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02 16:32

“방통심의위, 권력보위를 위한 검열 자행”

‘다음’ 게시물 삭제 결정에 시민단체, 야당, 방통심의위 노조 일제히 반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명진, 이하 방통심의위)가 지난 1일 포털사이트 ‘다음’ 게시판에 게재된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 게시글 일부에 대해 위법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각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48개 언론·시민단체로 구성된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이하 미디어행동)은 2일 오전 성명을 내고 “방통심의위가 자신의 권한 밖의 사안을 판단하는 월권을 행사하며 지극히 정치적인 판단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미디어행동이 월권이라 지적한 부분은 방통심의위가 ‘다음’ 내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 게시글 80건 중 19건에 대해선 표현의 자유를 인정했으나 58건에 대해선 ‘해당정보의 삭제’라는 시정요구를 결정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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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다음'에 게시된 조중동 광고 게재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 관련 게시글을 삭제하도록 하는 결정을 내렸다.
미디어행동은 “방통심의위는 ‘광고주 이름이나 담당자 전화번호, 홈페이지 주소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며 불매운동에 개입할 것을 적극 권유·시사하는 것’을 위법하다고 판단, 시정을 요구했는데 이는 누리꾼의 게시물을 불법적인 ‘업무방해’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행동은 “그러나 업무방해는 방통심의위의 심의대상을 명시하고 있는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찾아볼 수 없는, 심의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영역”이라면서 “결국 방통심의위가 권력보위를 위한 검열기관 노릇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디어행동는 “방통심의위의 ‘다음’ 게시물 삭제 요구는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누리꾼 불복종 운동을 제안하는 동시에 정보통신망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소송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합민주당 언론장악음모저지본부(본부장 천정배, 이하 언론장악저지본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방통심위의의 심의 결과는 한마디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며 도전”이라면서 “누리꾼이 ‘다음’에 게시한 항의성 글은 헌법 124조에서 정하고 있는 소비자 보호운동의 맥락으로 이해돼야 할 사항이자, 개인의 의사표현의 자유 영역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언론장악저지본부는 “이명박 정부가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여기는 미국에서조차 언론이 편파적이라고 느끼거나, 특정 소수 집단의 이익에 반한다고 느낄 때, 언론에 대한 불매운동은 물론 그 언론에 광고를 싣는 광고주 불매운동은 흔한 일”이라면서 “이처럼 정상적인 소비자 보호운동의 일환인 의사표현에 대해 방통심의위가 불법이라 주장하며 영구삭제를 명령한 행위는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또 “방통심의위의 이번 결정은 이명박 정권에 부정적인 여론의 진원지인 ‘인터넷 공간’을 집중 관리하기 위한 정부 여당의 계획에 보조를 맞춘 정치적인 것”이라며 “이번 결정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방통심의위는 ‘칼질과 가위질’의 대명사로 인식돼 온 군사정권 시절의 ‘공연윤리위원회’와 같은 사전검열기관으로 낙인찍힐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지부(지부장 한태선, 이하 방통심의위 노조)도 “방통심의위의 이번 결정으로 국민의 표현의 자유 침해를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국민이 곧 누리꾼이자 시청자이며, 누리꾼의 의견이 국민의 의견임을 무시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방통심의위노조는 “기업이 자유롭게 광고를 게재할 수 있는 권리가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에 우선하는 가치가 될 수 없음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라며 “방통심의위가 통신내용을 심의하는 것은 법률로 인정받은 권리이긴 하나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권한을 부여받은 게 아님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나라당 제6정책조정위원회(위원장 나경원)은 이날 오후 정책성명을 내고 “방통심의위의 광고 불매운동 게시글 삭제요구결정은 건강한 인터넷 문화를 만들어가는 초석이 돼야 할 것”면서 “광고 불매운동은 일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정당한 소비자운동’이 아닌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행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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