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17 14:30

“심의위, 정치 보복에 거수기 역할”

언론계 심의위 비판 목소리 높아…MBC 오전 임원회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명진)가 16일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1, 2편에 대해 ‘시청자에 대한 사과’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에 대해 일선 PD들은 물론 언론·시민 단체와 학계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9명의 심의위원 가운데 야당 추천 몫 3명의 위원이 퇴장한 가운데 진행된 심의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을 지적하는 목소리에서부터 민간 독립기구인 방통심의위가 이명박 정권의 ‘꼭두각시’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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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
 MBC 노조 “<PD수첩> 사과방송하면 온몸으로 막을 것”

박성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장은 “방통심의위 심의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의 표적수사와 마찬가지로 ‘표적심의’이자 ‘부당심의’이기 때문에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회사가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는 모르지만 설사 회사가 심의위 결정을 수용하더라도 MBC 노조는 사과방송이 나가는 것을 온몸으로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심의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심의 진행상의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야당 추천 위원들이 퇴장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심의는 절차적 정당성이 없다”고 말했다. 또 “내용을 먼저 파악한 다음 내용에 대해 제작진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심의를 해야 하는데 어제 상황은 무조건 제작진을 불러다가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만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심의위원들은 언론보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억지 주장을 했다”며 “미국 쇠고기의 불안전성과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진실을 파헤치려고 한 방송에 대해 왜 한쪽 인터뷰만 하고, 양쪽의 의견이 반반으로 맞지 않느냐는 말도 안 되는 균형성의 논리를 대고, 심지어 음악을 왜 그런 것을 썼느냐는 식의 트집잡기를 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MBC PD들 “심의 결과 납득하기 어렵다”

MBC PD들 역시 방통심의위의 심의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학수 MBC PD협회 사무국장은 “민간심의기구로 출발했다고 하는 심의위가 본질적으로 정권의 거수기 역할을 그대로 했다”며 “이것은 이명박 정부의 협상 내용의 부실함을 지적한, 권력에 대해 비판한 프로그램에 대해 정권 당사자가 나와서 자신에 대한 비판을 스스로 심의하는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한 사무국장은 심의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세 명의 심의위원들이 퇴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심의가 일사천리로 진행돼가는 과정은 정권의 거수기 역할을 하는 심의위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PD수첩> 광우병 방송 1편을 제작한 김보슬 PD는 “어떤 부분을 가지고 공정성과 객관성을 판단했는지 잘 모르겠다”며 “어차피 세 명이 퇴장한 상태에서 여섯 명이 결정한 것 아닌가.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어 결론은 뻔한 것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결론을 정해놓고 수사하는 것이나 결론을 정해놓고 심의하는 거나 같다”고 비판했다.  

<PD수첩> 광우병 방송 2편을 제작한 오동운 PD는 “방통심의위원들은 <PD수첩>이 의도를 가지고 방송을 만들었다고 지적하는데 과연 그러한 지적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심의위원들이야말로 의도를 정해놓고 제작진에게 질문하고, 심의를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학계 “정부 문제점 지적하자 보복하듯 결정내려”

방통심의위 결정에 대한 학계의 비판도 거세다. 김승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임명받은 심의위원들이 뉴스·시사프로그램에 사과 명령을 내리는 것은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때문에 심의를 신중하게 진행해야 함에도 정부에 문제점을 지적한 것을 보복하듯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PD수첩>이 국민에게 일정한 영향을 주고 정부에 대해서 비판적인 여론을 형성했다는 것 때문에 더 큰 문제를 삼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에 중대한 위협을 가하는 사건들이 발생할 때 이를 보도하면 사과를 하고 검찰에 불려가야 되는데 언론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보도할 수 잇겠느냐”며 “이는 언론인들에게는 자기검열을 강요하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통심의위의 심의는 보도논평에 한해야 하며 시사 프로그램은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 교수는 “1차 심의권만 있는 곳이 제재를 내린다는 것은 논의 대상조차 안 된다”며 “방통심의위는 국가 기관이므로 정지 가처분 소송으로 가야하며, 규정자체가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또 “심의위원들이 PD들을 불러 진술하는 과정도 절차상의 위법”이라며 “검찰 수사도 아니고 취조하듯이 진술을 강요하며 억압적으로 한 부분도 비판받을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MBC, 재심 청구 가능성 높아

MBC는 17일 오전 9시 30분부터 임원회의에 들어간 상태다. MBC 측은 현재 방통심의위 심의 결과에 대한 수용 여부에 대해 검토중이라고 밝혔지만, 심의에 불복하고 재심 청구를 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방통심의위 결정대로 시청자에 대한 사과방송을 할 경우 <PD수첩> 광우병 보도가 왜곡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홍수선 MBC 홍보심의부장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며 “법률적 검토를 한 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법 제100조(제재조치등)에 따르면 <PD수첩>은 제제 조치 명령을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인 22일 방송에서 ‘시청자에 대한 사과’ 명령을 이행해야 한다. 방송법에 의하면 재심 청구는 제제 명령을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할 수 있다.

백혜영 기자 otili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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