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명진, 이하 심의위)가 조선·중앙·동아일보 광고 불매 게시글에 대해 삭제 조치를 내린 이후 인터넷 상에서 누리꾼들의 ‘표현의 자유’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의위의 결정 이후 포털 사이트가 자의적 기준에 따라 유사 사례라 판단되는 글들에 대한 적극적인 삭제에 나서고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검찰이 광고 불매 게시글을 작성한 누리꾼들에 대해 출국금지·압수수색 등의 조처를 하면서 누리꾼 스스로 ‘자기검열’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조·중·동 광고주 압박 운동과 관련해 최근 검찰로부터 운영진과 게시판지기 5명이 출석 통보를 받은 포털사이트 다음의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카페 회원은 17일 오전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주최하고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후원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심의한다’ 토론회에서 이 같은 문제제기를 전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헌정기념관 강당에서 열렸다.
| ▲ 미디어행동, 참여연대, 경실련, 민변은 17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심의한다’토론회를 개최했다. | ||
다음 카페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회원 정기조씨는 이날 토론회에서 “심의위의 (조·중·동 광고주 압박 게시글) 삭제 결정 자체도 문제지만 (결정) 이후 벌어지는 상황들이 심각하다”며 “심의위 결정 이후 ‘다음’은 분명한 기준도 없이 유사하다고 판단되는 카페 글을 자의적으로 삭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씨는 “이에 대해 심의위는 ‘우리는 권고를 했을 뿐’이라고 하고 다음은 ‘심의위에서 시켰다’고 말하고 있다”며 “사법부가 아닌 심의위와 다음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누리꾼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양쪽은 책임회피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심의위 결정 이후 많게는 하루 3건까지 (내가 쓴) 게시글이 삭제되는 경험을 했다”며 “사법부처럼 (법관) 개인의 양심과 소신에 따라 판단을 한 것도 아니고 대통령과 여당에 의해 임명된 심의위원들이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결론을 내린 것인데, 왜 누리꾼들의 표현의 자유가 제한돼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씨는 심의위 결정과 함께 검찰의 수사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전했다. 정씨는 “조·중·동 광고주 압박 운동에 나선 누리꾼들에 대해 검찰이 출국을 금지하고 사무실 컴퓨터를 압수 수색해 (회사에서) 쫓겨나게 하는 바람에 누리꾼들 스스로 글을 쓸 때 자체검열을 하게 된다”며 “이 역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축소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의위의 ‘불법정보’ 심의, 위헌”
박경신 고려대 법학과 교수(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는 조·중·동 광고주 불매 게시글, 이른바 ‘불법 정보’에 대한 심의위의 심의 및 시정요구 권한을 명시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방통위 설치법) 제21조 4호와 방통위 설치법 시행령 제8조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행정기관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미풍양속’, ‘공공의 안녕’ 등 불분명한 기준으로 ‘불온통신’에 대해 삭제결정을 내리는 등 사후심의를 하는 것에 대해 지난 2002년 6월27일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사례를 소개하면서 “사실상 행정기관인 심의위가 방통위설치법 제21조 4호와 시행령 제8조에 의거, 자신의 영향력 하에 있는 포털에게 삭제의무를 부가한 것은 헌재가 위헌으로 규정한 ‘심의위-사업자-이용자(누리꾼)’이라는 3각 구도에 의한 상시 검열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이 사건 삭제 요구의 근거규정인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불법정보’ 규정은 ‘그밖에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 및 방조하는 정보’와 같이 모호한 개념의 판단을 행정기관에 맡기고 있는데, 이는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는 위헌규정”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또한 “심의위는 조·중·동 광고주 압박글이 정보통신윤리심의규정 제7조 제4호(위법행위를 조장하는 정보)에 위배된다는 이유를 들어 삭제 결정을 내렸는데 이는 모법(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9호(범죄를 목적, 교사 및 방조하는 정보)보다 폭이 훨씬 넓어 위임범위를 초과하는 위법한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싸우는 포털이 필요하다”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인터넷 부장은 현재의 심의위 구조가 정치적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부장은 “심의위의 법적 지위가 민간 기구라곤 하지만 위원들을 여야 비율로 봤을 때 6대 3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판단을 할 수밖에 없는 모순된 구조 속에 있다”며 “18대 국회가 개원한 만큼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전체가 힘을 모아 방통위설치법 개정에 나서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장은 또 쇠고기 사태 이후 정부여당과 보수언론 등에서 포털에 대한 압박이 이어지자 포털이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지난 2002년 초 인터넷 실명제와 관련해 ‘다음’이 앞장서 정부에 대항했던 전례가 있지 않냐. 포털의 생명은 이용자인 만큼 이용자들을 위해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그는 “포털이 지금처럼 계속해서 입을 다물 경우 이용자들은 언제든 떠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은 “기존의 언론들은 국민의 알 권리를 앞세우며 스스로를 정당해왔지만 촛불 정국 속 그 정당성이 무너졌고 포털을 무대로 한 1인 미디어가 등장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스스로를 중립적 전달자 위치로 인식, 정부의 옥죄기에 순응하는 포털이 아니라 (정부의 압박에 대항해) 싸우는 포털”이라면서 “네이버, 다음의 운영자들에게 이 부분을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싸우는 포털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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