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02 16:30

‘촛불 정국’ 조·중·동, 왜곡·날조의 60일

‘촛불 정국’이 62일째를 맞았다.

지난 5월 2일 10대들의 주도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을 반대하는 촛불이 처음 켜진 이래 총 50차례 이상 촛불집회가 열렸고, 계절은 초여름에서 한여름으로 바뀌었다. 그 사이 이명박 정부는 국민 80% 이상이 요구하는 재협상 요구를 묵살한 채 자칭 ‘90점짜리’ 추가협상으로 민심을 수습하는 시늉만 냈다. 성난 민심은 더욱 불타올랐고, 경찰의 과잉진압까지 더해져 촛불집회는 점차 격렬해졌다.

이 모든 광경이 조·중·동을 거치면 ‘폭도’들의 ‘테러’가 된다. 광고주 불매 운동 등으로 적잖은 타격까지 받은 조·중·동은 인터넷을 ‘괴담’과 ‘선동’의 장으로 몰아붙이더니, 이제는 표현상의 오류로 해명까지 한 MBC 〈PD수첩〉을 향해 집중 공격을 퍼붓고 있다.

지난 60여 일 동안 조·중·동이 왜곡하고 날조해온 ‘촛불 정국’의 단면들이 여기에 있다. 경고하건대, 정신 건강에 해로울 수 있음을 밝혀둔다.

■배후 세력 있다→전문 시위꾼 ‘무법천지’=지난 5월 24일 거리 시위가 시작되자마자 조·중·동은 본색을 드러냈다. 〈동아일보〉는 5월 26일자 ‘누구를 위해 “청와대로 쳐들어가자”고 하는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집회에 반정부 좌파세력이 본격 가담하고 수백 명이 청와대로 쳐들어가겠다며 경찰에 맞서 새벽까지 수도 한복판에서 불법 시위를 벌인 것은 ‘표현의 자유’ 범위를 넘어서는 일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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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6월 27일자 1면
지난달 7일 ‘쇠파이프’가 등장한 뒤엔 강도가 더 세졌다. 〈조선일보〉는 6월 9일자 1면에 ‘쇠파이프 등장’이란 제목의 기사를 사진과 함께 보란 듯이 싣고 ‘폭력 시위’란 점을 부각시켰다. 또 같은 달 26일 새벽, 전경이 일부 시위대에게 맞고 있는 사진을 1면에 실은 〈중앙일보〉는 “공권력이 짓밟히고 있다”며 한탄했다. 급기야 지난달 28일 〈조선〉은 경찰 간부들이 시위대에 붙잡혀 ‘인민재판’을 당했다는 주장까지 했다. 〈동아〉 역시 “‘광화문 코뮌’이라도 세우겠다는 것인가”라며 얼토당토않은 색깔론을 덧씌웠다.

조·중·동은 경찰의 과잉진압 문제도 드물게 다루긴 했지만, 시위대와 경찰의 행위를 동일시한 채 양비론적으로 접근하는데 그쳤다. 재협상 요구를 끝끝내 모르쇠로 일관한 정부, 매일 밤 광화문 사거리를 경찰차로 막아 집회 자유를 억압하고 방패를 휘두르며 군홧발로 시민들을 폭행한 경찰에 대한 비판은 찾아볼 수 없다. 조·중·동은 오히려 정부와 검찰을 향해 ‘폭도’들을 왜 보고만 있냐며 사법처리를 주문하고 있다.

■괴담 확성기→사이버 테러=조·중·동의 사실 왜곡이 계속되자, 시민들 사이에 조·중·동에 대한 반감이 확산됐다. 과거 ‘안티 조선’ 운동이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했던 것에 비해, 이제는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조·중·동 구독 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한 조·중·동 광고주 불매 운동. 네티즌들은 조·중·동 광고주 목록을 매일 ‘숙제’로 공유하며, 각 업체에 전화를 걸어 광고를 철회하지 않으면 불매 운동을 벌이겠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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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6월 28일자 1면
이에 대해 조·중·동은 인터넷을 두고 ‘괴담 확성기’, ‘무정부주의’, ‘저질정보 홍수’라며 강하게 비난하더니, 지난달부터는 광고 불매 운동의 부당성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조선〉은 소비자 운동을 “사이버 테러”라고 비판했고, 〈동아〉는 “시장 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며 한발 더 나아갔다. 이들 신문의 호들갑에 검찰도 적극 나서 수사 의지를 표명했다.

조·중·동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된 곳은 포털 다음(Daum)이다. 〈조선〉은 다음의 ‘아고라’를 두고 “토론 없는 토론방”이라며 폄훼했고, 조·중·동 광고주 불매 운동을 적극 진행 중인 카페 ‘언론 소비자 주권 국민캠페인 카페’에 대해선 다음 측에 폐쇄를 요청하기도 했다.

■광우병 선동→반정부 세력 거점=지난 4월부터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제기된 광우병 논란을 얕잡아보던 조·중·동은 〈PD수첩〉 방송을 계기로 여론이 들끓자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했다. 결국 이들이 내린 결론은 〈PD수첩〉에 어떤 의도와 조작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조·중·동의 ‘방송 탓’이 시작됐다.

〈조선〉은 지난달 27일 사설에서 “한국 TV들의 폭력적 힘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집단 광우병 공포를 대한민국에서만 만들어냈다”고 비판하더니, 다음날 사설에서도 공영방송이 “반(反)정부 세력의 거점 노릇”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도 여러 차례 사설을 통해 “방송이 광우병 공포를 부풀리고 있다”고 지적했고, 〈동아〉 역시 방송 보도를 “흑색선전이나 다름없다”며 비난했다. 〈동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PD수첩〉을 엄정히 심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중·동은 또 언론중재위원회가 지난 5월 15일 농림수산식품부의 〈PD수첩〉 정정·반론보도 신청에 대해 직권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그 어디에도 ‘정정·반론’이란 표현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농수산식품부의 입장만을 반영해 마치 정정·반론 결정을 내린 것처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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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6월 26일자 3면
지난달 25일 〈PD수첩〉의 번역가라고 밝힌 정지민 씨의 ‘폭로’는 조·중·동에 좋은 먹잇감을 제공했다. 조·중·동은 정 씨의 주장을 근거로 〈PD수첩〉이 특정 의도를 갖고 광우병 공포를 조장했다고 여론몰이를 해댔다. PD저널리즘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나 어떤 주장도 1일자 〈조선〉의 사설만 못했다. 〈조선〉은 이날 ‘KBS MBC가 전경 어머니들 마음을 매일 밤 인두로 지져댄다’는 섬뜩한 제목을 내걸고 “공영방송 전파가 장도리 쇠망치로 집단 린치를 당하는 전경들을 ‘폭력 경찰’로 뒤집어 놓”고 있다고 비난했다. ‘인두로 지져댄다’니, 가히 ‘1등 신문’에 어울리는 표현이다.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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