매개체라고 해도 무방하다. ‘담다디’로 강변가요제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1988년, 그는 MBC FM 〈FM 대행진〉을 거쳐 황금 시간대인 밤 10시 〈밤의 디스크 쇼〉에 전격적으로 발탁됐다. 19살의 나이를 감안하면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 “내게 라디오는 스승…참 많은 걸 배워”
| ▲ EBS <세계음악기행> DJ 가수 이상은 ⓒPD저널 | ||
이후 그의 음악세계도 크게 변하게 된다. 1, 2집을 연달아 히트시키고, 그는 홀연히 모든 국내 활동을 중단하고, 뉴욕으로 떠난다. 3집 ‘더딘 하루’(1991)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작사, 작곡, 연주, 녹음에까지 이르는 모든 과정을 혼자서 작업하게 된다. 이후 ‘공무도하가’ ‘언젠가는’ ‘비밀의 화원’ 등 색깔 있는 음악들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선보였으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여성아티스트로 국내외에서 소개되기에 이르렀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도 , 〈세계음악기행〉 청취자들도 프로그램에 거는 기대가 많다. 이상은은 “좋은 음악을 깊이 있고, 월드뮤직을 다루기 때문에 저 스스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맡은 지 한 달가량 됐는데 이제 안정기에 접어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상은은 대부분의 뮤지션들이 라디오 DJ를 도맡아 하는 현상에 대한 단상도 밝혔다. “일본이나 외국의 경우 아티스트들이 DJ를 많이 하는 경우 없어요. 에이브릴 라빈이 DJ 하는 거 보셨어요. 한국은 마치 탤런트들이 드라마 하듯이 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일까. 음악가들이 라디오를 하는 게 장점이 많아 보여요. 그래서 저도 잘 선택한 것 같아요.”
◇ “최근의 라디오, 인스턴트 식품 같아 씁쓸”
이런 이상은에게 음악은 밥보다 더 소중한 존재다. 국내에서도 해외에서 길가다 무심코 들른 레코드 가게에서 CD를 고르며 기쁨을 누리는 그에게 월드뮤직을 찾는 것은 인생의 기쁨이다. “빵 먹을 돈을 아껴서 CD를 산다”는 그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진다. 때문에 그는 최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들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다.
“최근 라디오 음악들을 듣고 있으면 대량 생산되는 인스턴트식품을 먹고 있는 것 같아요. 팝 프로그램도 정형화 돼 있어요. 기계로 찍어내는 비트가 가득한 음악들은 들어도 남는 게 별로 없어요. 반면 월드뮤직은 정성스럽게 손으로 만든 음식 같아요. 영양가 있잖아요. 저희 프로그램도 그런 면에서는 한정식 집 같죠? (웃음)”
◇ “난 개척자 같은 의무감 있어”
웃으면서 말하지만 미간을 찌푸리며 말하는 그의 표정은 자못 심각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많이 경직돼 있는 것 같아요. 남미의 아버지들은 딸들이 춤을 못 추면 울어요. 그만큼 유흥을 즐기거든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좋은 의미로 부지런하지만, 취미도 없고 놀 줄도 몰라요. 문화예술 쪽도 좋은 게 많은데…. 인간개혁·개조가 일어나야 되지 않나 생각해요.”
한국에서 여성 아티스트로의 삶은 어떤 의미일까. 이상은은 “2, 3번째 삶을 살겠다는 것 보다는 뭘 해도 첫 번째이고 싶었다”면서 “개척자 같은 의무감이 있다. 꽃가루를 실어 나르는 벌처럼 다른 나라의 좋은 것들을 우리나라에 계속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이번에 이상은이 또 무슨 일을 벌였구나. 깜짝이야’하는 느낌이 좋다”면서 “팬들의 기대를 늘 배신하고 싶다”며 내년에 발매될 14집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원성윤 기자
socool@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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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시즌3 ] ⑩ MBC FM4U ‘푸른밤, 문지애입니다’
| ▲ 문지애 MBC 아나운서 ⓒPD저널 | ||
2006년 MBC에 입사한 문지애 아나운서는 또래 아나운서들보다 유독 라디오와 인연이 많았다. 입사한 이듬해부터 <뮤직 스트리트>(새벽 3~4시) DJ를 맡아 2년 넘게 진행했고, 한때는 다른 프로그램 게스트로 매일 라디오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가 처음 라디오를 맡을 때 아나운서 선배 한 명은 조언했다. “라디오는 속일 수가 없어. 너의 밑바닥까지 다 드러나는 게 라디오야. 모든 게 드러나는 데 거부감이 있으면 하지 마.”
문 아나운서는 금세 이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라디오는 꾸밀 수가 없어요. 지어낸 멘트는 바로 탄로 나고, 일관성이 없어도 금방 지적이 들어오죠.” 그만큼 그는 느낀 대로, 생각한 대로 얘기하려고 노력했다. 스물일곱, 아직 깊게 공감할 수 있는 청취자 사연이 많지 않은 ‘어린’ 문지애 아나운서지만 ‘잘 될 거예요’라는 공허한 응원보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청취자들의 사연에 답하려고 한다.
음악 소개도 마찬가지다. 그는 “뮤지션 출신 DJ보다 음악적 소양이 부족한 게 사실이죠. 그분들이 음악적 지식을 전달한다면, 저는 ‘이 노래 참 좋죠? 길이 막힐 때 차에서 이 음악을 들으면 참 좋아요’라고 소개하는 식이죠”라고 말했다. (문 아나운서는 하림, 이지형, 루시드 폴 등 “귀에 대고 속삭이는 듯한” 음악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렇게 자신을 내보이고, 청취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그는 라디오 진행을 즐길 수 있게 됐다. 특히 문 아나운서는 “둘만 얘기하는 것 같고, 느긋하게 호흡할 수 있는” 심야 프로그램에 매력을 느꼈다.
‘뮤직 스트리트’에서 ‘푸른밤’ 문 DJ로
<푸른밤> 진행을 맡은 지 한 달여. 같은 심야 프로그램이지만 <뮤직 스트리트>와는 다른 점이 많다. 우선은 참여도. 문지애 아나운서는 “<뮤직 스트리트> ‘우리끼리’라는 아기자기한 느낌이 있었는데, <푸른밤>은 워낙 많은 사람들이 듣는 시간대이고 생방송이다 보니 청취자들의 반응이 시시각각 올라온다”고 말했다. 생활패턴도 달라졌다. 매일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출근해 오후 6시까지 근무하던 문 아나운서는 <푸른밤>을 맡게 된 후 오후 6시 출근, 새벽 2시에 퇴근하는 ‘올빼미족’이 됐다.
처음 <푸른밤>을 맡게 됐을 때 문 아나운서는 걱정이 앞섰다. “지금까지 성시경, 알렉스 등 남자 뮤지션들이 진행했고, DJ에 대한 애정이 유별난 프로그램에 처음 투입되는 여자 아나운서를 과연 반겨줄까”하는 생각에서다. 간혹 점잖게 “솔직히 ‘알군’을 잊을 수 없어요. 온 마음으로 맞이하지 못해 미안해요”라는 여성 청취자도 있었지만, 많은 청취자들은 이내 그를 <푸른밤>의 ‘문 DJ’로 받아들였다. “이제 나만의 DJ가 아닌 것 같아 서운하다”는 <뮤직 스트리트> 애청자들이 그를 따라 <푸른밤>으로 둥지를 옮긴 경우도 꽤 있었다.
게스트가 출연하는 코너가 여럿 있지만 <푸른밤> 청취자들이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순서는 목요일 ‘우리 애가 달라졌어요.’(‘애’는 문 아나운서의 애칭!) 말 그대로 문지애 아나운서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코너다. 그는 이 시간만큼은 나긋나긋한 말투를 잊고 ‘코믹한 끼’를 발휘한다. 느끼한 음악이 깔리면서 그가 입을 연다. “여러분~ 하이루 방가방가 ‘애 카페’ 얼굴마담 문양 왔어요. 오늘이 로즈데이라죠? 매혹적인 장미향이 오감을 자극하지 뭐에요? 음~ 스멜.”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같은 방송 <박명수의 두 시의 데이트>(오후 2~4시)의 금요일 게스트로 박명수와 호흡을 맞추면서 ‘은근히’ 웃기는 문 아나운서의 재주는 애청자들 사이에서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예상치 않게 코믹한 것이 문지애 아나운서의 색다른 면이라면, 그의 또 다른 면은 시사프로그램 <PD수첩>에서의 이미지다. 종종 “목소리가 차갑다”는 소릴 듣는 것은 <PD수첩>의 내레이션 탓이 크다.
문지애 아나운서에게 <PD수첩>과 라디오는 ‘사람 얘기’를 한다는 점에서 같다. 그는 “<PD수첩>은 거대담론을 이야기 하는 편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소소한 일상의 문제점을 짚기도 한다”면서 “목소리 톤이나 표정 등 표현하는 방법이 다를 뿐 사람 이야기를 하는 것은 라디오와 똑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아나운서는 꾸준히, 오랫동안 라디오를 하고픈 바람을 갖고 있다. 나이를 먹고, 경험을 많이 할수록 청취자들의 사연에 더 깊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오늘 하루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고민을 했는지 나눌 수 있어 좋아요”라며 라디오 DJ의 매력을 설명하는 문지애 아나운서의 표정은 행복해보였다. 어쩌면 “사연을 보냈을 때 가장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DJ가 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훨씬 앞당겨 이뤄지지 않을까.
김도영 기자 circus@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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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시즌3] ⑨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
| ▲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 ⓒSBS | ||
동시간대 청취율 1위를 자랑하는 SBS 파워FM(107.7㎒) 〈두시탈출 컬투쇼〉(연출 은지향, 오후2시)에는 그들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다. 청취자들에게 나긋나긋 이야기를 건네던 우리가 흔히 접하던 라디오 DJ들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중독성이 강하다. 컬투에 철저하게 훈련을 당한 청취자들은 쉽게 다른 채널로 넘어가지 못하는 이유다.
◇ 방청객과 함께 호흡…3년 동안 2만8000명 다녀가
3주년을 맞이한 〈컬투쇼〉는 라디오로는 최초로 매일 방청객과 함께하는 ‘공개방송’ 형식을 도입했다. 그동안 2만8000명에 달하는 방청객들이 다녀갔다. 매일 30명이 꽉 들어차는 라디오 스튜디오에는 객석이 모자라 바닥에 방석까지 깔고 앉아야 하지만, 누구하나 인상을 찡그리는 사람이 없다. 서로 웃고 떠들면 서로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2시간을 밀도 있게 채워나간다.
하지만 초기에만 해도 성공여부는 불투명했다. 홍보도 안한 상태였고, 초기에는 작가들과 매니저들이 객석을 채웠다. 그러나 1주일 만에 객석은 방청객들로 가득 메워지기 시작했다. 정찬우는 “애가 울든가 전화가 온다든가 실수 아닌 실수가 나타날 때 그냥 그대로 내보낸다”며 “관객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리얼한 느낌을 보여주는 게 라디오를 살아있게 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종이 넘기는 소리마저도 조심했던 지난날의 라디오를 떠올려보면 이는 ‘파격’에 가깝다. 정찬우는 “라디오가 상상의 매체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보는 게 아니기 때문에 듣는 사람들은 그 안에서만 웃기는 상황에 대해 궁금증을 갖거나 색다른 것들이 있죠. 웃음소리가 나오면 여럿이 같이 듣는 것 같거든요.”
| ▲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 ⓒSBS | ||
사연을 보내달라는 시간이 되면 컬투와 방청객은 한 몸이 된다. 컬투가 “샵(#)에 일공칠칠(1077)!”을 외치면 방청객들은 “50원~!”하고 방청객들은 목이 터져라 외친다. 월요일의 고정코너 ‘돌아온 히어링의 왕’에는 팝송을 틀어놓고, 우리말로 받아 적는 것을 한다. 흡사 〈웃찾사〉 시절 ‘미친소’를 보는 듯 하다. 제일 비슷하게 쓰는 게 관건인 이 코너에서 가장 비슷하게 들리도록 답을 보내는 이는 풍납동에 사는 청취자 김신창씨다. 그는 히어링의 왕 동호회를 만들어 회원들과 모여 받아쓰기를 한다. 이제 컬투는 그의 이름이 뜨면 그가 보낸 답과 자신의 답을 맞춰본다.
김태균은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라디오의 한 코너로 동호회까지 만드는지 그저 신기하고 고마울 따름”이라며 “따로 불러 식사도 했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2만5000개의 문자가 오는 〈컬투쇼〉에 최다 11만개 문자메시지가 온 날도 있다. 문자를 많이 보낸 1~5등과도 따로 연락해 함께 밥도 먹었다. 그는 “우리에겐 너무 고마운 분들이기 때문에 보답하는 것”이라고 머리를 낮췄다.
◇ “방송 전 사연 절대 안 읽어…가식 생길까봐”
컬투는 방송 전 작가들이 뽑아놓은 사연을 읽지 않는다. 작가들이 재밌는 사연을 골라놨다고 판단하고, 즉석에서 애드리브를 섞어가며 연기를 한다. 읽어보면 가식이 생길까봐서다. “재미없다”며 사연을 때론 구겨버린다. 그게 좋다고 청취자들은 “제 사연 구겨 주세요”라며 또 글을 올린다. 정찬우는 “애정의 표시 아니겠느냐”며 “쉽고 편하게 다가가는 게 우리들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3년 동안 이어오고 있는 동시간대 청취율 1위 비결에 대해 이들은 “우리가 정말 잘해서”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정찬우는 “정말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꾸미지 않고 그대로 얘기하기 때문에 우리들의 솔직함을 좋아해주는 것”이라며 “청취율이 2위, 3위로 떨어지는 날이 오면 깨끗하게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균은 “1등 하려고 골머리 싸맨다고 잘 되는 것이 아니다”면서 “청취자들의 좋은 의견을 귀담아 들으며 앞으로 전국민의 〈컬투쇼〉로 만들어 가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원성윤 기자 socool@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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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시즌3] ⑥ KBS cool FM ‘홍진경의 가요광장’
| ▲ KBS cool FM <홍진경의 가요광장> ⓒKBS | ||
청취층이 넓고 채널을 대표하는 시간인 낮 12시. SBS 러브FM 〈정선희의 러브FM〉,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 MBC FM4U 〈현영의 뮤직파티〉 등 입담 좋은 DJ들이 즐비한 시간대다. 홍진경은 “친한 사람들이랑 경쟁하고 싶지 않은 게 속마음”이라며 “일부러 붙여놓나 싶다”며 자신과 친한 DJ들에 대한 속내를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복귀한 정선희에 대해서는 “추스르기 쉽지 않았을 텐데 방송에 임하는 언니가 프로처럼 느껴진다”며 격려했다.
◇ 아꼈던 사람들을 떠나보낸 잔혹했던 한 해
지난 16일 방송 2주년을 맞이한 홍진경은 “라디오를 맡으면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떠나보냈다”고 회상했다. 그는 “대중들은 최진실씨나 안재환씨 죽음만을 알겠지만 라디오를 하는 도중에 비보를 전해들은 게 8건”이라고 꼽았다. 투병 중이었던 아버지의 부고소식부터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할머니, 진실 언니만큼 아꼈던 동생 등 너무나 많은 사람을 보낸 한 해였다.
힘든 일이 계속됐고, 홍진경은 라디오 마이크를 놓을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힘들 때마다 라디오로 문자로 불어넣어 준 청취자들이 있었기에 견뎌냈다. 그리고 그는 청취자들에게 힘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TV를 보니까 제가 가슴 치면서 울고불고 하는 모습들이 너무 많이 나오더라고요. 전국민적으로 우울증에 빠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신을 차리고 희망을 이야기 해야겠다고 다짐했죠.”
| ▲ KBS cool FM <홍진경의 가요광장> DJ 홍진경 ⓒKBS | ||
김치사업과 DJ를 병행하는 홍진경은 한창 바쁠 때에는 매일 아침 6시 전에 눈을 떠 자택에서 임원들과 회의를 했다. 그런 탓에 “저 오늘 세수를 안 하고 왔어요”라는 말을 청취자들에게 서슴없이 하기도 했다. 이것도 홍진경의 전략이라면 전략이다.
“청취자들은 모자라 보이고, 이런 사람에게서 정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인위적으로 허술함을 흘리는 경우도 있죠. 가까이 가기 위해서요. 저의 이런 작전을 알면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겠지만요.” 왜 그런가했더니 그는 “나보다 잘 나 보이고 걱정도 없어 보이면 끝도 없이 끌어 내리려고 하고 욕하고…. 그런 것에 희생양이 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상처의 깊이가 큰 만큼, 방어본능도 그만큼 커진 탓이다.
◇ ‘오라이’를 외친 홍진경, 기형도를 좋아하는 홍진경
| ▲ 홍진경 ⓒKBS | ||
〈가요광장〉 청취자들을 위해 자신이 직접 작곡한 노래를 선보이기도 한 홍진경은 지난해 앨범도 발매했다. “보이지 않은 다른 모습들도 보여줘야 하는 게 숙제”라는 그는 “홍진경이라는 이름 앞에 다른 감성을 가진 새로운 홍진경을 인식시키는 과정”이라고 자신의 모습을 표현했다.
홍진경은 앞으로 〈가요광장〉에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무언가’를 계속 만들어낼 예정이다. 지난 공개방송에서 마술을 라디오로 중계해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처럼 라디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저희 프로그램이 재밌을 때는 재밌는데 진지할 때는 굉장히 진지해져요. 단순히 재밌기만 한 게 아니라 여러 가지 모습을 2시간 동안 보여주는 다양한 느낌의 DJ가 되자. 2009년의 다짐이에요.”
원성윤 기자 socool@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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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시즌3] ⑤ tbs ‘김학도·박희진의 9595쇼’
| ▲ tbs FM <김학도 박희진의 9595쇼> ⓒtbs | ||
지난 13일 tbs FM(95.1㎒) 〈김학도·박희진의 9595쇼〉(연출 차현나, 매일 오후 12시 16분) 라디오 스튜디오는 두 DJ의 다채로운 목소리로 가득했다. 김학도와 박희진은 “콩트 경연대회가 있으면 우리가 1등 할 것”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그도 그럴 것이 〈9559쇼〉에는 딱딱한 시사를 패러디로 재밌게 풀어내는 코너들이 펼쳐져있다.
〈디스크자키〉 DJ 이종환의 목소리를 본 딴 짝퉁 이종황이 선보이는 ‘황이가 만난 사람들’, 모 재벌그룹의 이름을 본 딴 것 같은 ‘삼손그룹 임원회의’,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 중인 애나벨과 함께 한국사회의 단면들을 트로트로 풀어보는 ‘트로트 잉글리시’ 등에는 연령과 세대를 초월하는 목소리가 등장한다.
김학도 “사회풍자 항의, 그리 개의치 않아”
그 중에서도 김학도가 최고의 〈9559쇼〉코너로 꼽은 ‘이상한 논평’은 박희진이 앵커로 진행하며 김학도가 세상을 풍자하는 코너.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인 박연차 게이트나 우리나라 검찰·경찰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보낸다. 이들은 “일부러 한 번 더 비트는 게 묘미”라고 설명한다. 뇌물 정치인에 대해 “왜 그거 밖에 못 받았냐”며 비꼬는 식이다.
그래서 가끔 항의를 받는다. “100%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없기 때문이죠. 70대 30대라도 항의할 수도 있으니까요. 특별한 사안이 아닌 이상 너무 한쪽 편을 들지는 않아요. 소수의 약자들이 피해보지 않는 상황으로 연출하죠.” 둘 다 크게 개의치는 않는 눈치다. 베테랑다운 배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 ▲ 김학도 박희진 ⓒPD저널 | ||
공동 진행이 3년째 되는 그들. 한 번의 엉킴도 없이 술술 넘어가는 그들의 모습이 신기해 “대본연습은 언제하냐”고 물어보니 대뜸 “안 한다”고 답했다. “훌륭한 감독은 투수 던지는 폼만 봐도 좋은 투수 나쁜 투수인지 안다. 유능한 코미디 PD는 그 코미디언의 숨소리만 들어도 무슨 개그인지 안다. 생방송 도중에 넘어오는 원고라도 우린 대본 앞 글자 세 글자만 봐도 대략의 내용을 파악한다. 둘이서 굳이 맞춰 보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이들이 거만해서일까. 아니다. 그만큼 라디오에 능숙한 프로라는 자신감에서다. 김학도는 tbs 심야음악프로그램인 〈0시의 세종로〉를 비롯해 SBS에서는 배칠수와 함께 〈와와쇼〉를 진행했고, 각종 라디오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활약했다. 박희진은 뮤지컬 배우 정성화와 함께 MBC 〈별이 빛나는 밤에〉 DJ를 비롯해 MBC 라디오 〈만화열전〉 ‘고우영의 삼국지’에서 홍일점으로 단연 돋보이는 목소리 연기를 선보였다.
박희진 “앞으로 연기자로 인정받고 싶어”
최근 KBS N 드라마 〈그녀의 스타일〉에서 개성있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박희진은 앞으로 ‘배우’로 불리고 싶어한다. “신인 때도 사극과 정극을 주로했다”는 박희진은 “연기자로 전향한다기 보다는 그동안 꽤 많은 시트콤을 해온 것처럼 색깔 있는 연기로 서서히 대중들에게 연기자로 인정받고 싶다”고 밝혔다. 그런 그에게 〈9595쇼〉는 매일 목소리로 콩트 연기를 선보이고 평가받는 무대이다.
그래서 박희진은 “우리들의 목소리가 매일 전파를 타고 청취자들과 만나는 것은 행운”이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지방에서 보쌈과 먹을거리를 잔뜩 싸온 청취자도, 숨소리만 듣고도 몸 컨디션을 아는 청취자도, 난치병 환자들을 돕기 위한 공개방송에서 접하는 청취자들까지 모두 그들에게는 ‘고마운 분’이라며 꼭 전해달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원성윤 기자
socool@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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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시즌3] ③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 DJ 김창완
| ▲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 DJ 김창완 ⓒSBS | ||
김창완으로 표상되는 산울림의 역사성과 영향력은 비틀즈에 비견된다. 1977년 장르를 규정할 수 없는 당시로서는 충격적이었던 산울림의 ‘아니 벌써’로 데뷔한 이래 13집(1997)까지 낸 김창완은 한국 록 역사의 산증인이다. 전주만 3분이 넘는 프로그레시브 록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같은 실험적인 음악에서부터 주옥같은 발라드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그리고 ‘개구장이’ ‘산할아버지’와 같은 익살스런 동요까지 그는 산울림만의 형식과 내용을 새롭게 창조해냈다.
하지만 그의 파괴성은 배우라는 영역에서도 발휘된다. 〈커피프린스〉와 같은 달콤한 드라마에서는 푸근한 이웃집 아저씨 연기를 하다, 〈하얀거탑〉에서는 안경을 벗어던지고 냉혹한 대학병원 부원장 역할을 섬뜩하게 소화해 낸다. 배우라는 옷의 또 다른 김창완의 모습이다.
◇ 31년간 쉼 없는 DJ 생활…“내겐 행운이었다”
그러면서 김창완은 동시대에 라디오와 함께 한 ‘라디오 스타’다. 그는 1978년부터 31년이라는 기간 동안, 1980년 전두환 정권의 언론통폐합 조치로 인해 TBC가 문을 닫은 3개월 제외하곤 공백 기간 없이 매일 2시간씩 꼬박 DJ로 일했다. 〈7시의 데이트〉, 〈꿈과 음악사이〉, 〈김창완의 팝스 퍼레이드〉, 〈김창완의 FM 골든 디스크〉, 〈밤을 잊은 그대에게〉, 〈김창완의 두 번째 초대〉는 그의 성실함을 증명해주는 징표다.
2000년 10월부터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매일 오전9시, 연출 전문수, 이하 아침창)를 10년째 진행하고 있는 김창완을 지난 30일 서울 SBS 목동 사옥에서 만났다. 어느 분야에서도 실패 해본 적 없는 ‘가식 없는 천재’. 이 같은 세간의 수식어에 대해 “하하하”라며 특유의 웃음을 지어보였다.
“저를 지칭하고 설명하는 것보다 사람들의 바람인 것 같아요. 실패가 많으니까 실패에 대한 기대랄까. 기대 자체가 거북하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다만 좀 과분한 기대를 하면 부담스럽긴 하죠.”
| ▲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 ⓒSBS | ||
김창완은 라디오를 통해 “세상에 다가가는 법을 알게 됐다”고 한다. 수도 없는 사연을 만나며 타인에 대한 이해와 그를 통한 자신에 대한 이해가 동반됐다는 것이다. DJ를 하고나 소심한 성격도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저돌적인 펑크(Punk)음악을 하게 된 것도 DJ 영향이 컸다.
그는 〈아침창〉 방송을 진행하기 위해 사이클을 타고 매일 아침 라디오 스튜디오로 향한다. 그리고 그에게 매일 주어지는 숙제는 ‘김창완의 아침인사’를 자기 손으로 직접 쓰는 것이다. 인생에 대한 철학적 고민에서부터 계절과 아침에 대한 고찰까지, 〈아침창〉의 청취자들은 언어의 연금술사가 매일 아침 빚어내는 글을 통해 위로 받고 댓글을 단다.
그는 “때론 힘들 때도 있고, 쉽게 풀릴 때도 있다”면서도 “이른바 ‘방송적’이라고 할 수 있는 얘기들은 낯간지럽다. 그냥 떠오르는 대로 쓴다”고 말했다. 그는 “일상이 무지개나 불꽃놀이처럼 대단한 게 아닌 것처럼 아침에 쓰는 코멘트가 대단한 코멘트이기 원하지는 않는다”며 ‘아침인사’의 무게감을 전했다.
◇ “라디오는 음악으로 심금 울려야….”
▲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 DJ 김창완 ⓒSBS
김창완은 최근 음악보다는 사연위주로 진행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대한 생각도 털어놨다. 그는 “사람들이 인생의 설명을 요구하면서 빚어지는 일”이라고 진단하며 “라디오 매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스스로 허약하게 만들지 말라”고 요구했다.
“라디오에서도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자꾸만 인생을 설명하려 드니까 말이 많아지고, 음악은 뒷전으로 밀리고, 라디오가 TV화 되고, 깔깔대는 음악들이 쓰이는 거예요. 차분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간, 심금을 울릴 수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돼요. 사람이 움직여야 되는 것은 가슴속의 현입니다. 오죽하면 심금(心琴)이라고 하겠어요. 현을 움직이기 가장 좋은 것은 음악이죠.”
원성윤 기자
socool@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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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MBC FM4U ‘굿모닝 FM’ DJ 김성주
백혜영 기자 otilia@pdjournal.com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성주입니다! 잘 지내셨죠? 그때 그분들 다 잘 계시는 거죠?”
화려한 미사여구는 없었다. 구구절절한 설명도 없었다. 그저 “잘 지냈냐”는 한 마디뿐이었다. 지난 10월 13일. 김성주는 DJ 복귀 첫 방송을 그렇게 평범한 말로 시작했다. 그러나 평범한 멘트 속에서도 그의 떨림은 라디오를 통해 그대로 전해졌다. 지난해 3월 프리랜서 선언 이후 잠시 떠나 있던 프로그램에 다시 돌아온 터라 그의 떨림은 더욱 컸다.
▲ 〈굿모닝 FM〉 DJ 김성주 ⓒMBC
“그때 그분들 다 잘 계시죠?”
“굿모닝 FM~ 출발합니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활기차게 아침을 여는 목소리. DJ 김성주가 돌아왔다. TV 활동은 지난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지만, 라디오로는 1년 7개월 만의 복귀다.
다시 DJ로 돌아온 그는 2003년부터 4년 동안 진행했던 MBC FM4U 〈굿모닝 FM〉(연출 이한재, 월~일 오전 7시)을 그대로 맡았다. 지난 10월 13일 복귀 첫 방송을 마쳤으니 이제 50여 일을 넘었다. 지난 2일 ‘라디오스타’로 다시 돌아온 김성주를 만났다.
그는 “다시 라디오로 돌아와 굉장히 설렌다”며 “쉬면서 오히려 라디오에 대한 애착이 많았다는 사실을 느끼게 됐다”고 복귀 소감을 밝혔다.
“예전에 직장인이었을 때는 사실 라디오가 일의 일부라는 생각이 많았어요. 이 프로그램을 하지 않아도 다른 프로그램을 하면 되지 하는 생각도 있었죠. 그런데 밖에 나가니 오히려 방송에 대한 소중함, 청취자에 대한 감사함을 피부로 많이 느끼게 됐어요. 지금은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프로그램을 잘 만들려는 욕구가 전보다 훨씬 많아졌습니다.”
청취자들 대부분이 출근길에 듣는 〈굿모닝 FM〉은 프로그램 성격도 그에 맞게 짧은 호흡으로 진행된다. 코너는 30분 단위로 쪼개 섹션화 시켰다. 자신의 출근 시간에 맞춰 언제 라디오를 켜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아침에 바쁘게 움직이는 와중에 방송을 듣기 때문에 들어서 기분 좋은 것들을 많이 얘기하는 편입니다. 장사를 할 때 첫 손님이 중요하듯 아침에 처음 만나는 방송의 첫 DJ라는 느낌이 있어요. 출발이 어떠냐에 대해 징크스를 갖는 분들이 많아 그런 것을 특별히 신경 써서 방송하고 있죠.”
“앞으로 청취자에 대한 애정 표현 많이 하려 한다”
김성주는 인터뷰 하는 동안 라디오와 청취자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프리랜서 선언 이후 격려와 위로를 해주던 사람들도 대부분 라디오 청취자였다”는 그는 “응원해준 분들에 대한 보답을 어떤 식으로든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았다”며 “〈굿모닝 FM〉 시간에 방송할 수 있는 기회가 한 번 정도는 더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 MBC FM4U 〈굿모닝 FM〉 ⓒMBC
특히 그는 지난해 마지막 방송을 하던 날 아침 자신의 집 문 앞에 케이크와 편지를 두고 간 청취자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케이크와 함께 편지에 ‘그동안 애 많이 썼다, 즐거웠다, 또 만났으면 좋겠다’ 그런 얘기가 있었어요. 그 기억이 굉장히 오래 남아 있습니다. 그런 것이 청취자들의 잔잔한 사랑인 거죠.”
쉬는 동안 새삼 청취자들에 대한 감사함을 느낀 그는 “그동안 응원해주고 묵묵히 방송을 들어준 청취자들에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 같다”며 “앞으로는 청취자에 대한 애정 표현을 좀 더 하려 한다”고 밝혔다.
김성주는 마지막으로 “내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며 대중이 즐겁고, 편안한 느낌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 친구가 나오면 참 기분이 좋아’ 그런 존재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며 “하고 싶은 방송을 하는 지금 행복하다”고 말했다.
“물론 약간의 긴장감과 경쟁으로 인한 초조함, 불안함은 있어요. 밥벌이에 대한 부담이 있잖아요. 여기서 도태되면 안 되니까. 부담은 있지만 제가 사랑하는, 하고 싶은 방송을 하는 지금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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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시즌2]⑧ KBS Cool FM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유희열
원성윤 기자 socool@pdjournal.com
“PD가 대사를 떠올리는 순간, 유희열은 이미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청취자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그는, 웃음과 음악을 동시에 줄 수 있는 완벽한 DJ다.” (정일서·윤성현 PD)
“작가들을 가장 빛나게 해줄 수 있는, 작가의 글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유희열은 작가로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DJ다.” (김성원·윤설야 작가)
“유희열만큼 DJ 같은 DJ가 또 있을까. 라디오에서 성장해 라디오를 지키는 유희열은 나에게도 팬들에게도, 이 시대 마지막 ‘라디오 스타’다.” (소속사 안테나뮤직 정동인 대표)
▲ 유희열 ⓒKBS
그렇다. 유희열은 ‘라디오 스타’다. 영국 뉴웨이브 밴드 버글스가 “비디오가 라디오스타를 죽였다(Video kill the radio star)”고 선언했지만, 한국의 유희열은 영국 록그룹 퀸의 ‘라디오 가가(Radio Gaga)’에서 “내가 알아야 했던 전부를 난 라디오에서 배웠어(ev'rything I had to know, I heard it on my radio) ”라는 가사처럼 살아왔다. 유희열은 담담하지만 재기 넘치는 목소리로 우리에게 음악을 소개했고, 동시대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해왔다.
MBC FM 1997년〈음악도시〉를 시작으로 라디오 DJ에 발을 내딛은 유희열은 2002~2004년 〈올 댓 뮤직〉을 거쳐 4년 만에 2008년 4월 KBS Cool FM(89.1MHz)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연출 정일서·윤성현)의 DJ로 다시 돌아왔다.
공백기를 뺀 DJ경력 9년째인 유희열은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전영혁, 김광한, 이문세, 김기덕, 배철수 등의 DJ들의 영향을 받은 1980년대 ‘라디오 키즈’ 세대인 그는 “LP판보다 먼저 접했던 것은 라디오였다”고 할만큼 그는 라디오와는 뗄 수 없는 존재다.
“저에게 라디오와 TV는 미디어의 구분점이 아니었어요. 그냥 음악과 동의어였죠. 지금도 제가 진행을 하고 라디오 출연을 하는 것은 음악행위의 또 다른 행위예요. 저에게 있어 라디오는 음악의 소통구죠.”
20대 중반에 처음 라디오 DJ를 맡았던 유희열은 이제 두 살배기 딸을 둔 38살의 가장이 됐다. DJ로 뮤지션으로 그의 음악세계는 세월의 무게에 맞게 변해왔다. 그는 “음악을 실어 나르며 막간을 메워주는 게 DJ의 역할이라면,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음악의 무게와 온기를 그대로 전해주는 게 내가 추구하는 DJ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유희열이 멋쟁이, 변태, 리베로, 세탁기에 돌린 차인표 등 야누스적인 별명을 갖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진행 방식의 철학이 녹아 있는 탓이다. 자신의 외모에 ‘자뻑’하고, 음달패설을 좋아하는 ‘능글맞은 오빠’인 것은 “실상의 모습이 마이크 앞에 투영되는 것”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그는 “농담과 진심이 교차돼야 하는, 코미디언 같은 모습으로 음악을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섰을 때 〈올 댓 뮤직〉의 유희열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음악들을 소개했다. 브라질 대중음악이나 일본의 퓨전 일렉트로닉 ‘시부야케이’ 음악들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왔고, 고정팬은 늘어갔다.
2008년 〈라디오천국〉의 유희열은 선곡을 좀 더 대중적으로 넓히겠다고 밝혔다. 일부 팬들은 “독하게 선곡하지 않는다”며 반발도 했다. 하지만 그는 “그때는 1시간짜리 방송이었고, 지금은 2시간이라 선곡되는 양이 다르다”고 말했다. “1시간을 할 때는 게스트도 없이 그저 음악만 소개하고 싶었고, 〈라디오천국〉에선 농도를 조절해야 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라디오천국〉에 제3세계 음악은 여전히 유의미하게 존재한다. 리차드 보나 같은 카메룬 음악도, 다프트 펑그 같은 프랑스의 테크노 그룹도 등장한다. 유희열은 “스펙트럼은 대중음악이나 올드 팝까지 더 넓어졌다”면서도 “틀면 나오는 음악들은 소개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유희열 “KBS 가을개편, 상식을 넘어서서 굉장히 놀랐다”
▲ 유희열 ⓒKBS
논란을 빚고 있는 KBS 가을개편과 관련해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유희열은 “분노한다.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고 서슴없이 말했다. “물론 저는 방송사 직원은 아니지만, 방송이 어떻게 구축되는지를 지난 10년간 봐온 사람입니다. 최근에 벌어진 일들은 비상식 그 자체였어요. 상상이상이었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저 역시도 PD들과 느끼는 감정이 다르지 않았어요.”
그는 지금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해법으로 “전투적으로 시야를 많이 넓히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 시대 우리를 사로잡은 것은 바로 현실에 대한 부분이었죠. 돈으로 환산되는 것들이 진정한 가치를 볼 수 있는 시선을 부재하게 만들었어요. 하지만 이럴수록 생각은 더 많이 하고 살아야 해요. 책, 영화, 음악과 같은 결과물을 많이 접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공부에 지친 우리 학생들이 어른들을 요만큼이라도 흉내라도 내지 않겠어요.”
유희열은 라디오에 대한 사람들의 애정에 대해 “무수히 쏟아지는 TV 프로그램 속에서도 흥미를 못 느꼈다는 것은 이 땅에서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것들이 없다는, 어찌보면 거꾸로 된 서글픈 얘기”라고 표현했다.
38살 유희열에게 음악과 라디오는 ‘동의어’다. “라디오를 활동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어요. 그저 자연스러운 일이죠. 매일 밤 FM라디오에서 이렇게 이야기를 터놓는 것은 제가 고집스럽게 버리지 못하는 사춘기 시절의 기억과도 맞닿아 있어요. 음악을 하는 한 라디오 DJ로서 유희열은 계속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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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서울(RSB), 동양방송(TBC)을 거쳐 올해로 44주년을 맞이한 라디오 최장수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KBS 2라디오 <밤을 잊은 그대에게>(연출 이상묵, 매일 밤 12시)다. 이성화 아나운서를 시작으로 1970년대 양희은·서유석·황인용, 1980년대 송승환·배한성·전영록·최수종·하희라, 1990년대 변진섭·손무현·김정 등 쟁쟁한 진행자들이 거쳐갔다.
2007년 4월 25일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1년 3개월째 접어드는 DJ 고민정 KBS 아나운서는 “책임이 무겁다”면서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밤을 잊은 그대>가 삶의 일부분이 된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2004년에 입사해 줄곧 TV에서 활동해온 고 아나운서는 TV에서 라디오로 이동해간 초보 DJ다.
그래서 고 아나운서는 “내가 DJ가 된다?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제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존재였다”고 고백했다. 어릴 때 그가 기억하는 라디오는 밤 9시에 “어린이들은 일찍 자라”는 광고를 듣고, 청소년이 됐을 때는 라디오를 들으며 편지를 쓰던 그와 함께하는 존재였다.
그렇게 동경하던 라디오를 직접 진행하고, 많은 게스트들을 맞이하고, 일요일에는 자신의 우상이었던 가수 이승환과 함께 라디오를 진행하는 고민정 아나운서. 그는 “담당 PD가 누구랑 진행하고 싶냐고 물어봐서 생각난 게 이승환 씨 였다”며 “석 달 가까이 진행하면서 가수와 노래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편안하게 얘길 나눌 수 있어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라디오였지만, 그의 라디오 입성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쇳소리가 많이 나는 탁성이라는 그의 설명대로 라디오에는 적합한 목소리가 아니라는 일부 선배들의 비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라디오는 안 되겠구나”하고 포기하다시피 했던 그는 지역에서 순환근무 시절 한 예고 광고 내레이션을 들은 시청자가 응원해준 덕분에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 ▲ 고민정 KBS 아나운서 ⓒKBS | ||
“그 때 힘을 많이 받았어요. 제 목소리는 맑고 청아하진 않지만 누구나 기억할 수 있는 목소리라고 해주셨어요. 목소리를 단점으로 삼지 않으니까 새로운 길들이 보이더라고요. 덕분에 다시 라디오에 욕심을 갖기 시작했죠.”
매주 화~목요일, <밤을 잊은 그대에게>는 라디오 음성뿐만 아니라 화면을 통해서도 청취자들에게 보는 즐거움도 선사하는 ‘보이는 라디오’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한 번은 민낯으로 모자를 쓰고 옷도 허름하게 입고 나갔더니 ‘민정언니가 아픈가 보다’하고 신경을 써 주세요. 게시판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글들과 호흡하다 보면 마치 이불을 뒤집어쓰고 같이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아요.”
고 아나운서는 1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었지만 기억에 남는 <밤을 잊은 그대에게> 청취자 이야기를 술술 풀어냈다. 밤늦은 방송시간에도 ‘밤을 잊은’ 애청자 6명이 라디오 스튜디오로 방문한 사례부터 짝사랑 사연을 방송에 보내 사랑을 이룬 한 학생의 사연 그리고 이별 통보를 라디오로 통해 대신한 슬픈 사연 등 다양했던 기억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 ▲ 고민정 KBS 아나운서 ⓒPD저널 | ||
“TV는 대본을 토대로 진행하고 중간에 자료화면도 보여 주잖아요. TV는 시청자와 소통할 수 있는 벽이 하나 더 있거든요. 반면에 라디오는 원고를 읽는 게 아니라 청취자가 보내준 사연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니까 더 밀접하게 호흡할 수 있는 거 같아요.”
고 아나운서는 방송이 시작하는 밤 12시가 되면 알람을 맞춰놓고 방송을 꼬박꼬박 들어주는 남편의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남편은 제 목소리 색깔부터 빠르기, 내용 등 하나하나 얘길 해줘서 사실 무서울 정도”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올해로 30살을 맞이한 고민정 아나운서. “청취자들이 <밤을 잊은 그대에게>를 떠올렸을 때 ‘고민정’이라는 이름 석자가 생각났으면 그리고 10년 후에도 이 방송을 계속했으면 좋겠어요. 청취자들의 사연을 읽고 함께 숨 쉴 때 저도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거든요.”
원성윤 기자
socool@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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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표준FM 〈이은하의 아이러브스포츠〉(연출 김승월, 월~금 오후 9시 35분, 토~일 오후 9식 30분)를 진행하는 이은하 씨는 ‘스포츠 전문 방송인’이다. 요즘 들어 부쩍 여성 스포츠 방송인이 많아졌지만, 이 씨처럼 무려 10년의 경력을 자랑하는 이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그녀는 10년 동안 스포츠 분야에서 경력을 쌓고 인정받아온 거의 유일무이한 여성 방송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은하 씨는 1995년 MBC 라디오 공채 리포터로 입사했다. 스포츠와의 인연은 98년 시작됐다. 스포츠를 담당하던 리포터 선배가 출산으로 그만 두면서 공석이 생겼던 것. “3년 동안 스포츠만 빼고 날씨, 현장중계 등 웬만한 건 모두 경험”했던 그녀에게 제안이 들어왔다. 이 씨는 “스포츠가 너무 힘들다는 걸 아니까, 처음엔 하기 싫었다”고 회상한다.
| ▲ 스포츠 전문 방송인, 이은하 | ||
“처음 2년 동안은 너무 힘들었다”는 이 씨. 운전도, 취재도, 섭외도, 원고작성도 모두 혼자 하면서 힘들고 서러워 눈물도 많이 흘렸단다. “그런데 2년이 지나고 보니, 저녁 9시에 경기가 끝나도 9시 30분에 방송을 할 수 있게 되더군요. 등번호를 보지 않고도 선수를 알아볼 수 있었죠.”
처음 2년은 스포츠에 대한 애정을 쌓아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 씨는 거의 모든 스포츠 종목을 접하면서 애정을 갖게 됐다. 이제는 “스포츠를 안 했다면 지금쯤 뭘 해야 하나 딜레마에 빠졌을 것”이라고 하니, 그녀의 말대로 스포츠와의 만남은 운명일지도 모른다.
〈이은하의 아이러브스포츠〉는 2002년 4월 첫 전파를 탔다. 하지만 3년 뒤, 프로그램이 1년간 폐지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대신 〈이은하의 스포츠플러스〉가 주말 저녁에 편성됐다. “매일 출퇴근하던 방송국인데, 이제 평일엔 뭘 해야 하나” 싶던 차에 그녀는 평일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리포터까지 맡으며 결국 하루도 빠짐없이 출퇴근했다.
전에 비해 여유가 생긴 덕에 이 씨는 연애를 시작했고, 결혼을 앞둔 2006년 4월 다시 〈아이러브스포츠〉의 마이크를 잡게 됐다. 그리고 그해 9월, 스포츠 해설가로 유명한 정지원 씨와 결혼에 골인했다. ‘국내1호 스포츠방송인 커플’이 탄생한 것이다. 이 씨는 남편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윈윈효과를 내고 있다”고 자랑한다. 최근 단독으로 실시한 김연아 선수 인터뷰에도 남편 정 씨의 도움이 적잖이 작용했다.
매일 생방송을 앞두고 이 씨는 그날그날 쏟아져 나오는 모든 스포츠 뉴스를 직접 확인한다. 집에서도 컴퓨터를 끼고 산다. 기타 종목까지 모두 검색한 뒤, 오후 6시 30분쯤 황은철 작가와 통화하며 방송 아이템을 논의한다. 이 씨는 “우리 프로그램은 진행자가 직접 아이템과 섭외에 참여할 수 있어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 ▲ 스포츠 전문 방송인, 이은하. 그녀는 스포츠를 자신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다고 한다. | ||
이 씨는 스튜디오에 나오지 못하는 선수나 감독을 위해 현장을 직접 찾기도 한다. 만일을 위해 매일 차에 녹음기와 마이크를 가지고 다닌다.
그녀는 선수나 감독을 인터뷰할 때 전문적인 지식을 쌓으려고 노력하기보다, 선수의 주변과 인간적인 부분에 대해 파악하려고 애쓴다. “스포츠라는 종목보다 스포츠를 하는 사람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다”는 이 씨다. 많은 선수들이 그녀를 찾고, 호감을 갖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일지 모른다.
“예전에 선수들을 인터뷰할 때 라커룸과 공항까지 쫓아다녔다”는 이 씨는 선수들의 땀 냄새까지 기억한다고 했다. 스포츠는 매일 새롭고, 취재할수록 이야깃거리가 많아진다고도 했다. 스포츠는 곧 인생이며, 과거·현재·미래를 모두 얘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녀는 시드니, 아테네에 이어 세 번째로 가게 될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못하며 10분 동안 신나게 들뜬 기분을 털어놓기도 했다. 남편은 스포츠 캐스터에, 15개월짜리 딸아이는 돌잡이로 골프공을 잡은 데다 힘이 장사여서 운동선수가 될지도 모른다고 하니, “이제 스포츠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게 분명해 보였다.
스포츠 선수와 감독, 그리고 스포츠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냐고 물으니, 그녀는 “스포츠와 사랑에 빠진 여자”로 기억해달라고 한다. 〈아이러브스포츠〉는 스포츠가 이기고 지는 것만 있는 게 아니란 걸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한단다.
“선수들에겐 참여하고 싶은 프로그램, 청취자에겐 스포츠가 남성들만 공유하는 게 아니라 여성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스포츠를 통해 희로애락을 느끼며 대리만족을 얻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며 볼 수 있다면 좋겠네요.”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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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노정렬. 많은 사람들은 그를 서울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를 패스한 엘리트 개그맨으로 안다. 누군가는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개그맨)이라고 칭하기도 한단다. 그만큼 그의 ‘개그’를 아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 그가 10년 넘게 시사풍자 개그를 고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도 드물다. 지상파 TV에서 그의 개그를 보지 못하는 까닭이 크다.
노정렬은 “지상파 3사에서 시사풍자 개그를 하고 싶지만 무대가 없다”며 “신(新)공안정국도 아니고, 언론탄압 시기도 아닌데 다시 권위주의 시절로 가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방송사 개편철에 맞춰 아이디어를 가져가 보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건 “재미는 있는데 당분간 시사개그는 안 한다”는 대답뿐.
2007 대선 전 KBS <폭소클럽2>에서 ‘뉴스야 놀자’ 코너를 맡아 8명의 정치인 성대모사를 보여준 적도 있지만, 지난 3월 KBS <폭소클럽2>가 폐지되면서 4개월간의 짧은 무대도 끝났다. 코너 시청률도 높고, 반응도 괜찮았기에 아쉬움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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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BS 라디오 <뉴스야 놀자> DJ 노정렬 | ||
최근엔 큰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비롯해 인터넷 종량제, 수돗물 민영화 문제 등을 다뤘다. 지난 12일엔 수도권 방송에서 전국방송으로 확대 편성되는 성과도 있었다.
“전국에 저의 개그를 들려줄 수 있어 굉장히 기쁩니다. 전국방송이 됐으니 대중들에게 좀 더 쉽고 재밌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야죠. 물론 시사 현안에 대해 다루기 때문에 핵심을 찌르는 걸 잊진 않겠습니다.”
노정렬은 시사풍자 개그를 하는 만큼 시사 문제에 대한 관심도 남달랐다. 최근 청와대가 MBC 〈PD수첩〉 ‘광우병’ 방송에 대한 민·형사상 고발 방침을 세운 것에 대해 노정렬은 “이제 취임 두 달밖에 안됐고, 임기가 4년 10개월이 더 남았는데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방송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옆에 대변인들도 많던데 대변을 보는 건지 소변을 보는 건지 모르겠다”는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한 포털 사이트에 대통령 비판글을 삭제해 달라는 요청을 한 것에 대해서도 “그건 박정희, 전두환 정권 시절에나 있었던 일”이라며 “정부와 한나라당, 조중동은 국민에게 개그(GAG)하고 있다”고 한 마디로 정리했다. 개그(GAG)는 익살, 농담 등의 뜻도 있지만, ‘입에 재갈을 물리다’는 뜻도 갖고 있다.
노정렬은 지난 9일엔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을 반대하는 촛불집회 사회를 맡기도 했다. “시사풍자 개그를 하는 사람으로서 무대에 서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그 자리에서 자신의 장기인 성대모사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비틀었다.
인터뷰 도중 성대모사를 부탁하자 바로 박정희부터 이명박까지 전·현직 대통령 7명의 성대모사를 하는 노정렬. 목소리를 바꾸는 데는 단 1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자유자재로 목소리를 바꾸는 그의 모습에서 13년차 개그맨의 내공이 느껴졌다. 개그맨 공채 시험도 성대모사를 활용한 시사풍자 개그로 합격했고, 그 후 쭉 외길을 걸어왔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제일 잘할 수 있고 할 줄 아는 게 시사풍자 개그”라는 그는 “지금은 대중에게 재밌고 편하게 다가가기 위해 성대모사란 형식을 쓰고 있지만, 성대모사 외에도 생각해 놓은 것이 많다”고 말했다.
“시사풍자 개그에서는 ‘의미’와 ‘재미’ 두 가지가 모두 중요합니다. 앞으로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조화롭게 버무릴지, 그 황금비율을 고민해 나가겠습니다”
백혜영 기자
otili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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