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23 22:03

‘퍼주기’ 정상회담, 갈채 보내는 조·동

미 쇠고기 수입 ‘굴욕협상’ 비판 외면…한미 관계 장밋빛 미래로 보도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1박2일간의 ‘이벤트’였다. 한-미 두 정상이 골프 카트를 함께 타고, 국궁과 가죽 재킷을 선물로 주고받으며, ‘친구’만 초대한다는 ‘캠프 데이비드’에서 하룻밤을 보낸 ‘이벤트’였다.

그런데 이 이벤트를 위해 지출된 비용이 상당히 크다. 이 대통령은 회담을 하루 앞두고 30개월 이상의 뼈 있는 살코기까지 수입을 허용하며 ‘퍼주기’를 하더니, 정상회담에서도 ‘21세기 전략적 동맹’이란 이름으로 미국의 요구를 거의 다 들어줬다. 우리가 얻은 것이라곤 기껏해야 미국 비자 면제 정도지만, 오히려 비자 발급 조건이 까다로워질 것이란 분석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 ‘굴욕’, ‘퍼주기’라는 비판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청와대는 “상호 윈-윈의 성공작”이라고 자찬했고, 보수 신문들은 맞장구를 쳤다. 특히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거의 환호를 보냈다.

■한미 전략적 동맹=〈동아일보〉는 21일자 사설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간의 첫 정상회담은 성공적이었다”고 호평하며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한 분명한 청사진을 갖게 됨으로써 안보 불안 해소는 물론 국가 위상을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장밋빛 기대를 나타냈다.

   
▲ '캠프 데이비드'에서 골프 카트에 함께 탄 부시 미국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이 장면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 동안 언론을 통해 가장 많이 보도됐다. 사진은 서울신문 21일자 1면.
〈조선일보〉도 같은 날 3면 기사에서 “지금까지 안보 분야에 국한돼 있던 한·미 동맹의 차원을 새로운 환경에 맞게 전방위적으로, 다양한 의제를 놓고 협력하는 동맹으로 발전시켜 나아가자는 취지”라고 긍정적으로 해설했다. 〈조선〉은 특히 22일자 4면에서 이번 한-미,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3개국 전문가들의 평가를 실으며 ‘삼각동맹 재구축…‘MB·부시 스킨십’ 큰 성과’라는 다소 낯부끄러운 제목을 달기도 했다.

반면 〈한겨레〉는 21일자 사설 ‘한-미 전략동맹에 왜 그렇게 집착하나’를 통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한-미 전략적 동맹은 한국의 국익과 정면으로 충돌할 소지를 안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겨레〉는 “주한미군 감축 중단은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와 직접 연결될 수밖에 없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 이라크 파병 연장 및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등의 요구도 강해질 것이다. 무기구매국 지위 향상이 미국산 무기 수입 증가 압력으로 이어질 것임은 물론이다”라고 우려했다.

〈경향신문〉도 이날 사설에서 한-미 전략적 동맹 합의에 대해 “실체가 모호하다”며 “추상적 수준의 동맹 복원에 목을 매다가 자칫 꼭 지켜야 할 국익이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 FTA=한미 전략적 동맹과 함께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안건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었다. 정부는 회담을 하루 앞두고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 협상에서 30개월 이상의 뼈 있는 살코기까지 수입을 허용해 한미 FTA 성사를 위해 모든 것을 내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굴욕 협상’이라는 비판 여론과 국민 식탁 안전에 대한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선일보〉는 19일자 사설에서 “미국 쇠고기 수입은 정상회담이 아니더라도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국제수역사무국(OIE) 규정에 따르면 “목 안쪽 편도와 소장 끝부분 등 일부 위험부위만 빼고는 미국 쇠고기 수입을 막을 근거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조선〉은 “미국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은 과장된 측면이 많다. 3억 명 넘는 미국인들과 250만 재미교포와 유학생들이 미국 쇠고기를 먹고 있지만 아직 문제가 없었다”면서 “미국은 한·미 FTA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선〉의 주장과 달리 실제로는 지난 10일 미국 버지니아주에선 미국산 쇠고기를 먹은 20대 여성이 인간광우병 증상으로 사망했으며, 그 전에도 3명 이상의 미국인이 인간광우병 판정을 받고 사망한 기록이 있다.

   
▲ 조선일보 4월 19일자 사설
한편 방송 뉴스도 한미 FTA 비준을 재촉하는데 빠지지 않았다. MBC 〈뉴스데스크〉는 20일 “부시 행정부가 의회를 설득하는데 성공하더라도, 대선 전에 비준안을 처리하기엔 민주당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FTA 비준을 낙관하긴 여전히 어렵다”며 FTA 비준의 당위성을 전제로 한 리포트를 내보냈다.

SBS 〈8뉴스〉도 21일 “민주당이 쇠고기 협상 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한미 FTA의 앞길도 한층 험난해 졌다”며 “FTA 비준안의 4월 임시국회 처리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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