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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따져보기] 윤정주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
요즘처럼 술이 땡기는 때가 없었다. 아니 MB 정부 들어 술이 계속 땡긴다. 지난해 언론악법 날치기를 보고, KBS 특보 출신 사장 선임을 보고, 방문진의 MBC 낙하산 사장 선임 등을 볼 때 마다 정말 맨정신으로는 살수 없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절감하며 나로 하여금 술을 푸게 한다.
이런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를 그나마 웃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바로 KBS의 〈개그콘서트〉이다. 그중에서도 “일등만 기억하는 이 더러운 세상”을 외치는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 이라는 코너가 때로는 씁쓸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우리를 웃게 한다.
이 코너는 ‘일등만 기억하는 세상’, ‘국가가 나에게 해준 게 뭐가 있어?’ 등의 유행어를 통해 단번에 〈개그콘서트〉의 수많은 코너 중에서 인기 코너로 부상했다. 〈개그콘서트〉의 다른 코너에 비해 이 코너에서 유독 많은 박수와 웃음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바로 ‘공감’ 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 ▲ 개그 콘서트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 | ||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에서는 남녀 취객 한명씩과 이들을 전혀 감당할 수 없는 무능력한 경찰이 등장한다. 남자취객은 경찰서가 아닌 곳에 있는 것처럼 난동을 부리고, 이를 제지하는 경찰에게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딴 종목, 백화점 1층에는 어떤 코너가 있는지 등을 묻는다. 그리고 제대로 대답을 못한 경찰의 멱살을 잡고 남자 취객은 외친다.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첫 번째 ‘공감’ 포인트가 여기에 있다. 엉뚱한 질문으로 웃음을 이끌어 내지만 일등, 일류대, 일류기업 등 일등 지상주의에 살고 있는 우리 현실을 정확하게 꼬집어 웃음을 이끌어 내는 것. 바로 이 엉뚱한 질문 속에 씁쓸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 녹아 있어 보는 이들을 ‘뜨끔’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는 또 말한다. 집을 사기도 너무 힘들고 버스 전용차선, 오르는 기름 값 때문에 택시운전하기가 점점 힘들어져서 택시를 팔고 대리운전 기사로 취직했다고. 취직하자마자 ‘대리’로 승진한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외친다. 그리고 경찰이 자꾸 난동 부리면 공무집행방해로 유치장에 넣는다고 하자 그는 “국가가 나에게 해준 게 뭐가 있는데?” 라고 하며 오히려 큰소리를 친다.
두 번째 ‘공감’ 포인트는 바로 이것이다. 앞에서 보다 조금 더 직설적으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이야기 하고 이 땅에 살고 있는 국민들에게 아무것도 해준 것 없는 국가에 대한 불만을 직설적으로 터뜨려 우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씁쓸한 웃음을 짓게 되는 것. 그는 자신이 조금 모자란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 대사를 한 번 더 비틀어 풍자를 완성한다.
마지막 ‘공감’ 포인트는 바로 이 코너의 제목에 있다. ‘술을 마신다’라는 의미의 ‘술푸게 하는 세상’은 비슷한 발음 때문에 ‘슬프게 하는 세상’으로 치환해서 들린다. 이는 대한민국에서 서민들이 살아가기에는 그리 녹녹치 않기 때문에 ‘슬퍼서’ ‘술을 푸는’ 현실을 교묘히 반영한다. 마치 현진건의 소설 〈술 권하는 사회〉처럼.
그럼 이렇게 슬픈, 그래서 우리를 술 푸게 하는 세상에서 필요한건 무엇일까? 막연한 희망? 아니면 근거 없는 긍정의 힘? 아니 바로 ‘동혁이 형’ 같은 사람이다. 명절에 막히는 고속도로에서도 꼬박꼬박 돈을 받는 것, 커피와 통신비 등의 가격 거품을 직설적인 샤우팅 화법으로 호통 치며 개선을 요구하는 ‘동혁이 형’처럼 아닌 것, 부당한 것을 거리낌 없이 말하고 이를 개선시키기 위해 행동하는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다면 우리가 살면서 술을 덜 푸게 되지 않을까? 그저 이것은 나만의 희망사항일까?
윤정주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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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의 예능의 정석]종영 앞둔 〈지붕 뚫고 하이킥〉
2주. MBC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하이킥〉)의 종영까지 남은 시간이다. 오는 19일이면 지난 반년 간 우리를 웃기고 울렸던 이 시트콤과도 작별해야 한다. 앞으로 남은 이야기는 겨우 10편.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충분히 이별을 준비할 수 있을까.
한동안 진짜 지붕이라도 뚫을 기세였던 〈하이킥〉 열풍은 요즘 주춤한 기색이다. 30% 돌파를 눈앞에 둔 것 같던 시청률은 요 며칠 20% 주변을 맴돌고 있다.
‘걸작’으로까지 칭송받던 〈하이킥〉이었으나, 요즘 적잖이 볼멘소리가 들려온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잦은 카메오 출연 등으로 전개가 다소 지지부진해지고, 보석의 민폐는 “적정선을 넘어” 계속 되며, 시청자들까지 설레게 하던 청춘남녀의 사각멜로는 요즘 긴장감을 잃고 제법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빵꾸똥꾸’를 즐겨 쓰는 해리(진지희)의 언행을 심의기관에서 제동을 걸면서 캐릭터의 매력을 앗아간 탓도 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여전히 〈하이킥〉은 매력적이다. 결말로 치달을수록 드러나는 비극적 정취 때문에 더욱 그렇다.
| ▲ MBC 일일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 ⓒMBC | ||
지난달 24일, 정음은 마침내 자신이 서울대가 아닌 서운대 출신이란 사실을 현경에게 털어놓는다. 현경은 사죄의 뜻으로 준혁(윤시윤)을 수능까지 책임지겠다는 정음의 부탁마저 매몰차게 거절한다.
정음의 고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버지에게 용돈을 받으러 집을 찾았다가 온 집 안에 붙어 있는 빨간 딱지를 보고, 자신의 방을 가득 채운 ‘신상’들을 팔아야 하는 처지가 된다. 그제야 부지런히 이력서를 쓰며 하루에도 몇 번 씩 면접을 보러 다니지만 “서운대 나왔어요?”라는 비웃음 섞인 질문이나, “이런 일은 안 어울릴 것 같은데”라는 대답만 돌아온다.
순재와의 아름다운 결혼을 꿈꾸며 청담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웨딩 촬영을 하던 자옥은 “늙어서 노망”이라는 젊은이들의 키득거림에 눈시울을 적신다. 그러면서 노을을 배경으로 순재와 사진을 찍으며 자옥은 자신의 나이가 반짝반짝 빛나는 일출보다는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석양에 가깝다는 현실을 받아들인다.
또 세 번째 아이까지 가진 보석은 여전히 ‘비호감’에 철없고, 사기나 당할 정도로 무능력하다. 그의 지나친 ‘민폐’가 때로는 짜증스럽기도 하지만, 발버둥쳐봤자 여전히 구제불능인 그의 존재는 희극적인 동시에 비극적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비극적인 이야기가 남아있을지 모른다. 어느 날 갑자기 집에 나타난 로봇청소기가 세경의 일을 줄여주는 반면 그녀의 일자리를 앗아 갈지도 모르고, 세경을 향한 준혁의 마음을 확인한 현경이 정음에게 했던 것보다 더 매섭게 냉대할 지도 모를 일이다.
시트콤이되 과감한 시도를 마다하지 않았던 김병욱 PD이기에 남은 10편의 이야기가 어떤 결말로 이어질 지는 쉽게 예상할 수 없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구현하는 현실이나 비극이 단순히 냉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 채플린의 말대로 비극적일지언정 동시에 희극인 것이 우리네 인생 아닌가.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방송 따져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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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따져보기] 위근우〈10아시아〉기자
| ▲ tvN 〈막돼먹은 영애씨 6〉 | ||
tvN 〈막돼먹은 영애씨〉(이하 〈영애씨〉) 여섯 번째 시즌이 끝났다. 여전히, 일곱 번째 시즌을 기약하며. 이것은 시즌제라는 말이 그저 이름으로만 존재하는 한국 방송환경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일이다. 〈영애씨〉와 함께 케이블 드라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MBC 드라마넷 〈조선과학수사대 별순검〉은 결국 모든 주연 배우들이 교체되어 시즌 2라기보다는 스핀 오프에 가까운 형태로 명맥을 이었다. 말하자면 아직까지 〈영애씨〉를 제외하면 그 어떤 드라마도 기존의 캐릭터와 환경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이끌어내며 시즌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것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심지어 이번 시즌 6의 만듦새가 여전히 좋다는 면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제 아무리 시즌제가 잘 발달한 미국드라마라 해도 시즌 2, 3을 지나면서 스토리가 산으로 가는 경우를 숱하게 볼 수 있다. 시즌 1로만 따지면 그토록 탁월했던 〈프리즌 브레이크〉나 〈히어로즈〉를 떠올려보라. 새로운 이야기를 위해 무리수를 두다가 자멸할 수 있는 것이 시즌제 드라마다.
하지만 〈영애씨〉는 새로움에 대한 강박보다는 아주 조금씩, 하지만 분명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을 통해 이야기를 이어가며 지금에 이르렀다. 이번 시즌에서 영애 씨는 대리로 승진하고, 자신이 좋아했던 원준이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걸 보고, 사랑하지도 않던 남자와 모텔에 들어갔다가 허겁지겁 나왔다. 결코 드라마틱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느 것 하나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에피소드들이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오늘과 다른 내일이 펼쳐지기를 바란다. 하지만 인생이란 비슷한 실수의 연속일 뿐이며, 용기를 내봤자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서 겨우 한 발 벗어날 뿐”이라던 6시즌 마지막 회의 내레이션은 말하자면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잠언인 동시에 〈영애씨〉가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영애 씨와 그녀의 가족, 그리고 동료들은 그 작은 커뮤니티 안에서 서로 지지고 볶는 일상을 산다. 그것은 말 그대로 비슷한 실수의 연속이자 도돌이표 같은 삶이지만, 그 아주 하찮아 보이는 삶조차 결코 관성이 아닌 커다란 용기와 결심을 통해 가능한 것이다. 〈영애씨〉의 6㎜ 카메라는 이처럼 작은 변화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는 인간 군상을 정확하게 잡아낸다. 이 모든 사건들은 소소하지만 그들에게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 드라마틱한 일이다.
| ▲ 위근우〈10아시아〉기자 | ||
<영애씨〉가 아직까지도 개연성을 잃지 않고 새로운 에피소드, 새로운 시즌을 이어갈 수 있는 건 그래서다. 우리의 일상처럼 〈영애씨〉의 세계는 매일매일 흘러간다. 비약도, 과장도, 막장도 없이, 하지만 충분히 슬프고 웃기게. 처음 등장했을 때만큼 화제가 되진 못하지만 자신의 장점을 여전히 지키고 있는 이 장수 시리즈는 여전히 흥미로운 텍스트다. 드라마틱함과 개연성의 희생을 동의어처럼 여기는 드라마들이 종종 등장하는 작금의 상황에서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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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따져보기] 지용진 <무비위크> 기자
드라마 〈추노〉가 반환점을 지났다. 첫 방송 전에 공개된 트레일러부터 심상치 않은 영상을 선보였던 이 작품은 결국 대한민국 사극 드라마에 굵은 획을 그었다. ‘추노꾼’이라는 새로운 소재, 화면을 압도하는 스펙터클한 영상, 리드미컬한 편집 그리고 흡인력 강한 이야기 등 〈추노〉를 구성하는 많은 요소들이 시청자들을 TV 속으로 끌어들였다.
시청자들은 왜 〈추노〉에 열광하고 있나? 그리고 〈추노〉는 무엇이 새로운가? 먼저, 이야기다. 〈추노〉는 ‘궁궐 밖의 사극’도 가능하다는 점을 제시했다. 그동안 한국 사극 풍토에서 핀 이야기는 궁궐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지녔다. 가깝게는 〈선덕여왕〉이 보기 좋은 예다.
![]() |
||
| ▲ KBS <추노> | ||
물론 이 드라마 역시 인조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궁 안의 정치와 암투를 플롯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줄거리 상 주요 무대는 아니다. 〈추노〉가 직시하고 있는 곳은 저잣거리다. 민초들의 삶, 그 안의 다양한 일상의 모습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이야기가 궁궐에서 멀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백성들의 삶이 무대가 됐고, 백성 절반이 노비로 전락한 암울한 시대에서 ‘추노꾼’이라는 소재로 연결됐다. 다시 이 소재는 로드 무비라는 형태로 발전하면서 역동적인 드라마로 이어졌다.
다음은 영화를 능가하는 영상이다. 국내 드라마 최초로 레드 원 카메라를 도입, 기존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화면을 펼쳐냈다. 고속촬영과 입체적인 영상 구현이 가능한 이 카메라는 ‘액션’에 방점을 둔 〈추노〉에 제격인 장비다. 대길(장혁)의 화려한 발차기와 태하(오지호)의 우아한 칼 사위를 보여주는 대목에서 절정의 기능을 발휘하는 레드원 카메라 덕분에 이 작품은 ‘새로운’ 사극 드라마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특히 ‘쫓고 쫓기는 추격’을 이야기의 동력으로 삼은 작품답게 긴박감 넘치는 전개에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로스트〉나 〈24〉 같은 미드가 부럽지 않게 된 것이다.
방대한 로케이션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드라마는 주인공 추노꾼이 도망간 노비를 쫓고, 혜원(이다해)과 태하를 추격하는 여정은 장르적으로 보면 로드 무비인 셈이다. 따라서 다양한 장소의 등장은 불가피하다. 보통 사극의 경우 초반 광활한 중국을 무대로 한 영상을 선보인 뒤 국내 로케이션으로 옮겨오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게 기존 사극의 관습이었다. 하지만 〈추노〉는 다르다. 국내 특유의 자연 풍광이 돋보이는 장소를 섭외해 한국적 영상을 구현했다. 그건, 중국의 거대하지만 황량한 영토와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다.
역사와 픽션을 넘나드는 구성도 돋보인다. ‘인조에 의해 제주도로 유배된 소현세자(김진우)’라는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도망노비와 그들을 쫓는 추노꾼, 그리고 소현세자를 둘러싼 정치적 격동을 드라마로 엮어내는 스토리텔링이 뛰어나다. 특히 〈7급 공무원〉 등 코믹한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천성일 작가 특유의 유머 코드가 사극과 만났을 때 발휘되는 신선함도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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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용진〈무비위크〉기자 | ||
배우들의 빛을 발하는 연기도 압권이다. 대길에 ‘빙의’된 듯한 장혁의 섬뜩한 눈빛 연기도 화제를 모으고 있고, 사극이 처음인 오지호 역시 이 장르에서 요구하는 인물의 심리와 성격을 제대로 묘사하고 있다. 또 이한위 안석환 윤문식 등 조연들의 감초 연기도 드라마를 풍성하게 하고 있다.
이렇듯 이 작품의 성과를 보더라도 한국 드라마 역사에서 〈추노〉의 입지는 결코 작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추노〉가 보여준 새로운 드라마의 가능성은 후속으로 제작될 작품들에 커다란 자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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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의 예능의 정석]SBS 〈패밀리가 떴다2〉
SBS 〈일요일이 좋다〉 ‘패밀리가 떴다 시즌2’(연출 곽승영·이양화, 이하 ‘패떴2’)가 지난 21일 첫 선을 보였다. 김원희, 윤상현, 지상렬, 신봉선, ‘소녀시대’ 윤아, ‘2PM’ 택연, ‘2AM’ 조권 등 새로운 패밀리 7명이 강원도 곰배령의 한 산장에서 오리엔테이션을 하는 것으로 ‘패떴2’는 시작됐다. 이들은 첫 회부터 가장(家長) 선발을 시작으로 설산 산행, 소지품 검사, 라면 쟁탈전, 장작 패기, 눈밭 게임부터 저녁 식사 준비와 장기자랑에 이르기까지 70여분 동안 숨 가쁜 강행군을 해 보였다.
유재석과 이효리 등 ‘원조 패밀리’들이 하차한 이후 새롭게 꾸려진 ‘패떴2’는 시작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우려 또한 그에 못지않게 컸다. ‘패떴 시즌1’이 제한된 포맷과 캐릭터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막을 내린 만큼 ‘패떴2’는 뭔가 새롭고 차별된 무언가를 내세워야 했지만 알려진 바로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21일 첫 방송에서 안타깝게도 이 같은 우려는 현실로 확인됐다. 아무리 첫 회이고, 오리엔테이션에 불과했다고 하나 ‘패떴2’의 시작은 무엇이 새롭고, 어떤 지점을 고민했으며, 앞으로 어떤 것을 기대해야 할지 감을 잠을 수 없게 만들었다.
| ▲ 지난 21일 첫 선을 보인 '패밀리가 떴다2' ⓒSBS | ||
제작진이 방송에 앞서 밝혔듯이 ‘패떴2’ 첫 회는 ‘윤상현의 예능적응기’로 요약된다. 윤상현은 이날 방송에서 첫 예능 고정출연에 대한 기대→피로→왕따→조권과 천적 라인 형성→부적응에 이르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제작진은 특히 윤상현과 조권에 ‘톰과 제리’ 합성이라는 무리수(!)까지 감행하며 천적 캐릭터 형성을 위해 애썼지만, 첫 회부터 캐릭터를 설정해 가려는 시도는 다소 무모하다 못해 작위적으로까지 보였다.
패밀리 내부에 든든한 중심축이 부재하다는 사실도 치명적이다. 원조 ‘패떴’에선 유재석이라는 걸출한 진행자가 구심점에서 출연자들을 배려하며 캐릭터의 충돌과 화합을 이끌어내고, 이효리가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패떴2’에서 이 같은 역할을 해야 할 김원희는 첫 회부터 몹시 버거워하는 기색이 역력하고, 예능 경험이 많은 신봉선이나 조권도 의욕은 앞서는데 이들을 받쳐줄 사람이 없어 안쓰럽기까지 하다.
| ▲ '패떴2'의 멤버들. 김원희, 윤상현, 지상렬, 신봉선, 조권, 택연, 윤아. ⓒSBS | ||
‘시즌2’인 만큼 빨리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조급증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처음 만난 출연자들이 어색함을 느낄 겨를도 없이 휘몰아치듯 빽빽한 일정을 소화하게 하고, 다소 작위적인 편집으로 캐릭터와 설정을 만들어가려는 시도는 시작부터 진정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우리 결혼했어요’와 ‘1박2일’을 섞어놓은 것 같다는 지적보다, 손발이 오그라들게 하는 자막보다 더 큰 문제가 바로 여기 있다.
시청률 16.5%(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 기준)라는 순조로운 출발에도 불구하고 다음 회를 기대하기보다 우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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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따져보기] 차우진 대중문화평론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부의 신〉은 학벌조장 드라마다. 그걸 부정할 수 없다. 몇 년 전 방영되었던 〈강남엄마 따라잡기〉보다 더 노골적이다. 강 변호사가 외치는 말마따나 “공부를 해라! 천하대엘 가라!”가 환기하는 건 이 세계에 만연한 건 인성교육이 아니라 서열화된 학벌주의란 사실이다. 그래서 〈공부의 신〉은 강렬하다. 그렇게 노골적이니 당연하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이상하게 보는 사람을 끌어들인다.
개인적으로 아이들을 미화하는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 분야의 대가는 단연코 미야자키 하야오다. 그는 아이들을 어른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그려낸다. 열 살도 안 된 여자아이의 책임감은 지구를 구할 만큼 대단하고 어른들 역시 쿨하게 직설적이다. 물론 그의 이야기가 매력적인 건 보통 여자아이들이 세계를 구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좋은 역할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어쨌든 아이들을 그 모습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은 언제나 불만이다.
| ▲ KBS〈공부의 신〉 | ||
〈공부의 신〉도 비슷하다. 이 드라마의 아이들이 지금 아이들인지 잘 모르겠다. 나는 오히려 백현이나 풀잎이 아니라 그들로부터 비껴난, 난장판인 교실 구석에서 말없이 앉아있는 아이들이 더 궁금하다. 그들은 백현이나 풀잎이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과연 그들은 천하대 따위 가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할까.
학생들이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완전히 배제된 누군가에게 감정이입하는 건 어쩔 수 없다. 내가 그랬기 때문이다. 존재감도 없는 채 교실 구석에서 어중간한 성적을 가지고 매일 장래에 대한 고민을 쌓아가던 10대가 바로 나였다. 뭘 하고 싶은 건지, 뭘 잘할 수 있는 건지도 몰랐고 그저 공부만 하면 될 것 같았는데 그나마 성적도 좋지 않았던 터라 ‘꿈을 꾼다’는 게 뭔지도 몰랐다. 그런 건 공부를 잘하거나 놀기라도 잘 노는 애들이나 가지는 건 줄 알았단 얘기다.
그런데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공부의 신〉이 흥미롭다. ‘천하대’라는 한 마디가 애들에게 꿈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적어도 어떻게 살고 싶다는 생각도 못하던 애들이 어떻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비록 ‘1류 대학 합격’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날지라도 그건 대단한 일이다.
이 드라마에서 흥미로운 건 아이들이 꿈을 꾸는 순간 어른들도 성장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인간이 계속해서 성장하는 존재라는 걸 쉽게 잊어버린다. 나이가 들고 직장을 가지고 경력이 쌓이고 결혼을 하고 가족이 생기면 모든 게 다 끝나고, 지루하게 반복될 뿐이란 생각을 은연중에 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 성장하는 존재다. 인간은 그렇게 만들어졌고 그렇게 진화해왔다. 그래서 백현이가 100점을 받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풀잎이가 대학에 가겠다고 공부를 할 때 그걸 보는 어른들도 뭔가가 바뀐다. 시종일관 우격다짐이던 강 변호사가 변하고, 착한 선생님으로만 보여지고 싶던 한수정 선생이 변하고, 장마리 이사장 대리가 변한다. 물론 자기 방식대로 변한다. 어쩔 수 없다. 그게 어른이니까.
| ▲ 차우진 대중문화평론가 | ||
아이들은 계속 자란다. 그건 당연한 일이지만 생각해보면 놀라운 일이다. 우리가 그러했듯이 저 아이들도 자랄 것이다. 천하대에 가든 못가든 어쨌든 어른이 되어갈 것이다. 그게 끝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하는 것, 어른이 되어도 삶은 지속되고 꿈은 계속 꾸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게 어른들의 몫이다. 그래서 마침내 우리 같은 어른이 되지 않는 것. 그걸 위해서 어른은 제대로 된 세상, 요컨대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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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혜영의 드라마 투덜대기] SBS 수목드라마 ‘산부인과’
낙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지난 3일 산부인과 의사 모임인 ‘프로라이프’가 불법 낙태 시술을 한 병원 세 곳을 고발하면서다. 이들은 불법 낙태와 관련해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지 않자 극약 처방에 나섰다. 여성 운동 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고발로 낙태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는 이유다. 이들은 여성들이 낙태를 선택하지 않도록 사회적 조건을 개선하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로라이프’가 불법 낙태 시술 병원을 고발한 지난 3일, 공교롭게도 산부인과를 배경으로 한 의학 드라마가 첫 방송을 시작했다. SBS 새 수목드라마 <산부인과>다.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낙태 문제는 드라마에서도 역시 첫 회부터 주요 에피소드로 등장했다. ‘내 아이를 죽여주세요’란 1회 제목은 이를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 ▲ ⓒSBS | ||
<산부인과> 1회에는 남편의 아이인지 확인하기 위해 태아의 혈액형 감별을 요구하는 여성의 이야기가 나왔다. “이 아이 때문에 내 인생 망칠 생각 전혀 없거든요!” 남편의 아이가 아닐 경우 낙태를 하겠다는 의지는 이 한 마디에 집약적으로 드러났다.
재벌가의 며느리가 된 아나운서가 아이의 다운증후군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의사에게 아이를 죽여 달라는 부탁을 하는 섬뜩한 내용도 등장했다. “오죽하면 이런 추악한 부탁을 하겠어요. 제 인생도 한번쯤 생각해 달라는 거예요.” 그들에게 아이는 자신의 인생에 방해가 된다면 언제든 버려도 좋은 존재다.
이에 대한 극중 산부인과 의사 혜영(장서희 분)의 생각이다. “원치 않는 임신이 어떤 건지, 어떤 부담을 안아야 하는 건지 잘 압니다. 그건 정말 빨리 치워버리고 싶은 ‘쓰레기’ 같은 느낌이죠.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해드릴 수 없습니다. 산부인과 의사는 산모와 태아 ‘두 생명’을 다룹니다.”
낙태와 관련해 사회적 논란이 한창일 때 드라마 <산부인과>는 첫 발을 내디뎠다. 불법 낙태를 근절하기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선 ‘프로라이프’의 선택이 옳은 건지, 법적 조치 이전에 사회적 조건 개선을 외치는 여성 단체들의 주장이 옳은 건지, 판단하긴 힘들다. 드라마에서도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판단을 강요하진 않을 것이다.
다만, 제작진이 기획의도에서 밝혔듯 “산부인과 병실에서 단 며칠간 보여지는 그녀들의 비밀과 선택의 대비를 통해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1회에서 낙태를 원하는 산모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 2회에서는 애끓는 부모의 사랑을 보여주면서 대비되는 에피소드를 보여줬듯,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생각할거리를 던져주지 않을까. 환자들의 다양한 사연들을 중심으로 ‘생명’이란 화두를 던져줄 <산부인과>가 앞으로 어떤 얘기를 펼쳐놓을지 관심 있게 지켜봐도 좋을 것 같다.
백혜영 기자
otili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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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혜영의 드라마투덜대기] KBS 수목드라마 ‘추노’
“여자 연기자로 사는 것이 쉽지 않다. 감독님과 많은 얘기를 하면서 혜원 캐릭터를 완성도 있게 그려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혜원을 보며 불편하셨다면 죄송하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
그간의 논란에 탤런트 이다해 역시 적잖이 마음고생을 한 모양이다. 지난 1월 30일 방송된 KBS <연예가중계>에서 이다해는 이렇게 말했다. KBS 수목드라마 <추노>는 시청률 30%를 넘어서며 인기를 얻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 논란의 중심에 이다해가 있다.
<추노>에서 노비 신분을 벗고 양반이 되는 혜원(언년이) 역을 맡은 이다해는 극 초반 ‘노비답지’ 않게 뽀얗고 깨끗한 얼굴로 등장해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왜 언년이(이다해)만 예쁘냐”다. 이후 극이 전개되면서 <추노>에는 선정성 비판이 제기됐고, 이다해의 잦은 노출이 특히 도마 위에 올랐다.
그리고 지난 27일과 28일, 선정성 논란은 절정에 달했다. 27일 방송분에선 추노꾼 대길(장혁 분)의 칼에 맞아 부상을 입은 혜원이 상처를 치료받으면서 윗저고리를 벗은 장면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은 그동안 나왔던 선정성 논란을 의식했는지 혜원의 가슴 부분을 모자이크 처리했다.
| ▲ 지난 27일 방송된 KBS <추노>의 한 장면. 제작진은 이다해의 가슴 부분을 모자이크 처리해 비판을 받았다. ⓒKBS | ||
그리고 이는 제작진이 여배우의 노출을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만약 이다해의 노출이 극의 흐름상 어쩔 수 없는 장면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면, 제작진이 이처럼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였을까.
사실 27일 방송에서 등에 칼을 맞아 상처를 치료받는 과정에서 이뤄진 이다해의 노출은 전혀 선정적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장면이었고, 극의 흐름상 필요했다. 그런데 제작진은 생뚱맞게 모자이크 처리를 해 극의 몰입을 방해했을 뿐 아니라, 이다해의 노출이 극의 흐름상 ‘꼭’ 필요했느냐는 의문까지 낳게 만들었다.
현재 <추노>를 둘러싼 대부분의 비판은 이다해 혼자 감내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노출 논란은 분명 제작진의 책임이 크다. 제작진의 일관성 없는 태도가 논란을 더 키웠을 뿐이다.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필요한 장면이라면, 일부에서 비판을 받을지언정,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는 자세가 지금 <추노> 제작진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백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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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의 예능의 정석]MBC 〈우리 결혼했어요-시즌2〉
지난 20일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2AM’ 리더 조권은 2AM의 인기가 2PM보다 못해 섭섭하지 않냐는 질문에 발끈(!)하며 “요즘 대세는 조권”이라고 말했다. 자신감이 지나치다 싶기까지 한 이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지상파 방송 3사의 예능프로그램을 장악하다시피 하며 ‘깨방정’이란 말을 유행시키고, 본명보다 ‘깝권’이란 별명을 더 익숙하게 만든 그는,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대표적인 ‘예능돌’이다.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엇갈리겠지만, 개인적인 소감을 털어놓자면, 처음 조권은 호감형이 아니었다. 그래서 지난해 10월 조권이 ‘브라운아이드걸스’의 가인과 함께 MBC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 시즌2에 첫 출연했을 때에도 별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회가 거듭될수록 특유의 ‘깨방정’과 솔직함이 그의 이미지를 달리 하는 것은 물론, 프로그램 전체의 흐름까지 새롭게 바꿔놓고 있다.
| ▲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 중인 조권-가인 커플. ⓒMBC | ||
스타들의 가상 결혼 체험이라는 프로그램 포맷은 초반엔 상당히 신선하게 느껴졌지만, 얼마 안 가 한계를 드러냈다. 어떤 스타 커플이 출연하느냐에 따라 대중의 관심은 큰 편차를 보였고, 아슬아슬한 감정 줄타기로 흥미진진함을 느낄라치면 ‘어디까지나 가상일 뿐’이라는 변함없는 ‘현실’이 발목을 잡았다.
그렇게 다소 제자리걸음을 걷는 듯한 〈우결〉에 제법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은 이들이 바로 실제 커플인 황정음-김용준이었다. 그리고 이들마저 하차하며 다소 삐걱댈 것이라 우려되던 〈우결〉이 조권-가인 커플에 의해 생기를 되찾고 있다. 비록 시청률은 10% 초반대로 크게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이들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우결〉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이전까지 〈우결〉에 출연한 커플들은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거나 특별한 이벤트 안에서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는 소극적 역할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예쁜 그림’을 만들어내고 때로 설레는 감정을 이끌어내긴 했으나, 그들의 ‘관계’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은 떨어졌다. 그러나 조권과 가인 커플은 대단한 설정 없이도, 그들의 일이나 일상 같은 소소한 상황 속에서도 끊임없이 관계를 진전시켜 나간다.
이들은 ‘가상’이라는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방송과 현실의 경계를 종종 의심케 하고, 비록 가상결혼이되 현재에 충실하고자 한다. 이를테면 가인은 조권이 방송에서 다른 여성과 스킨십을 한 모습을 보면서 질투를 하고, 이에 대해 조권이 “방송일 뿐”이라고 선을 긋자 자신과의 관계도 방송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섭섭함을 드러낸다. 또 동시에 조권의 첫 사랑이라는 ‘오방실’이란 여성에 대해 불타는 질투심을 드러내놓고도, 인터뷰에서는 “일부러 질투하는 척 한 것”이라며 장난스럽게 인정하기도 한다.
이는 현재 함께 출연 중인 이선호-황우슬혜 커플의 모습과도 대비된다. 황우슬혜는 이선호를 ‘(바람)둥이’라고 놀리며 그의 복잡한 여자관계를 의심하지만, 그게 진심인지 아닌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이들은 럭셔리한 신혼집과 스키장에서 남부럽지 않은 신혼생활을 시작하고, 아름다운 카페에서 결혼식도 올리지만 모든 상황들이 ‘설정’ 안에서 이뤄진다는 인상을 준다. 만난 지 한 달이 채 안 된 커플이기에 어쩔 수 없는 한계일 수도 있지만, 이들 사이에선 아직까지 어떤 화학적 반응도 기대할 수가 없다.
| ▲ '우결'의 이선호-황우슬혜 커플. ⓒMBC | ||
특히 다른 예능프로그램에서 지나치게 우스꽝스러운 모습만 부각되던 조권이 〈우결〉에서 보여주는 다양하고 입체적인 모습은 기존의 다른 ‘신랑’들과도 차별화되며 생동감을 더한다. 그는 여전히 ‘깨방정’을 떨되 생방송에서 ‘음이탈’로 괴로워하는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사람으로 가득한 마트에서 ‘손가인 사랑한다!’를 외치면서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민망함은 주지 않는, 흔치 않은 캐릭터다.
이처럼 정형화되지 않은,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빚어내는 이야기는 그래서 회를 더할수록 흥미롭다. 이 때문에 얼마 전 조권-가인 커플 하차설이 전해졌을 때 많은 팬들이 흥분하며 반대했다. 결과적으로 3월 하차설은 사실 무근으로 밝혀졌지만, 언젠가 이들 커플도 〈우결〉을 떠나는 순간이 올 것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가 오기 전에 〈우결〉 제작진은 또 다른 가능성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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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따져보기] 조민준 〈한겨레〉 ‘ESC’팀 객원기자
| ▲ MBC 월화 미니시리즈〈파스타〉 | ||
드라마 비평은 어렵다. 대부분의 경우 이야기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 글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한때 드라마 잡지를 만들었고 여전히 드라마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 입장에서, 이처럼 미처 지어지지도 않은 밥에 숟가락을 꽂으려다 흔한 말로 ‘낚인’ 경험도 간혹 있었다는 사실을 고백해야겠다. 드라마가 끝난 후 여유롭게 차근차근 돌아보는 것이 아무래도 좋겠지만, 그런 기회는 작품의 사회·문화적 파급효과가 상당하지 않은 한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실시간으로 피드백이 이루어지는 장르의 특성에 비롯된 이유가 크다.
그런 까닭에 결말을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현재진행형의 드라마를 비평할 때는 아무래도 조심스러워야 마땅하다. 단순히 만듦새의 수준을 논하는 게 아니라 세계관을 읽고자 함이라면 더더욱 엄격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 헌데, 어차피 결말도 모르는 채로 글을 쓴다는 이유로, 오히려 드라마 비평은 쉽다는 인식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일회성 엔터테인먼트이니 즉물적인 비난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까? 최근 두 편의 월화드라마를 둘러싼 미디어와 평론가들의 설왕설래를 보자면, 드라마와 그 비평 문화에 대한 인식이 그 정도에 불과하다는 게 얼마만큼은 진실인 듯하다.
첫 번째 사례. MBC 월화 미니시리즈 〈파스타〉에 대해 영화평론가 황진미는 〈미디어오늘〉에 쓴 평론에서 ‘최악의 노동현장을 그린 노동지옥 드라마’라는 요지로 비판했다. 그가 위법의 구체적인 예시까지 들며 지적한 팩트들은 대부분 옳다. 최현욱(이선균)이 셰프로 있는 주방에서는 현재까지 기절초풍할 성차별적 노동탄압이 일어났고 김산(알렉스)의 어떤 대사는 충분히 성희롱이라 불릴 만했다.
문제는 최현욱과 김산 캐릭터의 비윤리적이고 위법적인 언행이, 어떻게 ‘위법하고 비윤리적인 드라마 〈파스타〉’라는 결론으로 직결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예외적인 경우도 있겠지만 내가 알기로 대부분의 영화평론에서는 어느 한 대사, 어느 한 설정, 어느 한 캐릭터만을 맥락에서 떼어내어 작품의 세계관을 예단하지 않는다.
그런데 텔레비전 드라마 비평에서는 그것이 너무도 쉽게 이루어진다. 〈파스타〉가 결국 최현욱의 남성우월적이고 위법적인 세계관을 옹호하는 작품이었다는 결론은 드라마가 끝난 후에 내려도 늦지 않거니와, 이런 류의 로맨스 드라마 공식에 익숙한 시청자들은 그런 결론과 함께 드라마가 최종회를 맞이하지 않으리라는 사실 또한 알고 있다. “내 주방에 여자는 없다!”던 최현욱의 호언장담은, 아직 절반에도 이르지 않은 시점에 이미 깨져버렸지 않은가.
| ▲ KBS〈공부의 신〉 | ||
어느 한 단편만을 놓고 이루어지는 침소봉대는 두 번째 사례, 〈공부의 신〉에 쏟아진 비난들에서도 마찬가지로 찾을 수 있다. 사실 이 드라마의 흥밋거리 중 하나는 즐거운 학교를 꿈꾸는 한수정 선생(배두나)과 엘리트주의자 강석호 변호사(김수로)의 가치관 충돌이다. 최후에 누가 승리할 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언론들은 이미 결말을 알고 있는 듯 말한다. ‘입시 과열을 미화하고 사교육을 정당화하는 드라마’라고. 이 또한 최초의 설정, 캐릭터, 대사 몇 마디만을 보고 드라마의 세계관을 예단하는 버릇에서 나왔다.
| ▲ 조민준〈한겨레〉‘ESC’팀 객원기자 | ||
심지어 〈경향신문〉은 대중문화평론가 하재근의 말을 빌려 ‘이 드라마의 영향으로 자칫 우리 아이들이 잘못된 가치관을 갖게 될’까 우려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다. 현실의 문제를 두고 손쉽게 대중매체를 희생양으로 삼는 습성. 이제 드라마의 PD와 작가들은 자기검열이라도 해야 할까? 모두들 입을 모아 볼만한 한국 드라마가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만큼 성의 있는 태도로 접근하는 이들 또한 무척 드물다. 서글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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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의 예능의 정석]토크쇼의 생성과 소멸
한동안 잠잠했던 토크쇼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주된 흐름 속에서 ‘무릎팍 도사’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기를 못 폈던 토크쇼가 요즘은 예능의 주요한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박명수, 정선희, 김구라 등이 케이블TV에서 토크쇼 진행을 맡았는가 하면, 영화배우 김승우도 내달 KBS 〈승승장구〉를 통해 토크쇼 진행자로 변신한다. 1인 토크쇼부터 콩트형 토크쇼까지 그 형태도 다양하다. 토크쇼의 강점인 ‘진솔함’을 표방하되, 새로운 시도로 토크쇼로부터 관심이 멀어진 시청자들을 잡아끈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토크쇼의 등장 VS. 소멸하거나 변화하거나
이처럼 신생 토크쇼들이 속속 선보일 예정인 가운데, 최근 일부 토크 프로그램은 문을 닫거나 포맷을 변경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집단 토크쇼’ 형태의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KBS 〈상상더하기〉(상상플러스)는 지난 19일 사실상 막을 내렸다. 지난 2004년 11월부터 방송돼 ‘올드 앤 뉴’ 등의 코너로 큰 인기를 끌었던 〈상상플러스〉는 오는 26일 하이라이트 방송을 끝으로 5년 2개월여 간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 ▲ SBS '절친노트3'의 '찬란한 식탁' 코너. ⓒSBS | ||
‘리얼 토크쇼’를 지향했던 KBS 〈신동엽 신봉선의 샴페인〉은 지난 3일 21개월 만에 종영하고, 후속으로 〈샴페인〉의 ‘이상형 월드컵’ 코너를 특화시킨 〈달콤한 밤〉을 지난 10일부터 방송 중이다. KBS 〈미녀들의 수다〉도 일명 ‘루저 논란’을 겪은 뒤 ‘시즌2’로 개편을 하고 세계 각국의 모습을 선보이는 등 교양성을 강조한 토크쇼로 탈바꿈했다.
이 같은 변화는 치열한 약육강식의 세계이자 전쟁터인 예능이란 무대에서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한때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자였던 〈상상플러스〉는 화요일 밤 동시간대에 방송되는 〈강심장〉의 공세에 밀려 두 손을 들었고, 〈미녀들의 수다〉는 안팎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경쟁작인 MBC 〈놀러와〉까지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그러나 변화가 언제나 좋은 결과를 부르는 것만은 아니다. 〈미녀들의 수다2〉는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함인지 개편 이후 ‘감동’ 코드를 강조하며 다큐멘터리냐, 예능이냐는 지적을 받았다. 〈절친노트3〉는 MBC 〈세바퀴〉 등 히트 프로그램들을 ‘짬뽕’한 듯한 포맷부터 진행까지 엉성하기만 해 굳이 ‘시즌3’로 나와야 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달콤한 밤〉은 10%를 넘는 시청률로 제법 선전 중이지만, 스타들의 이상형에 관한 ‘기삿감’을 제공하는 역할에 머무른다는 인상이다.
확실한 포맷, 타깃 시청자층 고려해야
이처럼 토크쇼가 대세로 자리 잡아가는 와중에도 적지 않은 프로그램이 소멸되거나, 제자리걸음을 걷거나, 후퇴하고 있다. 이는 편성과 같은 외부 조건 탓도 있겠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청자들의 욕구를 읽어내지 못하고 기존 방식에만 머무르려 하거나, 타깃 시청자층 설정에 실패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 ▲ KBS '달콤한 밤' ⓒKBS | ||
〈해피투게더 시즌3〉는 유재석과 박미선이라는 걸출한 진행자를 중심으로 어떤 게스트가 나와도 편안한 분위기에서 토크를 진행하는 힘이 있고, 〈세바퀴〉는 ‘줌마테이너’들을 앞세워 중년의 시청자들을 잡아끄는데 성공했으며, 〈놀러와〉는 어떤 연관성도 없어 보이는 스타들의 공통분모를 찾아내 테마별 토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시도,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던 토크쇼 가운데 가장 오래도록 생존하는 저력을 보였다. 또 〈강심장〉은 MC부터 게스트까지 전례가 없을 물량공세를 바탕으로 집단 토크쇼의 힘을 과시 중이다.
요즘 토크쇼는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그러나 성공한 토크쇼와 실패한 토크쇼의 명암은 제법 뚜렷하다. 걸출한 MC는 손에 꼽을 정도이고, 폭발력 있는 토크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신생 토크쇼나 변화를 시도 중인 토크쇼는 이런 한계 위에서 출발해야 한다. 과연 이들 프로그램이 토크의 수준을 높이 끌어올리는데 성공할 것인지, 그저 그런 수다의 장이 되는데 만족할지 지켜볼만하다.
김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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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혜영의 드라마 투덜대기] MBC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서른두 살에 결혼하고 싶어 하던 여자가 서른네 살이 됐다. 그리고 아직도 결혼하고 싶다고 외친다. MBC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6년 여 만에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이하 아결여)로 돌아왔다. 변한 거라곤 흘러간 시간만큼 먹은 나이밖에 없다. 방송 기자 이신영(박진희 분)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신영의 친구 다정(엄지원 분)과 부기(왕빛나 분)가 새로 등장한다. 그리고 ‘인생의 동반자’를 찾는 일은 그녀들에게 아직도 숙제로 남아 있다.
지난 21일 모습을 드러낸 <아결여>는 첫 회부터 재미있고 ‘센’ 에피소드들을 펼쳐 놓았다. <아결여> 1, 2회에는 자신에게 청혼한 날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모텔에 간 사실을 알게 되고, 변태에게 황당한 일을 당하는 신영의 얘기와 헤어진 남자친구 집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치다 물벼락을 맞는 다정의 얘기 등이 펼쳐졌다. 여러 에피소드들이 한꺼번에 마구 쏟아지다보니 다소 과한 느낌도 들었지만, 재미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 ▲ 배우 엄지원, 박진희, 왕빛나 ⓒMBC | ||
<아결여>가 30대 중반 싱글 여성들의 사랑과 일, 결혼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지만, 사실 30대 중반의 싱글 여성 중 <아결여>의 주인공들처럼 전문직에 종사하는, 잘 나가는 여성들이 얼마나 될까. 이 때문에 방송사의 차가운 책상 바닥에 엎드려 자다 입이 돌아가 버린 신영의 모습이나, 만취한 상태로 집에 가다 공사 중인 아스팔트 바닥 위에 넘어져 얼굴이 붙어버린 다정의 모습은 재미 그 이상을 주진 못했다. 또 그녀들의 고민도 상대적으로 ‘배부른’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싱글들의 공감을 자아내려 하는 <아결여>는 그래서 역시 ‘판타지’에 그칠 뿐이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고 싶어 하는 그녀들의 고민이 절실하게 와 닿기보다 탄탄한 전문직을 가진 그녀들이 왜 결혼에 목매는지 가끔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되고, 널찍하고 세련된 부기의 집과 그가 입은 옷, 액세서리에 더 눈이 간다. <아결여>에 보다 ‘현실적’인 캐릭터가 한 명쯤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다수가 공감하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캐릭터 말이다. 재미있고 톡톡 튀는 <아결여>에 2% 아쉬운 부분이다.
백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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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수목드라마 <추노>에서 추노꾼 대길 역을 맡은 배우 장혁 ⓒKBS | ||
[방송따져보기] 위근우〈10아시아〉기자
다시, 인조의 시대다. 2010년 최고의 기대작이자 그 기대 이상을 보여주고 있는 KBS 월화드라마 〈추노〉의 시대적 배경은 KBS 〈최강칠우〉와 SBS 〈일지매〉에서처럼 인조 시대다. 〈최강칠우〉의 박상연 작가가 언젠가 인터뷰에서 밝혔던 것처럼 인조 시대는 조선의 난세 중에서도 손꼽히는 시대다.
병자호란 이래로 치안을 비롯한 공권력은 붕괴되었고, 새로운 시대의 희망이었던 소현세자가 아버지인 인조에 의해 암살되었다는 소문 때문에 민심은 흉흉해졌다. 그래서 공권력의 대용품이 필요하고, 그 중 하나가 도망간 노비를 쫓는 추노꾼이다. 하지만 돈 앞에서 피도 눈물도 없어보이던 대길이 복면을 쓰고 자신이 붙잡아온 어린 노비와 그 어미를 놓아줄 때 그는 앞서 말한 히어로 드라마의 주인공들과 조우한다. 그는 노비 주제에 주인에게서 도망치는 것을 봐주지 않지만 주인이 그 권리를 이용해 열세 살 난 여자 노비와 합방하려는 꼴 역시 봐주지 않는다.
즉 그는 공권력으로부터 그 권리를 이양 받아 노비를 쫓을 때나 공권력 몰래 의적 활동을 할 때나 붕괴되어버린 법과 제도를 대신한다. 부정부패로 재물을 모은 양반의 곳간을 털어 양민들에게 나눠주던 일지매나 인륜을 저버린 죄를 저지른 양반들을 암살하던 칠우처럼.
이들 히어로들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미처 해주지 못하는 것을 보완하는, 하지만 국가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면에서 일종의 자경단에 가깝다. 하지만 보안관 대신 한 마을의 악당을 물리치고 떠나면 그만인 카우보이와 한국의 자경단은 최종 목적지가 다르다. 카우보이가 중앙집권체제가 확립되지 않아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았다면, 대길을 비롯한 한국의 자경단원들은 무능한 왕에게 왕권이 집중되어 혼란스러운 시대를 산다.
여기서 이들은 또 다른 형태의 한국형 영웅들인 홍길동, 임꺽정 같은 혁명가의 길을 따를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국가의 시스템을 보완하던 존재에서 국가를 전복시키는 존재로 넘어가는 과정은 아쉽게도 〈일지매〉나 〈최강칠우〉에선 그리 매끈하게 그려지지 못했다. 일지매가 왕을 납치하기 위해서는 혁명가의 의식보다는 인조에 의해 암살된 아버지에 대한 개인적 복수심이 필요했고, 칠우와 만난 인조는 죄책감 때문에 죽었지만 결국 전복을 위한 암살은 포기되었다.
그래서 〈추노〉에는 소현세자의 뜻을 세우기 위해 탈출한 태하가 존재한다. 그는 대길의 반대편에 서있지만, 국가가 미처 구현하지 못하는 정의를 세우는 대길과 정의도 구현하지 못하는 국가를 전복하려는 태하는 언제고 중간 지점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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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근우〈10아시아〉기자 | ||
이미 4회 만에 시청률 30%를 돌파했음에도 그 이상의 무언가를 〈추노〉에게 기대하는 지금의 분위기는 그래서 흥미롭다. 쫓는 자 대길과 쫓기는 태하, 전혀 다른 위치에 선 두 영웅이 인조와 좌의정으로 대표되는 위정자들과 대립하게 될 때, 과연 어떤 폭발이 일어날 것인가? 그 기대감은 근래 10년 동안 가장 중앙집권적이지만 과연 나라가 잘 돌아가고 있는지는 의심스러운 시대에 대한 상상적 전복의 쾌감은 아닐까. 벌써부터 곽정환 감독의 전작인 〈한성별곡-正〉의 주인공들처럼 〈추노〉의 인물들 역시 좌절할 것을 걱정하는 네티즌들이 있는 건 우연이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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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따져보기] 지용진〈무비위크〉기자
| ▲ 왼쪽부터 월화드라마 KBS2〈공부의 신〉SBS〈제중원〉MBC〈파스타〉. | ||
전초전은 끝났다. 이제부터는 전면전이다. 지난 주 1, 2회를 마친 방송 3사의 월화드라마 경쟁이 본격 시작된다. 몸은 풀었으니 지금부터는 굳히기에 들어가는 셈이다. 월화드라마 〈공부의 신〉(KBS2) 〈제중원〉(SBS) 〈파스타〉(MBC)가 펼치는 드라마 삼국지에서 누가 승리의 깃발을 꽂을 수 있을까? 각 작품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초반 기선제압에 나선 드라마는 〈공부의 신〉. 지난 1월 4일 동시 출격한 세 드라마 중에서 〈제중원〉이 첫 회 시청률은 제일 높았지만, 2회에서는 〈공부의 신〉에 역전 당했다. 5일 방송된 〈공부의 신〉의 시청률은 18.5%(TNS미디어코리아 기준), 〈제중원〉과 〈파스타〉가 각각 15.8%, 11.9%를 기록했다.
먼저 〈공부의 신〉은 그 동안 볼 수 없었던 학원 드라마를 표방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일본 드라마 〈드래곤 사쿠라〉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만화 같은 캐릭터와 소재로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꼴통)학생들의 일류대 보내기’라는 이야기는 현재 대한민국의 코드와 밀접하게 닿아있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얻을 소지가 다분하다.
무엇보다 무겁고 진지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재해석한 화법이 돋보인다. 그 중심에 김수로가 있다. 전직 폭주족 출신 변호사답게 화끈하고 거침없다. 그가 이끄는 ‘천하대 특별반’은 이 사회가 안고 있는 중요한 화두인 ‘사교육’에 맞서 그들만의 리그를 준비하고 있다. 말하자면, 박성광 식 표현으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 외치는 꼴찌들의 반란을 기대할 수 있다.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배두나와 ‘반항아’ 유승호의 까칠한 면모가 드라마의 결을 풍부하게 해주는 것도 묘미다.
조선 최초의 외과 의사가 된 백정 출신 황정(박용우)의 석세스 스토리를 담은 〈제중원〉은 밑바닥부터 꼭대기로 올라가는 그의 험난한 여정이 관건이다. 그래서 같은 맥락의 드라마 〈허준〉이 그랬던 것처럼, 역경을 딛고 꿈을 이루는 황정의 희망적인 이야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1회부터 짓밟히고, 무시당하면서 혹독한 나날을 보내는 그의 삶은 드라마틱한 기복을 형성하는 의미를 지녔다.
신분 차별의 어려움 속에서도 세상의 편견을 극복하는 그의 열정적인 모습은 요즘처럼 살기 팍팍한 시대에, 시청자들에게는 달콤한 자극제나 다름없다. 그런 점에서 박용우의 어깨가 무겁다. 충무로에서 인정받는 그가 브라운관에서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그가 백정과 외과의사라는 극단의 캐릭터를 얼마나 입체적으로 연기하느냐에 따라 이 드라마의 성공 여부가 달린 셈이다.
요리를 소재로 한 트렌디 드라마 〈파스타〉는 화려한 색감의 오감을 자극하는 역동적인 화면으로 시선을 끌었다. 초반에는 품격 있는 요리를 탄생시키는 주방의 치열한 공기를 다루면서 사극이나 학원물이 보여줄 수 없는 이미지로 승부했다. 하지만 〈파스타〉는 주방의 온도가 느껴지는 〈헬스 키친〉이나 〈예스 쉐프〉 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아니다. 〈파스타〉의 주방에는 로맨스가 있다. 주방을 둘러싸고 얽히고설킨 주인공 네 명이 펼치는 달콤, 쌉싸름한 로맨스가 이 드라마를 요리하는 재료나 마찬가지다.
| ▲ 지용진〈무비위크〉기자 | ||
아쉬운 점은, 강마에가 빙의된 듯한 ‘독재자’ 이선균의 카리스마가 아직은 힘이 부족해 보인다는 점이다.
1, 2회로 배경설명은 끝났다. 〈공부의 신〉의 특별반은 이미 꾸려졌고, 〈제중원〉의 소근개는 자신의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파스타〉의 주방에도 로맨스의 싹이 틔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매력을 갖고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한 지금부터가 시청자들로선 행복한 고민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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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혜영의 드라마투덜대기] KBS 수목드라마 ‘추노’
새해 벽두부터 드라마 경쟁이 치열하다.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소재와 다양한 연령층을 타깃으로 한 드라마가 쏟아지고 있다. 시청자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사극이 있다. 바로 KBS 수목드라마 <추노>다.
<추노>는 기존 사극과 달리 일반 백성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던 ‘천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또 도망 노비를 쫓는 인간 사냥꾼(추노꾼)의 이야기를 그린 ‘조선시대 액션활극’이라는 색다른 장르를 개척해 가고 있는 중이다.
첫 방송부터 <추노>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장혁, 이다해, 오지호 등 주연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와 공형진, 조미령, 윤문식, 안석환 등 조연들의 감초 연기, 그리고 화려한 액션과 이를 받쳐주는 영상, 탄탄한 이야기 전개 등이 <추노>의 인기 비결로 꼽힌다.
그러나 이런 것만이 <추노>의 매력은 아니다. 지금 시대와 ‘통하는’ 어떤 것이 <추노>에는 있다. 이미 제작진은 기획의도에서 <추노>가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즐기는 드라마는 아니라는 점을 드러냈다. <추노> 제작진이 기획의도에서 밝힌 내용이다.
“만약 몇 백 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각자의 얼굴을 저 안에서 찾을 수 있다면 우리가 저잣거리를 살아가는 그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화폐가치가 인생의 값어치로 손쉽게 매겨지고 ‘88만원 세대’라던가, ‘비정규직 확대’와 같은 문구들로부터 눈길을 떼지 못하는 현재의 모순을 그 시대와 등가로 놓을 순 없다 하더라도 맨몸으로 부딪혀 싸우지 않고서는 무엇인가의 노예가 되지 않고 사랍답게 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것만큼은 여전하기 때문인지도.”
이러한 기획의도는 <추노>가 주목한 ‘시대’를 봐도 어느 정도 짐작 가능하다. <추노>는 병자호란 이후 그 어느 때보다 혼란했던 조선 중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청에 인질로 잡혀갔던 소현세자가 고국으로 돌아온 직후 갑작스레 사망해 ‘독살설’이 나돌고, 백성들의 삶은 그 어느 때보다 궁핍했다는, 그 시대다.
▲ KBS 수목드라마 <추노>에서 추노꾼 대길 역을 맡은 배우 장혁 ⓒKBS
<추노>는 1회 방송 도입부에 당시 혼란스러운 시대상을 설명했다. 백성의 절반 이상이 노비로 전락하고, 인간의 가치가 화폐로 거래되던 시대. 동시에 돈 몇 냥에 사람을 잡아 넘기는 추노꾼(노비를 쫓는 사냥꾼)이 횡행했던 시대 얘기다. 그러한 시대상을 바탕으로 ‘사람답게’ 살기 위해 도망하는 노비와 ‘먹고 살기’ 위해 그들을 쫓는 사람들. 사회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끼리 쫓고 쫓기는 모습을 <추노>는 그리고 있다.
안타깝게도 <추노>가 비추는 1600년대 조선과 400년이 지난 지금 우리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제작진이 말한 대로 ‘88만원 세대’라는 용어가 생길 만큼 비정규직 문제는 심각하고, 경제 불황으로 서민들의 고통은 더욱 커지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사교육을 받지 못하면 이른바 ‘출세’의 지름길로 여겨지는 명문대 입시는 꿈도 못 꾸고, 젊은이들은 공무원 등 안정적 직업을 얻기 위해 몇 년간 캄캄한 독서실에서 청춘을 보내고, 입으로는 서민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서민의 생활은 눈꼽만큼도 알지 못하는 정치인들이 득세하고, 재벌 총수는 대통령 말 한 마디로 죄를 사해주는 시대다.
더 답답한 것은 그러한 사회 모순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한 순간에 뒤바꿀 힘은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해, 사람답게 살고 싶어 도망하는 <추노> 속 노비들을 보며 현실의 모순 속에 어디론가 도망하고 싶은 우리의 모습을 보는지도 모른다. 그 시대 민초들의 삶을 보며 일종의 ‘공감대’가 형성되는지도. 그리고 그것이 앞으로의 <추노>를 주목하게 만드는 이유다.
백혜영 기자
otili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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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의 예능의 정석]‘패밀리가 떴다-시즌1’ 종영에 부쳐
SBS 〈일요일이 좋다〉 ‘패밀리가 떴다’(이하 ‘패떴’)가 1년 8개월여 만에 막을 내린다. ‘패떴’ 제작진은 지난 5일 “그동안 시청자 여러분의 사랑 덕분에 함께 울고 웃었던 패밀리들은 더 새롭고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아름다운 이별을 택했다”면서 “새롭게 시작하는 ‘패밀리가 떴다’ 시즌 2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제작진에 따르면 ‘패떴’은 오는 11~12일 마지막 녹화를 가진다. 이날 녹화에는 지난해 6월 연기활동을 이유로 하차한 박예진과 이천희, 그리고 허리통증으로 인해 지난해 11월 중도하차했던 박시연이 마지막 게스트로 출연해 이별의 아쉬움을 나눌 예정이다. 마지막 녹화분은 이달 말과 다음 달 초 전파를 탈 것으로 보인다.
11~12일 마지막 녹화…새 출연진·포맷의 ‘시즌2’ 구상
2월 중순 이후부터 ‘패떴 시즌2’가 방송된다지만, 유재석과 이효리 등 현 출연진 전원이 하차한 상태에서 새로운 멤버들로 구성될 ‘시즌2’는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결국 ‘패떴 시즌1’의 종영은 MBC 〈무한도전〉, KBS 〈해피선데이〉 ‘1박2일’ 등 방송 3사의 대표적인 리얼 버라이어티가 이뤄온 삼각편대의 한 축이 사라지는 것과도 같다.
| ▲ SBS '패밀리가 떴다' ⓒSBS | ||
그리고 결과적으로 볼 때, 지난해 연말 S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도 작금의 상황에 대한 복선은 충분히 깔려져 있었다. 누군가는 ‘국민남매’ 유재석과 이효리가 대상까지 받고 ‘배신’한 게 아니냐고 비난할지 모르겠지만, 돌이켜보면 당시 그들의 수상소감과 시상식 분위기는, 이미 이별을 암시하고 있었다.
유재석과 이효리는 영예의 대상을 수상한 뒤, 감격에 겨운 채로 ‘패떴’ 스태프를 일일이 호명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러나 새해엔 어떤 각오로 ‘패떴’에 임하겠다는 각오 같은 것은, 적어도 기억엔 없었다. 눈물이 그렁한 채로 고마움을 전하고 수고를 치하했을 뿐이다. 유재석이 유창하게 수상소감을 말하던 MBC 〈연예대상〉 시상식에서와 달리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고 급기야 춤으로 소감을 마무리한 것도 이미 이별을 알았기 때문일지 모른다.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으로 해석한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시청률 절반 수준으로 ‘뚝’…영욕의 1년 8개월
요즘 주춤하긴 했지만 ‘패떴’은 한때 최고의 리얼 버라이어티 중 하나였다. 2008년 6월 첫 방송 당시만 해도 〈무한도전〉과 ‘1박2일’의 콘셉트를 베낀 것 아니냐는 핀잔을 들었으나, 과거 ‘X맨’ 등에서 성공을 합작했던 장혁재 PD와 유재석은 제법 빠른 시간 안에 ‘패떴’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았다.
특히 ‘국민남매’ 유재석과 이효리를 비롯해 ‘엉성천희’, ‘달콤살벌 예진아씨’ 등의 캐릭터들이 많은 인기를 끌었고, 빅뱅과 소녀시대부터 비, 다니엘 헤니를 아우르는 화려한 게스트까지 내세워 한때 ‘1박2일’의 아성을 위협하며 일요일 저녁 강자로 군림하기도 했다.
| ▲ 지난해 연말 S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공동으로 대상을 수상한 뒤 코믹 춤을 선보인 이효리와 유재석. ⓒSBS | ||
이는 ‘패떴’이 애초부터 가진 한계였다. 〈무한도전〉은 여섯 혹은 일곱 멤버가 매주 새로운 도전을 하며 색다른 재미를 주고, ‘1박2일’은 비록 복불복의 연속일지언정 여행을 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재미를 기대하게 한다.
그러나 ‘패떴’은 거칠게 말하자면 ‘패밀리’들이 한적한 시골 마을을 찾아가 일을 하고 게임을 하고 밥을 하는 게 거의 전부다. 특히 과거 ‘X맨’을 연상시킨, 십중팔구 뻔한 결과로 이어진 잠자리 순위게임이나 아침식사 당번 정하기 등은 반복되는 패턴으로 식상함을 안겼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초 ‘대본’ 논란이 불거지며 프로그램의 진정성이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패떴’은 애초부터 리얼 버라이어티라기보다 시트콤적인 재미를 추구한 프로그램이었지만, 시청자들은 ‘리얼’ 버라이어티에 ‘대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리고 참돔 낚시 연출 논란을 비롯해 설정에 대한 의혹까지 꾸준히 제기되며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적잖은 타격을 입기도 했다.
일각에선 리얼 버라이어티의 ‘원조’격인 〈무한도전〉의 명MC 유재석이 비슷한 형태의 프로그램에 중복 출연한 자체부터 한계였다고도 지적한다. 이번 ‘패떴’ 하차가 SBS 예능국 차원의 결단인지, 유재석 본인의 의사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소속사의 의도인지는 알 수 없으나, 결과적으로 유재석 본인에게도, ‘X맨’부터 ‘패떴’까지 오랫동안 유재석을 의지해 온 SBS 일요일 예능에도 휴식이나 전환점이 되길 바라는 건 그래서다.
무너진 ‘리얼 버라이어티’ 삼각편대…SBS 향후 행보는?
어쨌든 ‘패떴’은 조만간 안녕을 고할 것이다. 30%에 육박하던 시청률이 절반 수준인 10% 중반까지 떨어진 요즘, 박수 칠 때 떠났으면 좋았으리라는 안타까움도 적지 않다. 하지만 배를 잡고 웃었던 〈연예대상〉 시상식에서의 유재석과 이효리의 코믹 춤이 왠지 찡하게 느껴질 만큼 ‘패떴’의 퇴장이 씁쓸한 것도 사실이다.
과연 SBS의 일요일 예능이 ‘유재석 없이도’ 얼마나 신선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들고 나올지 한편으론 기대도, 다른 한편으론 우려도 된다. 부디 조급해 하지 말고, ‘시즌1’의 안녕과 ‘시즌2’의 새로운 안녕 사이를 준비할 수 있길 기대한다.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방송 따져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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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리뷰] KBS 기획특집 ‘한국형 원전 세계로’
결국 이명박 대통령 띄우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KBS는 지난 5일 밤 기획특집까지 만들어 <한국형 원전 세계로>를 방송했다. 지난달 27일 아랍에미리트와 원전 수출 계약이 성사됐으니 불과 일주일 여 만에 만들어진 기획물이다. 이미 내용 면에서 특별한 성과를 기대하기 힘든 조건이다. 역시나 KBS는 원전 수출 계약 성사 이후 언론 보도에 늘 따라 붙었던 ‘원전 + 대통령’이란 공식을 충실히 수행했다.
KBS가 급히 특집 방송을 기획한 이유는 방송이 시작된 지 채 10분도 안 돼 짐작 가능했다. 결정을 두 달 가량 앞둔 지난 11월 초, 대세가 프랑스 쪽으로 기울었다는 설명에 긴박감을 주는 음악이 깔린다. 곧이어 아랍에미리트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전화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이 등장한다.
| ▲ 지난 5일 방송된 KBS 기획특집 <한국형 원전 세계로> 중 이명박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전화하는 모습. ⓒKBS | ||
뒤이어 웅장한 배경 음악과 함께 나온 설명은 더욱 낯 뜨겁다. “이명박 대통령은 현대건설 CEO 출신으로서 가격이 적정해야 한다는 등 수주 전 전략과 방법론을 막후에서 조언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계약을 따냈다. KBS가 비춘 원전 수출 계약서에 서명하는 우리 측 대표 뒤편엔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이 보인다. “막후에서 조언했다”는 대통령의 공을 드러내 보이는 듯하다.
물론 초반 한국전력이 지하에 ‘워룸’(War Room)까지 만들어가며 열심히 노력했다는 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KBS는 ‘결정적’인 공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었음을 드러냈다. 이후 방송은 원전의 경제적 효과와 한국형 원전의 발전 역사 등을 짚는 데 할애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수주액 부풀리기 논란이나 원전이 과연 친환경적인 에너지인가에 대한 의문 등은 살짝 언급하는 데 그쳤다.
| ▲ 지난 5일 방송된 KBS 기획특집 <한국형 원전 세계로> ⓒKBS | ||
전체 분량으로만 따지면, 이명박 대통령이 등장한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짧은 시간에 드러내 보인 ‘내용’이 중요하다. 급하게 기획한 특집물에 대해 KBS 기자들도 우려를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은 강행됐다.
결과적으로, 왜 굳이 기획특집까지 만들어가면서 연말 ‘환희’에 들떠 과한 보도를 했던 언론 보도를 되새김질했는지 모르겠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을 다시 한 번 드러내 보이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백혜영 기자
otili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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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따져보기] 블로거 ‘웅크린 감자’
요즘 〈지붕뚫고 하이킥〉의 인기가 정말 지붕을 뚫을 기세이다. 실제로 최근 시트콤으로서는 대박급의 시청률인 20%대에서 안착하여 순항 중에 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시트콤의 히트메이커 김병욱 PD의 작품치고는 시청자 반응이 다소 느린 편이었다. 〈순풍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똑바로 살아라〉, 〈거침없이 하이킥〉 등 전작들은 반응이 훨씬 빨랐고 초반부터 폭발적이었다. 그에 반하여 〈지붕뚫고 하이킥〉은 50회를 넘어선 이후에야 비슷한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는 〈지붕뚫고 하이킥〉 특유의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재미와 웃음코드로부터 비롯되었다.
〈지붕뚫고 하이킥〉에 출연하는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부조리와 왜곡된 현실을 상징하고 있다. 세경은 결손가정과 가난 문제를, 정음은 학벌과 취업 문제를, 순재는 황혼사랑 문제를, 보석은 무시 받는 가장문제를, 해리는 무관심과 애정결핍 문제를 가지고 있다.
| ▲ MBC 새 일일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의 포스터 ⓒMBC | ||
흥미로운 사실은 이런 캐릭터들이 한데모여 지지고 볶게 되면 비극이 도출되어야만 정상인데 〈지붕뚫고 하이킥〉에서는 희극이 창출된다는 점이다. 즉, 캐릭터들의 암울한 현실이 웃음과 재미로서 포장되어 에피소드로 꾸며지고 있다. 취업현장에서 학벌로 인하여 무시 받는 상황을 외모에 대한 자기최면으로 도피하는 정음의 에피소드나, 이름에 대한 콤플렉스를 출생에 얽힌 얼토당토 않는 사연을 통해서 보상받은 보석의 에피소드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렇다면 부조리와 왜곡된 현실을 상징하는 캐릭터들에게서 어떻게 웃음과 재미가 창출될 수 있는 것일까? 이는 〈지붕뚫고 하이킥〉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캐릭터들이 겪는 슬픔과 비애를 보여주고 있기에 가능하다.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에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아무리 암울한 현실일지라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시청자의 눈에는 희극적으로 보일 수 있다.
찰리 채플린의 말을 가장 완벽하게 구현했다고 평가받는 영화는 로베르트 베니니가 감독 겸 주연을 맡은 명작 〈인생은 아름다워〉(1999)이다. 생지옥인 나치의 유태인 수용소에서 펼쳐지는 어린 아들에게만큼은 비극적인 상황을 희극처럼 보여주고 싶어 하는 아빠의 처절한 노력을 보며 관객들은 눈물을 머금은 채 웃을 수 있었다. 암울한 현실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아빠의 처절한 노력들을 조금만 거리를 두고 바라보게 되자 마치 희극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마찬가지로 〈지붕뚫고 하이킥〉은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왜곡된 현실을 상징하는 캐릭터들의 슬픔과 비애를 조금 거리를 둔 채 재미와 웃음으로 승화시켜 보여주고 있다. 비록 암울한 현실은 전혀 변화가 없고 그 속에서의 삶은 너무도 고달프고 힘겹지만,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일지라도 웃을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 블로거 ‘웅크린 감자’ | ||
물론 웃음이 절망적인 상황을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하지만 웃음은 절망적인 상황을 버티고 견디어 낼 수 있는 힘을 준다. 어쩌면 김병욱 PD는 〈지붕뚫고 하이킥〉을 통해서 암울한 현실 속에서 시름하는 시청자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힘겨울수록 웃자. 그렇게 웃으며 버티다보면 언젠가 좋은날이 오지 않겠나?’라고 말이다. 따라서 〈지붕뚫고 하이킥〉에서의 ‘웃음’은 부조리와 왜곡이 만연한 현실이라는 판도라 상자의 맨 밑바닥에 김병욱 PD가 숨겨둔 ‘희망’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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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혜영의 드라마 투덜대기] SBS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지난 17일 KBS 수목미니시리즈 <아이리스>가 끝났다. <아이리스> 후속 드라마 <추노>는 내년 1월 6일에나 방송을 시작한다. <아이리스>가 떠난 빈자리는 <아이리스> 스페셜 방송과 크리스마스 특집이 채우고, 30일과 31일은 연말 시상식이 예정돼 있다. <아이리스>의 독주로 한 자릿수 시청률을 면치 못했던 MBC <히어로>, SBS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특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가 어느 정도 시청률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는 지난 2일 첫 방송에서 8.6%(TNS미디어코리아)의 시청률로 출발한 뒤 6회가 방송된 현재까지 10%대의 벽을 좀처럼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지난 13일 재방송 시청률이 10.4%를 기록하며 본방송 시청률을 앞섰다는 점이다.
그동안 막강한 경쟁 상대에 밀려 본방송 시청률이 낮았던 드라마가 재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얻은 뒤 다시 본방송에서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향후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도 가능성이 엿보인다.
| ▲ 21일 오전 10시 SBS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주연배우들. 송종호, 선우선, 한예슬, 고수(왼쪽부터). ⓒSBS | ||
지난 17일 <아이리스>가 39.9%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화려하게 종영할 때도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는 9.4%를 기록하며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히어로>의 시청률은 3.8%였다.) 전작인 SBS <미남이시네요>가 <아이리스>와의 경쟁에도 불구하고, 젊은 시청자들의 지지에 힘입어 10%대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했던 ‘성공’ 사례를 떠올려 보면 나쁘지 않은 징조다.
다행히 극 전개에도 탄력을 받고 있다. 김수현, 남지현 등 아역 연기자들이 호평 속에 물러간 뒤 고수, 한예슬, 선우선, 송종호 등 성인 연기자들이 본격 등장해 얽히고 설킨 4각 멜로를 선보이고 있다. 조민수, 천호진이 선보이는 중견 멜로 역시 관심을 받고 있다.
물론 ‘옥의 티’도 가끔 눈에 띈다. 기존의 도도하면서도 발랄한 캐릭터의 영향 탓일까. 특히 한지완 역을 맡은 한예슬의 연기는 아직 어색하다. 씩씩하고 밝은 성격을 바탕에 갖고 있지만,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려다 오빠가 죽었다는 죄책감을 안고 사는 인물인 지완은 씩씩한 성격과 내면의 상처 사이에서 적절하게 줄타기해야 한다. 아쉽게도 한예슬에게는 그러한 연기가 아직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발리에서 생긴일>의 최문석 PD와 <미안하다 사랑한다>, <고맙습니다>의 이경희 작가가 만났다는 점에서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의 뒷심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경희 작가는 그동안 탄탄한 극본의 힘으로 초반 부진한 시청률을 극복한 바 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MBC <영웅시대>, SBS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등 쟁쟁한 경쟁작 틈에 끼었지만, 극 후반 ‘미사 폐인’이란 말까지 만들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고맙습니다> 역시 첫 방송에서 12.6%(AGB닐슨 코리아)로 시작했으나 마지막회는 20.5%로 마무리했다. 사극이 대세를 이룰 2010년 방송가에 ‘정통 멜로’라는 장르의 차별화 역시 장점이 될 수 있다.
<아이리스> 후속으로 <추노>라는 쟁쟁한 경쟁 상대가 등장하기 직전인 지금이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는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기회다. 실제로 SBS는 21일 오전 10시 고수, 한예슬 등 주연배우들이 모두 참석한 기자간담회를 여는 등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홍보에 나서는 ‘영리한’ 행보를 보였다.
<아이리스>가 떠난 빈자리를 ‘정통 휴먼 멜로’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가 채울 수 있을까. 당장 23일,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가 한 자릿수 시청률을 벗어날 수 있을지 지켜보자.
백혜영 기자
otili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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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의 예능의 정석]MBC 〈지붕뚫고 하이킥〉
대중을 웃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고도로 지능적이고 치밀한 작업인 동시에, 섬세하기까지 해야 한다. 그래서 때로는 희극이 비극보다 차원 높은 것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더군다나 웃긴데다가 감동적이고, 눈물까지 쏙 뺀다면? 그 창작자에게 경의를 표해 마땅한 일이다. 그 놀라운 성과를 바로 MBC 일일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 제작진이 해냈다.
〈지붕 뚫고 하이킥〉은 올해 예능과 드라마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프로그램 중 하나인 동시에, 훗날 김병욱 PD의 시트콤 세계를 돌아볼 때에도 의미 있게 평가될 작품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귀엽거나 미치거나〉로 대중성 면에서 실패를 경험한 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장르적 실험을 하며 ‘거장’의 이름을 증명해낸 김 PD는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보다 예리한 관찰력과 예민한 감성으로, 일상 속에서 웃음과 감동을 뽑아내고 있다.
〈지붕 뚫고 하이킥〉의 장점을 일일이 거론하자면 ‘스크롤 압박’이 심해질 것은 당연지사. 여기선 그 많은 미덕들 중에서도 요즘 초미의 관심사인, ‘멜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러브라인’ 환호하는 시청자들, ‘시크’한 ‘하이킥’
〈지붕 뚫고 하이킥〉의 러브라인은 꽤 복잡하다. 지훈(최다니엘), 정음(황정음), 세경(신세경), 준혁(윤시윤) 이렇게 4명의 주인공이 ‘사각멜로’를 형성하고 있는 건 분명한데, 그 사랑의 화살표 향방은 여전히 묘연하다. 준혁이 세경을, 세경이 지훈을, 지훈이 정음을 향하는 마음은 이제 어렴풋이 실체를 드러냈는데, 그렇다고 해서 러브라인이 확정된 것이냐, 생각해보면 아직까지 아리송하다.
그래서 방송이 끝나고 나면 시청자게시판에는 누구누구의 러브라인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글들로 온통 도배가 된다. 이른바 ‘지세’(지훈-세경), ‘준세’(준혁-세경), ‘지정’(지훈-정음), ‘준정’(준혁-정음) 커플을 응원하는 이들인데, 최근 ‘지정’ 커플과 ‘준세’ 커플이 ‘대세’로 굳어지는 분위기임에도, ‘지세’ 커플과 ‘준정’ 커플을 응원하는 이들은 좀처럼 포기하지 않는다.
| ▲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최근 '사각멜로'를 형성하며 주목을 받고 있는 지훈(최다니엘), 정음(황정음), 세경(신세경), 준혁(윤시윤). (왼쪽부터) ⓒMBC | ||
팬들이 ‘러브라인’을 두고 이처럼 안달을 하는 데는, 〈지붕 뚫고 하이킥〉의 ‘시크’한 태도가 한 몫 했다. 보통 우리나라 드라마는 ‘90%가 멜로’라고 할 정도로 장르를 막론하고 멜로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그런데 〈지붕 뚫고 하이킥〉은 유독, 멜로에 대해서 무심하다 싶을 정도로 호들갑스럽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멜로가 두각을 나타내면 기사가 쏟아지고, 시청률도 적잖이 탄력을 받겠지만, 제작진은 과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원래 하려던 이야기를 한다. 일상은 일상대로 굴러가고,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건이 터지며, 뺄셈이 어려운 해리부터 힙합에서 자유를 찾으려는 ‘주얼리 정’ 보석의 이야기까지 동등하게 다뤄진다.
그렇다고 순재와 자옥의 멜로가 청춘의 그것에 비해 소홀히 취급되는 것도 아니다. 자옥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이벤트를 벌이고, 뱃속에서 고래 몇 마리가 힘차게 뛰어 넘도록 방귀를 참아야 하는 순재의 고뇌는 폭소를 이끌어내면서도 공감을 자아낸다.
‘은근함’이 주는 설렘, 계급차로 인한 애틋함
앞서 말한 ‘사각멜로’의 주인공인 청춘남녀들도 그대로 일상을 유지하는 가운데, 저마다의 방식으로 마음을 드러내거나 주고받는다. 지난 11일 화제를 불러일으킨 ‘목도리 키스신’ 이후 비약적으로 관계가 발전될 것으로 예상됐던 지훈과 정음은 이후 5회 방송분 동안 손에 꼽을 만큼 마주쳤고, 둘 사이엔 기대했던 것만큼 큰 사건도, 이렇다 할 진전도 없었다.
다만 이들의 관계에는 ‘은근함’이 주는 설렘이 있다. 달리 표현은 하지 않지만 자신보다 어린 준혁에게는 영어 과외도, 게임 지도도 잘만 받는 세경이 지훈에게는 휴대폰 요금 3만원조차 그냥 받으려 하지 않고, 시선도 잘 마주치지 못한다거나, 지훈이 사준 목도리의 올이 풀린 것으로 평소답지 않게 화를 내는 모습에서 특별한 감정이 드러난다.
지훈은 세경과 정음 모두에게 잘 해주지만, 병원에 가는 일부터 검정고시를 치르는 일까지 “그냥 편한 동생 같아서” 챙겨주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라”며 신경 써주는 세경과,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유독 장난을 치고, 뒤에서 피식 웃기를 잘 하는 정음을 향한 마음의 종류가 다른 것을 시청자들은 안다.
준혁은 세경을 좋아하지만, 그것을 드러내는 방식은 과외를 계속 해서 하고 싶은 마음에 밤새 공부를 한다거나, 35점에서 92점으로 오른 영어 성적표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정도다. 얼마든지 ‘폼 나는’ 방법도 많겠지만, 〈지붕 뚫고 하이킥〉의 멜로는 과하지 않고, 은근해서 더 매력적이고, 애틋하다.
더군다나 이들 사이에는 신분차와 학벌차, 나이차 등 많은 장벽들이 가로막고 있다. 자상하게 챙겨주는 지훈을 좋아하기 시작한 세경이 자신 앞에서 유창한 영어로 논문에 대해 토론하는 지훈과 그의 (여자)친구를 보면서 자신의 현실을 깨닫고 사랑니를 뽑으며 한줄기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아팠던 것은 그래서다.
그렇다. 현실에선 ‘실장님과의 사랑’ 따위는 거리가 먼 법이다. 세경이 당당히 지훈을 좋아하기 위해선 주인집 아들과 식모라는 자신의 신분, 계급의 벽을 넘어서야 하며, 정음은 서울대와 서운대 사이의 간극을 뛰어넘어야 한다. 그동안 신분을 초월한 사랑이야기는 얼마든지 많았지만, 〈지붕 뚫고 하이킥〉은 어떤 청춘드라마보다도 더 가슴 절절하고 흥미롭게 현실 속 신분차로 인한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
사랑하지 않는 순간에도, 그들은 성장하고 있다
어쩌면 시청자들의 바람과 달리 〈지붕 뚫고 하이킥〉 속 어떤 커플도 맺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순재와 자옥 역시 언제까지나 행복하란 법은 없다. 다만 이들은 조금씩 ‘하자 있는’ 삶을 살면서, 그로 인해 세상과 부딪치면서, 또 사랑을 하고 상처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성장해갈 것이다. 중요한 건 바로 이 지점이다.
시청자게시판이 ‘러브라인’ 옹호 글들로 도배가 되건 말건, 〈지붕 뚫고 하이킥〉은 원래 가고자 했던 길을 가고 있다. 여전히 커플 간의 에피소드는 눈이 빠져라 기다려야 겨우 한편이 나올까 말까하고, 그마저도 긴 기다림을 달래기엔 아쉽기만 할 것이다. 어떤 커플을 응원하고 말고는 자유겠지만, 좀 더 긴 호흡으로 지켜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사랑을 하는 순간에도, 하지 않는 순간에도, 그들은 성장하고 있으니까.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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