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파동과 촛불정국 속에서 조·중·동을 향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아졌다. 광우병 논란과 촛불집회를 두고 끊임없이 사실과 민심을 왜곡한 결과다. 국민들은 절독 선언으로 조·중·동을 심판하는 한편, 〈한겨레〉와 〈경향신문〉 구독 운동으로 신문 시장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한겨레〉와 〈경향〉 독자는 촛불정국이 시작된 5월 초부터 한 달간 1만 명 이상 늘어났다.
특히 〈경향〉의 의미 있는 성장을 주목할 만하다. 최근 〈경향〉의 독자 급증과 사회 각계에서 쏟아지는 호평은 비단 쇠고기 파동에 대한 화답만은 아니다. 독립 언론으로 지난 10년간 꾸준히 지켜온 가치, 적극적인 의제 설정을 통해 신문 시장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 노력들이 뒤늦게 대중들에게 인정을 받은 것이다.
지난 2년간 〈경향〉의 변화를 진두지휘했고, 다시 새로운 2년을 시작한 송영승 편집국장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말한다. 송영승 국장을 지난 22일 〈경향신문〉 사옥에서 만났다.
-요즘 편집국 분위기는 어떤가.
“최근 분위기가 많이 고무돼 있다. 젊은 기자들이 정의감이 강해졌다. 그들이 사회적 문제를 한번 경험하면, 기자 생활을 쭉 하는 동안 문화적 기억으로 자리 잡는다.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저널리스트가 될까, 스스로 돌아보는 작용을 하게 된다. 그것은 〈경향〉 기자를 넘어 언론인으로 활동하는데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 송영승 경향신문 편집국장 | ||
-독자가 얼마나 증가했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진구독이 늘어나다가 이번 쇠고기 파동을 거치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5월 초부터 1만 몇 천부 정도 늘어났다. 20대부터 40대까지, 화이트칼라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서 반향이 크다.
바로 가시적인 도움은 되지 않겠지만, 당장 수치를 떠나 중장기적으로 독자층이 확장되고 광고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응원해주니까, 회사 전체가 고무되고 자신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경향〉이 특별히 주목받은 이유는.
“독립 언론, 리버럴함에 대해 큰 노선과 방향으론 공감대가 있는 상황에서, 그걸 좀 더 좋은 콘텐츠로, 기사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작업을 2년 간 집중적으로 해왔다.
특정정파에 치우치지 않은 점이 지식사회를 중심으로 평가를 받고, 촛불정국을 기점으로 〈경향〉을 모르던 대중들도 잘 알게 된 것 같다. 과도한 평가도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부담이다. 주목도가 전례 없이 높아지니까 어떻게 실력 있게 비판할 수 있을지가 최대 고민이다. 저널리즘의 원칙에 충실해 한국에도 이런 신문이 생길 수 있구나 하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
-‘진보’나 ‘지식사회’ 등 묵직한 주제에 대해 의제설정을 해왔는데.
“꼭 하고 싶었던 주제였다. 진보를 표방하는 신문이 진보를 해부한다는데 대해 의문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 진보 진영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더 나은 진보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식인의 죽음’ 등 대형 기획기사들을 무리할 정도로 추진했다. 결과적으로 그 부분에 대해 신문이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그런 얘기가 많이 나온 것 같다.”
-올해 다루고 싶은 기획 아이템이 있나.
| ▲ 경향신문은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에 화답하기 위해 사옥에 현수막을 걸어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 ||
-편집국장에 유임됐는데, 앞으로의 2년을 어떻게 구상하나.
“부담스러움을 이루 말할 수 없다. 고통스러울 정도다. 신문에 대해 일정한 평가가 나오는 시점에서 어떻게 항구적으로 신뢰받는 신문으로 정착시킬 수 있을지, 이를 위해 조직운영을 어떻게 해야 할지, 편집국 책임자로서 회사 경영책임자와 어떻게 협력하며 신문 지면을 현재 이상으로 진화시킬지, 서너 가지 생각들을 1주일 동안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상무이사란 보직까지 맡았다. 자연스레 경영에도 관심을 가져야할텐데.
“경영 문제에 대해선 무지할 정도로 관심이 적었다. 그런데 경영 문제를 나 몰라라 하는 것도 책임 있는 자세는 아닌 것 같다. 신임 사장께서 경영이 잘 되기 위해서라도 지면이 정도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고 했다. 그 말 자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원칙을 지키며 지면과 조직운영을 할 생각이다.”
-독립 언론 10년이다. 앞으로의 10년을 어떻게 내다보나.
“독립 언론 10년 간 신문제작의 한 가운데 있었다. 리버럴한 신문을 지향했는데,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은 측면도 있었다. 빛과 그림자랄까. 앞으로 10년 동안 경영 측면에서도 독자들에게 걱정을 덜 끼치면서 저널리즘의 원칙에 가장 가까운 신문을 만들겠다. 우선은 이에 부응하는 실력을 갖추는 게 중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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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승 국장과 경향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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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10월 6일 창간한 〈경향신문〉은 ‘여적’ 필화 사건으로 1년간 폐간되고 MBC와 통합됐다가 분리되는 등 수차례 부침을 겪다가 1998년 한화그룹으로부터 독립하며 국내 첫 사원주주회사로 출범했다. 〈경향〉은 2000년부터 편집국장 직선제를 실시했고 3년 뒤, 임명동의제로 전환했다. 송영승 국장은 임명동의제를 통해 2006년 5월 편집국장에 취임했다. 송 국장은 임명동의제도 시행 이후 최고의 찬성률인 87.5%의 지지를 얻었다. 최근 〈경향신문〉 사장 선임과 함께 편집국장 교체 여부가 주목을 받았으나, 기자들의 유임 요청을 송 국장이 받아들이고, 이를 이영만 신임 사장이 수용하면서 송 국장은 상무이사 편집국장으로 승진했다. 송영승 국장은 재임 중에 의제 설정 기능을 강화해 지식사회를 중심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민주화 20년, 지식인의 죽음’, ‘진보개혁의 위기’와 같은 대형 기획물은 〈경향〉의 위치와 가치를 새삼 확인시켰다. 또 한미FTA, BBK 사건, 한반도 대운하 등 사회 이슈에 대해 면밀하고 통찰력 있는 분석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한미FTA 관련 보도는 당장의 사안만을 따라가는 여타 신문·방송보도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송영승 국장은 1982년 〈경향신문〉에 입사해 정치부장, 논설위원, 미디어전략연구소장 등을 거쳤으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미디어&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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