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민심을 반영하지 않는다며 비판 글을 블로그에 올려 중앙일보에서 퇴출당한(<PD저널> 9월8일자 보도) 이 모 중앙일보 기자가 블로그에 자신의 글을 올려 심경을 전했다.
이 기자는 “예상치 못한 시기에 나온 기사에 조금은 놀랐다”며 “다급히 제 블로그에 입장을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일보로부터 너무 많은 전화가 와서 전화를 켜둘 수가 없다. 인터넷으로 문자만 겨우 확인하고 있다”며 “이제 돌이킬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9일 오전 자신의 블로그에 <중앙일보를 떠나며>라는 글을 올리고 그간 심경을 털어놓았다.
이 기자는 자신의 해고사실에 대해 “사실 이 결정은 소수가 주도해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임이 분명했다”며 “파견 나가 있는 문화부의 에디터와 데스크조차도 저에 대한 통보 직후에야 이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의 자유를 위해 존재하는 언론사가 구성원의 생각 하나 수용 못하나 하는 실망감이 들었다”며 “내 처지를 한탄하기에 앞서 중앙일보가 안됐구나 하는 생각이 솟구쳐 올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기자는 “과거를 복기해보니 이를 예고하는 듯 한 징후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만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른바 ‘블로그 글’ (5월 29일자 글 중앙일보가 기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사건 이후 자신에 대한 압박이 적지 않았다는 뜻이다.
| ▲ 이 모 기자의 다음 블로그 ⓒDaum | ||
이 기자는 “편집국장은 한 때 블로그에 대한 파문을 잊고 일에만 매진하라고 격려해주기도 했지만, 어떤 회식 자리에서는 (블로그의 글을 암시하며) 걸리는 게 하나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며 “중앙일보를 잘 안다는 회사 바깥 선배는 회사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 모른다며 대안을 마련하라는 충고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선택을 하기에 앞서 중앙일보의 조치가 과연 정당한 것이었나를 한 번 따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자 선배들과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하자 내용과 절차에 있어 문제가 있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연봉 계약직으로 중앙일보 경력기자로 입사할 당시,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자동으로 계약이 연장되는 일종의 무기 계약직으로 받아들였다”며 “실질적인 정규직에 준하는 자리로 판단했고, 회사측에서도 그런 뉘앙스를 풍겼다”고 강조했다.
이 기자는 “회사는 해고 사실을 당일이 아니라 적어도 3달 전에는 통보해야할 의무가 있다”며 “해고 명분이 부당한 것은 물론 절차 역시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문제가 법적다툼으로 번질 경우 승소하기 어려울 수도 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기자는 “아마 중앙일보 같은 대언론사가 노사 문제와 관련해 노동부나 노동위원회, 심지어 지방법원에 밀리겠느냐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며 “실제로 어느 노무사 한 분도 회사측이 그렇게 나올 경우 승산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하더라”고 밝혔다.
그는 “중앙일보의 몇몇 선배들로부터 정말 많이 배우고, 여전히 그 분들을 존경한다”면서도 “몇몇 선배분들의 언행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그분들은 언론인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조차 의문이 들 정도”라고 비판했다.
이 기자는 그 이유에 대해 “그 분들이 촛불집회에 대한 제 블로그 글을 보고 단순히 견해차나 글쓰기 방식에 대해 질책했더라면 저는 그 분들의 비판을 어느 정도 수용했을 것”이라며 “그런데 그 분들은 ‘그 글을 보고 사장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아느냐?’는 말로 일관하면서 글을 내려라, 제목을 바꿔라 하는 주문만 했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이것이 양심에서 비롯된 글을 쓴 기자 3년차인 후배에게 할 말과 취할 태도란 말입니까?”라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원성윤 기자
socool@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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