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06 16:14

“코드박살 끝냈으면, 코드개편 막아내라”

KBS 기자·PD, 가을개편 보이콧 시위…노조 사무실 찾아가 항의하기도

 
 
▲ KBS 기자와 PD 150여명은 ‘KBS 졸속개편 반대시위 6일 오후 12시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개최하고 “굴욕적인 관제개편을 거부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PD저널
KBS PD들과 기자들이 뭉쳤다. 가을개편에 전면 보이콧을 선언하며 함께 행동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생방송 시사투나잇〉과 〈미디어포커스〉 폐지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의 주례연설 편성이 시발점이 됐다.

KBS 기자와 PD 150여명은 'KBS 졸속개편 반대시위'를 6일 오후 12시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개최하고 “굴욕적인 관제개편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김명숙 〈시사투나잇〉 PD와 김영인 〈미디어포커스〉 기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시위는 지난 9월17일 단행된 보복성 인사 이후로 기자와 PD들이 두 달여 만에 함께 한 자리다.

김덕재 KBS PD협회장은 “이병순 사장이 〈미디어포커스〉와 〈시사투나잇〉 폐지를 명령한 게 사실”이라며 “이 사장은 더 이상 간부들 뒤에 숨지 말고 나와 직접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없애놓고 존치라니…개편인가 개판인가”

김경래 〈미디어포커스〉 기자는 프로그램의 이름을 바꾸는데 대한 간부들의 철학부재를 한탄했다. 더 나아가서는 아예 매체 비평 프로그램이 있는지 조차도 몰랐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기자는 “한국최초의 미디어비평을 시작했던 MBC 〈미디어비평〉이 폐지된 지 5년이 지났는데 그것이 있는 줄 알았으면 〈미디어포커스〉를 대신하는 이름으로 〈미디어비평〉을 들고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매체 비평 프로그램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니 내용은 그대로하고 이름은 바꾸라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필곤 〈시사투나잇〉 PD는 〈시사투나잇〉이 이번 가을개편에서 변경될 이름인 〈시사터치 오늘〉에 대해 얘기를 꺼냈다. 그는 “10여년 전 방송된 KBS에서 방송된 〈시사터치 코미디 파일〉이란 코미디 프로그램이 있다”며 “경영진에서 스스로 이런 상황을 코미디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 PD는 〈시사투나잇〉의 성과를 전하기도 했다. 〈시사투나잇〉은 제1회 노근리 평화상 언론부문 방송상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대한민국 인권상 언론부문을 수상을 하게 됐다. 그는 “우리를 위로하려고 이런건지 잘 모르겠지만, 더 힘내라는 의미로 알겠다”고 밝혔다.

 
 
▲ KBS 기자와 PD 150여명은 ‘KBS 졸속개편 반대시위 6일 오후 12시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개최하고 “굴욕적인 관제개편을 거부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PD저널
정일서 라디오 PD는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라디오개편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정 PD는 “대통령의 일방적인 연설은 국민들 누구라도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제작진이 국민들이 듣고 싶어 하는 질문으로 구성해 토론을 하는 게 맞는 것이다.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겠다는 약속이 헌신짝처럼 버려진 부분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윤도현씨와 정관용씨의 프로그램 하차에 대해서도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고 파악할 수밖에 없다”며 “입사 3년차 후배가 KBS의 이런 상황에 대해 ‘선배, 우리 회사가 이런 회사였어요?’라고 말해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번 가을개편에서 폐지가 확정된 〈아시아투데이〉의 김정중 PD도 “어느덧 입사 19년차인 윗기수가 됐다. IMF, 노동법 파업 그때는 후배 입장에서 부담 없이 파업도 가고 했는데 여전히 이런 자리에 나와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는 상황이 안타깝고 슬플 뿐”이라고 말했다.

KBS 기자·PD “코드 박살냈으면, 코드개편도 박살내라”

이날 시위에선 KBS 기자와 PD 50여명이 오후 1시경 KBS 노동조합(위원장 박승규) 사무실로 몰려가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가을개편 폐지 프로그램으로 〈시사투나잇〉과 〈미디어포커스〉가 연일 신문지상에 오르내리고 있는데도 노조에서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는데 대해 분노하는 목소리를 냈다. 박승규 위원장과 강동구 부위원장은 자리에 없었고, 백용규 대외협력국장이 대신 이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PD와 기자들은 “왜 노조가 나서서 개편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느냐. 사측 설명회 개최 때도 이미 나온 의견들인데 뭐하느냐. 공방위 개최를 강력하게 요구했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느냐”고 성토했다.

 
 
▲ KBS 기자와 PD들이 6일 오후 KBS 노동조합(위원장 박승규) 사무실을 찾아가 이번 가을개편과 관련해 노조의 공정방송위원회 개최 등을 조속히 개최할 것을 요구했다. ⓒPD저널
이에 백 국장은 “나는 당시 자리에 없어서 잘 모르겠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또 백 국장은 “온다고 하면 연락을 하고 오지 왜 이렇게 불쑥오냐”고 물었고, 한 PD는 “노조원이 노조 사무실에 오는데 무슨 연락을 하고 오냐”며 언성을 높였다.

공방위 개최 요구에 대해 백 국장은 “(고려를 해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말하자 김덕재 PD협회장은 “알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다른 PD와 기자들은 “공방위 개최는 노조가 요구하고 협상하는 거지 우리보고 묻는 게 아니다”라고 백 국장을 향해 항의했다.

이들은 “코드박살 끝냈으면, 코드개편 막아내자” “뭐가 그리 무서운가 공방위를 개최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시위를 마쳤다.

 
 
▲ KBS 기자와 PD들이 6일 오후 KBS 노동조합(위원장 박승규) 사무실을 찾아가 이번 가을개편과 관련해 노조의 공정방송위원회 개최 등을 조속히 개최할 것을 요구했다. ⓒPD저널

원성윤 기자 socool@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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