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21 15:39

“청취자들과 숨 쉴 때 보람 느껴요”

[라디오스타 시즌2] ④ KBS 2라디오 ‘밤을 잊은 그대에게’ 고민정 아나운서

라디오서울(RSB), 동양방송(TBC)을 거쳐 올해로 44주년을 맞이한 라디오 최장수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KBS 2라디오 <밤을 잊은 그대에게>(연출 이상묵, 매일 밤 12시)다. 이성화 아나운서를 시작으로 1970년대 양희은·서유석·황인용, 1980년대 송승환·배한성·전영록·최수종·하희라, 1990년대 변진섭·손무현·김정 등 쟁쟁한 진행자들이 거쳐갔다.

2007년 4월 25일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1년 3개월째 접어드는 DJ 고민정 KBS 아나운서는 “책임이 무겁다”면서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밤을 잊은 그대>가 삶의 일부분이 된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2004년에 입사해 줄곧 TV에서 활동해온 고 아나운서는 TV에서 라디오로 이동해간 초보 DJ다.

그래서 고 아나운서는 “내가 DJ가 된다?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제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존재였다”고 고백했다. 어릴 때 그가 기억하는 라디오는 밤 9시에 “어린이들은 일찍 자라”는 광고를 듣고, 청소년이 됐을 때는 라디오를 들으며 편지를 쓰던 그와 함께하는 존재였다.

그렇게 동경하던 라디오를 직접 진행하고, 많은 게스트들을 맞이하고, 일요일에는 자신의 우상이었던 가수 이승환과 함께 라디오를 진행하는 고민정 아나운서. 그는 “담당 PD가 누구랑 진행하고 싶냐고 물어봐서 생각난 게 이승환 씨 였다”며 “석 달 가까이 진행하면서 가수와 노래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편안하게 얘길 나눌 수 있어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라디오였지만, 그의 라디오 입성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쇳소리가 많이 나는 탁성이라는 그의 설명대로 라디오에는 적합한 목소리가 아니라는 일부 선배들의 비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라디오는 안 되겠구나”하고 포기하다시피 했던 그는 지역에서 순환근무 시절 한 예고 광고 내레이션을 들은 시청자가 응원해준 덕분에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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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민정 KBS 아나운서 ⓒKBS

“그 때 힘을 많이 받았어요. 제 목소리는 맑고 청아하진 않지만 누구나 기억할 수 있는 목소리라고 해주셨어요. 목소리를 단점으로 삼지 않으니까 새로운 길들이 보이더라고요. 덕분에 다시 라디오에 욕심을 갖기 시작했죠.”

매주 화~목요일, <밤을 잊은 그대에게>는 라디오 음성뿐만 아니라 화면을 통해서도 청취자들에게 보는 즐거움도 선사하는 ‘보이는 라디오’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한 번은 민낯으로 모자를 쓰고 옷도 허름하게 입고 나갔더니 ‘민정언니가 아픈가 보다’하고 신경을 써 주세요. 게시판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글들과 호흡하다 보면 마치 이불을 뒤집어쓰고 같이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아요.”

고 아나운서는 1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었지만 기억에 남는 <밤을 잊은 그대에게> 청취자 이야기를 술술 풀어냈다. 밤늦은 방송시간에도 ‘밤을 잊은’ 애청자 6명이 라디오 스튜디오로 방문한 사례부터 짝사랑 사연을 방송에 보내 사랑을 이룬 한 학생의 사연 그리고 이별 통보를 라디오로 통해 대신한 슬픈 사연 등 다양했던 기억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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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민정 KBS 아나운서 ⓒPD저널
청취자들이 이 같은 얘기들을 보내는 데는 고 아나운서 특유의 진행솜씨가 인정을 받은 덕택일 터. 그는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나만의 노하우”라며 “라디오에서는 뭔가 꾸미거나 과장하면 다 드러나 들통 나게 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TV는 대본을 토대로 진행하고 중간에 자료화면도 보여 주잖아요. TV는 시청자와 소통할 수 있는 벽이 하나 더 있거든요. 반면에 라디오는 원고를 읽는 게 아니라 청취자가 보내준 사연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니까 더 밀접하게 호흡할 수 있는 거 같아요.”

고 아나운서는 방송이 시작하는 밤 12시가 되면 알람을 맞춰놓고 방송을 꼬박꼬박 들어주는 남편의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남편은 제 목소리 색깔부터 빠르기, 내용 등 하나하나 얘길 해줘서 사실 무서울 정도”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올해로 30살을 맞이한 고민정 아나운서. “청취자들이 <밤을 잊은 그대에게>를 떠올렸을 때 ‘고민정’이라는 이름 석자가 생각났으면 그리고 10년 후에도 이 방송을 계속했으면 좋겠어요. 청취자들의 사연을 읽고 함께 숨 쉴 때 저도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거든요.”



원성윤 기자 socool@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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