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17 13:33

“장애인이라고 외롭지 않아요!”

[인터뷰] 아나운서를 꿈꾸는 지체장애 1급 임윤희 씨

 
 
▲ 임윤희씨 ⓒMBC
“여기 ‘외롭다’는 부분은 뺐으면 좋겠어요.”
“외롭지 않아요?”
“아니요!”


지체장애 1급 장애인 임윤희 씨(27)가 처음으로 프로그램 내레이션을 하는 날. 윤희 씨는 조금 긴장한 듯 했지만, 대본을 보며 단어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챙겼다. “장애인은 외로울 거라는 생각은 편견”이라는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녀는 너무나도 밝은 목소리로 녹음을 진행했다.

윤희 씨는 라디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를 꿈꾼다. 두 다리로 걸을 수는 없지만, 따뜻한 목소리로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 주고 싶어서다. 장애인이라는, 보통 사람과 다른 조건을 가진 그녀지만 꿈을 향한 열정은 누구 못지않다.

이러한 윤희 씨의 열정은 20일 MBC 〈행복충전-내일은 맑음〉(연출 김성태) ‘꿈바라기’ 코너에 소개된다. ‘꿈바라기’는 어려운 환경과 조건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코너. 윤희 씨는 방송 출연과 함께 직접 내레이션도 맡으면서 아나운서라는 꿈에 한 걸음 다가섰다.

어린 시절 라디오를 들으며 아나운서의 꿈을 키운 윤희 씨는 “라디오 진행자가 돼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을 들려주고 사람들과 소통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러면서 그들에게 삶의 활력소가 되면 좋겠다는 꿈이 생겼다”고 말했다.

막연하게 아나운서를 꿈꾸던 윤희 씨는 고등학교에 입학해 학교 방송부 아나운서로 지원하며 처음으로 꿈에 다가서기 위한 노력을 했다. 그러나 첫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3차까지 진행된 오디션 결과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장애인에게 방송부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 임윤희씨 ⓒMBC
“당시에는 많이 속상했죠. 차라리 지원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런 경험들이 꿈을 키우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이후 그녀는 아나운서의 꿈은 잠시 가슴 한 켠에 밀어두고,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직장생활을 했다. 그렇게 6년을 보냈다. 직장 생활이 나쁘지 않았지만, 아나운서의 꿈을 버리진 못했다. 결국 지난 7월 회사를 그만두고, 그녀는 다시 한 번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에 나섰다. 물론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불확실한 꿈을 좇는 일이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그러나 윤희 씨는 “꿈을 위해 도전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고 말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회의도 들고, 내가 진정 원하는 게 뭘까, 평생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했죠.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내가 너무 현실에 안주해 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아나운서에 한번 도전해보자 마음먹었죠.”

그녀는 현재 장애인 미디어센터 ‘바투’에서 아나운서 교육을 받고 있다. 수요일마다 이뤄지는 교육을 위해 그녀는 대전 집에서 서울까지 혼자 기차를 타고 다닌다. 휠체어에 의지해 왕복 5시간이 걸리는 길을 오가는 일이 힘들 텐데도 그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 “행복하다”고 말한다.

“꿈을 버리지 않고 갖고 있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꿈이 있으면 기회가 오고, 길이 열리는 것 같아요. 제가 방송부에 들어가지 못했던 것처럼 물론 할 수 없을 때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꿈을 접어버리면 그건 정말 꿈으로 끝나는 거잖아요. 할 수 없어도 꿈을 간직하고, 그 꿈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장애인 방송인이라기보다 그냥 방송인이 되고 싶다”는 그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많은 사람들과 소소한 것들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백혜영 기자 otili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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