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우의 미디어리터러시(47)]
MBC <PD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는 언론 고유 영역인 탐사보도에 대한 수사다. 탐사보도는 정치권력 등을 상대로 범죄적 비밀이나 부조리를 폭로하는 보도 형태다. 언론 본연의 역할이 환경감시라 할 때 탐사보도는 언론의 존재의의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기능의 하나다. 검찰이 문제 삼는 MBC <PD수첩>은 광우병 발병 위험을 안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정부의 졸속 협상 태도 등을 파헤친 공익적 사회고발 프로였다.
MBC <PD수첩>은 지난 해 이명박 정부가 대미 수입쇠고기 협상을 졸속으로 밀어붙이려 할 때 광우병 위험과 미국 방역체제의 문제점 등을 상세히 전달했다. 그것은 전형적인 탐사보도였다. 그런데 검찰은 MBC <PD수첩>의 일부 내용을 문제 삼아 제작진 전원을 상대로 집요한 수사를 벌이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지르고 있다. 현 정부가 검찰을 앞세워 MBC <PD수첩>을 수사하는 것은 언론의 대표적 기능을 거세하려는 시도와 같다. 이는 권력이 언론 자유,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탄압 행위다.
| ▲ 지난 27일 오후 10시께 석방된 이춘근 MBC PD ⓒPD저널 | ||
탐사보도는 경찰, 법률전문가, 기타 사법기관들의 수사와는 다르다. 그것은 진실을 밝히고 부조리를 규명하기 위해 보도하는 것이 기본적인 목적이다. 탐사보도 전문기자는 취재해서 기사를 보도하기까지 최소 수개월 또는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일반 기자들이 사건, 사고 등을 즉각 보도하거나 보도 자료를 기사화 하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탐사보도는 무에서 유를 만드는 식의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거치게 되고 특히 정부나 권력기구 등의 취재 방해 속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탐사보도는 그 과정이 힘든 만큼 사회에 기여하는 바는 매우 크다. 탐사보도를 통해 사회가 건강해지고 투명해진다. 국내 언론은 하루도 쉬지 않고 탐사보도를 하면서 사회를 맑고 투명하게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이 만큼 민주화되고 정의가 정착되는데 탐사보도의 역할이 컸다고 보아야 한다. 미국의 경우 언론사상 가장 유명한 탐사보도는 닉슨 대통령을 중도 하차케 한 워터게이트 스캔들이다. 언론이 진실을 알리는 탐사보도를 통해 최고 권력자를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미국식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것이다.
현 정권이 MBC <PD수첩>을 수사하는 것은 언론의 환경 감시 역할에 대한 전면 도전이다. MBC <PD수첩>은 광우병 발병 위험이 도사린 쇠고기 수입 협상의 문제점을 쇠고기 소비자인 국민의 건강을 위한다는 공익적 목적으로 접근했다. 제작진은 탐사보도 형식을 통해 미국에서 쇠고기의 생산, 판매 과정의 문제점을 상세히 보도, 이명박 정부의 쇠고기 수입 졸속 협상에 대해 비판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쇠고기 수입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촛불’로 폭발하자 국민에게 사과했고 정부는 미국과 추가협상을 벌여 수입 조건 등을 일부 수정, 보완했다. 그런데 촛불이 수그러들면서, 이명박 정부의 촛불에 대한 대대적인 반격이 시작되었고, 미국과 쇠고기 졸속 협상을 한 공직자가 개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MBC <PD수첩>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 ▲ ‘광우병’을 제작했던 조능희 전 CP, 송일준 MC, 김보슬 PD(왼쪽부터) ⓒPD저널 | ||
검찰의 MBC <PD수첩> 수사는 탐사보도에 대한 무지, 탐사보도에 대한 정권 차원의 부정적 시각 등을 드러낸다. 검찰의 수사 지속되면 언론의 비판 기능을 거세하고 정부의 나팔수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정치권력이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정치권력을 가장 효율적으로 감시 비판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조직체가 언론이다. 서구사회나 한국처럼 민주주의가 어느 주순이상 오르면 대중은 정치에 무관심해진다. 정치는 마치 산소와 같은 존재로 여기는 것이다. 정치가 매우 중요하지만 대부분 민주적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상적인 관심의 영역에서 정치가 멀어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력의 일탈 행위가 발생한다.
사회 모든 조직가운데 가장 거대한 정치 권력집단인 정부는 심지어 법치를 앞세워 자신의 무능을 감추고 정부에 대한 비판 감시 기구를 억압 또는 탄압하기도 한다. 많은 NGO들이 정부에 대한 감시 비판 기능을 시도하지만 여의치 않다. 그 규모나 전문성에서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은 전체 사회를 포함한 정치권력에 대한 일상적인 감시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언론의 정부 감시와 대안 제시 기능의 중요성은 날로 더 커지고 있다.
언론의 사명은 사회에 정보를 전달하면서 진실을 알리는 것이다. 검찰의 MBC <PD수첩> 수사는 언론의 사회에 대한 정보 전달과 진실 추구를 위해 가장 중요한 수단의 하나인 탐사보도 기능을 마비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
언론이 파수견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언론인은 양심과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하는 자율성을 생명처럼 지켜야 한다. 진정한 언론은 시민사회에 대한 의무감을 지녀야 한다. 시민사회에 권력의 실상을 알려야 하고 진실 규명을 하려는 책임감이 강해야 한다. 언론인은 정보전달과 진상 규명을 위해 심지어 목숨을 버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언론은 외부, 특히 취재 대상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한다. 언론이 권력에 대해 객관적 자세로 감시, 비판하는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독립성은 절대 필요하다. 언론은 포괄적이고 균형 잡힌 뉴스 보도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MBC <PD수첩>이 미국산 쇠고기 졸속협상에 대해 광우병이 발생한 여러 나라를 탐방하는 등 포괄적으로, 균형 잡힌 시각으로 탐사 보도한 것을 현 정권은 문제 삼고 있다. 정부의 이런 비뚤어진 시각은 언론을 정부의 홍보기구로 여기는 독재 정치적 언론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 ▲ 고승우 박사 | ||
현 정권이 MBC <PD수첩> 수사를 벌여 탐사보도를 억제하려는 것은 언론과 민주주의에 대한 명백한 탄압이다. 권력이 법치주의를 앞세워 언론영역을 침범, 훼손하려는 시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현 정권은 언론의 탐사보도에 제재를 가면서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해 광고 불매 운동 처벌, 사이버 모욕죄 도입과 같은 많은 후진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현 정부의 이런 모습은 선진사회를 지향하는 자세가 아니다. 정부는 탐사 보도를 통해 정부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언론 고유 기능을 억압하려는 시도를 즉각 멈춰야 한다. 동시에 국민의 알 권리, 표현의 자유를 유린하는 조치도 당장 중단해야 한다.
고승우 박사 (전 한성대 겸임교수)
konews80@hanmail.net
'미디어 리터러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PD수첩’의 탐사 보도와 검찰 수사 (1) | 2009/03/30 |
|---|---|
| TV 막장 드라마의 의미 (0) | 2009/02/10 |
| ‘최진실 보도’ 사회적 문제로 접근해야 (0) | 2008/10/02 |
| 취학 전 아동을 겨냥한 TV 광고, 윤리적인가? (0) | 2008/07/28 |
| 캠코더를 미디어교육에 활용해보자 (0) | 2008/07/01 |
| 드라마를 통해 자녀의 성교육을 할 수 있다 (0) | 2008/06/25 |
| [고승우의 미디어 리터러시] ⑮ 청와대가 어린이 게시판을 삭제한 이유는 (1) | 2008/06/16 |
| [고승우의 미디어 리터러시] ⑭ 5세 미만 어린이의 TV 교육 (0) | 2008/06/05 |
| [고승우의 미디어 리터러시] ⑬ 젖 먹이에게 영화관은 공포 실습 현장? (2) | 2008/05/29 |
| [고승우의 미디어 리터러시] ⑫ 함께 보며 대화하고 글로 남겨라...미디어교육의 ABC (0) | 2008/05/23 |
| [고승우의 미디어 리터러시] ⑪ 어린이 청소년의 우상인 스타와 TV 시청 (0) | 2008/05/13 |

Prev
Rss Fe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