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쇠고기 재협상에 대한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전면 재협상 요구 목소리에 정부는 ‘추가 협상’을 고수했다.
정부가 미국과의 추가 협상을 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12일 MBC <100분 토론>은 ‘재협상과 촛불정국의 향방은’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에는 미국과의 추가 협상을 위해 13일 떠난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 본부장이 직접 출연해 열띤 공방을 펼쳤다.
| ▲ <100분 토론>에 출연한 김종훈 통상교섭 본부장과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MBC | ||
김 본부장은 “한미 쇠고기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며 재협상 요구 시 발생할 후폭풍을 우려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재협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몇 차례 밝혀왔다”며 “미국이 재협상을 거부했을 때 우리나라는 협정 파기에 대한 문제를 감당해야 한다. 그것은 분쟁이 될 수 있고 보복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또 “형식을 떠나 실질적인 내용에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이 금지되면 재협상에 준하는 결과가 도출되는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30개월 미만 쇠고기의 경우 추가 협상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사실도 분명히 했다. 그는 “30개월 미만 소는 광우병에서 안전하다”며 “광우병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증폭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30개월 미만 쇠고기에 대해서는 더 손댈 필요가 없다”며 “국민의 건강도 중요하지만 국제통상에서 건강만 내세우면 되느냐. 룰을 지켜가면서 이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 패널로 참석한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과 교수도 “지금은 재협상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상황”이라며 “미국은 수차례 재협상은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혀 사실상 재협상을 거부한 상태”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한미 쇠고기 협상을 우리가 일방적으로 파기해도 12개월이 지나야 그 효력이 발생한다”며 “그때까지는 지금 맺은 협정이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재협상 불가 주장에 대해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보복 우려 때문에 재협상 대신 자율규제를 통해 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관보 게재 전까지는 법적 책임이 없다.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서 다시 입법예고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강 의원은 또 “위헌소지도 있는 만큼 2006년 3월 고시된 대로 30개월 미만 소만 수입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최재천 전 통합민주당 의원은 “재협상이 아니면 협정 본문이 바뀔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 의원은 “정부는 이미 재협상과 추가협상의 정의를 분명히 하고 있다”며 “재협상은 일부 협정 내용을 번복하는 것이고 추가협상은 줄기는 유지하되 추가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검역주권, 30개월 연령,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문제는 협상 '본문'에 나와 있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 ▲ <100분 토론>에 출연한 김종훈 통상교섭 본부장과 최재천 전 통합민주당 의원 ⓒMBC | ||
미국과의 추가 협상 주체가 김종훈 통상교섭 본부장이라는 점도 논란이 됐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위생검역 문제인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통상교섭 본부장이 협상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미국을 설득해 위생조건을 변경시키려면 전문가가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 책임자가 가서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해 정치적으로 풀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도 “이번 추가 협상은 잘 안 될 것”이라며 두 가지 근거를 댔다. 이 교수는 강기갑 의원과 마찬가지로 협상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번 협상은 외교부서에서 잘된 협상이라고 말하고 있고, 김 본부장은 미국 사료조치가 강화된 것이라고 일괄적으로 주장해 왔다”며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어떻게 협상을 할 거냐”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또 “협상 목표 설정이 잘못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만이 아니”라며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검역주권, 30개월 미만 쇠고기 문제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금지 문제만 해결하기 위해 협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 ▲ <100분 토론>에 출연한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과 교수와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MBC | ||
한미 쇠고기 협상의 효력 문제에 대해서도 양측의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최재천 전 의원은 “한미 협상에 대해 정부는 양해각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며 “공식적으로 양해각서가 법률을 뒤집을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지금 미국산 쇠고기를 유통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과거 고시가 살아 있어 현재 고시가 발효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원목 교수는 “명칭과 상관없이 조약인지 아닌지는 국내법이 아니라 국제법이 정한다”며 “비엔나 조약 1조에 보면 명칭과 상관없이 국가간 권리 의무를 발생시키기 위해 체결한 것은 조약이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한미 쇠고기 협상의 위헌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헌법 60조에 보면 주권을 제약하는 국가 간 조약은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한다고 돼있다”며 “검역주권 문제는 분명 주권 제약에 해당해 국회 비준을 받았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이번 고시는 위헌 소지가 높다”고 주장했다. 또 최 교수의 주장에 대해 “미국도 WTO 조약을 국내법이 우선하는 사례가 있는데 왜 국제법을 우선으로 해석하려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최교수는 “그래서 미국이 제일 많이 WTO에 제소 당하는 국가”라며 “국제사회에선 공통의 룰을 정하는 것”이라고 또다시 반박했다.
장광근 “재협상 원하는 국민, 감성적으로 흐르는 것”?
장광근 한나라당 의원은 재협상에 대해 국민들이 감성적으로 접근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장 의원은 “초기 협상 과정에서 소홀한 것은 인정하지만 이미 벌어졌으니 차선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재협상 불가 주장을 펼치다 “야당 등 정치권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국민 보건보다 정치적 계산, 이해득실을 따지고 정치적으로 즐기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국민들에 대해서도 “판단 근거가 부족해 감성적으로 흐를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의원에 발언에 대해 강기갑 의원은 “국민을 무시하는 발언”이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그는 “지금의 10대는 예전의 10대가 아니”라며 “인터넷 등으로 인해 국민이 더이상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안 받아들이니까 재협상은 못 한다고 얘기하면서 국민 요구는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장 의원은 “냉정하게 현실적으로 보자는 얘기였다”고 한 발 물러섰다.
| ▲ <100분 토론>에 방청객으로 나온 김지윤 고려대 학생 ⓒMBC | ||
‘서강대녀’ ‘고대녀’ 방청객 발언도 화제
이날 토론에는 촛불집회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이윤재 서강대 학생과 한승수 전 국무총리와의 토론회에 참석해 일명 ‘고대녀’로 불리는 김지윤 고려대 학생이 방청객으로 나와 화제를 모았다.
이윤재 학생은 촛불집회가 집시법을 어긴 불법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강기갑 의원에게 “불법과 합법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강 의원은 “법보다는 헌법이 중시돼야 한다”며 “지금 국민들은 헌법적 권리로 행동하고 있다. 4·19, 6·10 항쟁 모두 헌법적 권리로 저항한 것이다”고 반박했다.
김지윤 학생은 “국민은 전면 재협상을 원한다”며 30개월 미만 소의 광우병 위험성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OIE도 24개월 이상에서 광우병이 발생한다는 통계가 있다”며 “이번 협상은 30개월 미만의 SRM도 다 수입하는 것이라 연령제한뿐 아니라 검역주권 문제도 걸려 있다”고 말했다. 또 쇠고기 연령을 판단하는 치아 감별법에 대해서도 “미국 교과서에서조차 불안정하다고 나와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뜻을 무시하고 추가협의라는 꼼수를 부리면 이명박 대통령 퇴진 운동으로까지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과 월급 빼고 다 오르는 것 같다”고 일침을 가하며 “정부가 발벗고 나서서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티즌, 5만 여 건 의견 남기며 높은 관심
방송이 끝나고 <100분 토론> 홈페이지에는 11시 42분 현재 한줄 참여에 약 4만 여 명의 네티즌이 의견을 남겼고, 시청자 게시판에도 약 1만 5000건의 의견이 올라와 있어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시청자 게시판에 ‘국민 건강 VS 경제 후폭풍’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분들께서 바로 이어지는 말씀이 그래도 대통령은 경제 후폭풍도 생각해야한다고 (말한다)”며 “그렇게 건강을 볼모로 잡고, 자동차팔고 핸드폰 팔아 부자돼 뭐합니까? 국민들 다 병들게 하고 상위 몇 %만 그 부를 소유한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어제의 100분토론 핵심 정리’란 제목의 글에서 “1. 한일합방은 국제법에 의한거니까 국민들 독립운동하지마라. 2. 3.1운동은 불법과격집회다. 법치국가에서 집시법을 지켜라”고 정리했다. 재협상 불가를 내세우며 국제법을 근거로 댄 정부 쪽과 촛불집회를 불법이라고 말한 서강대 학생의 주장을 꼬집은 것이다.
한편 12일 <100분 토론>은 당초 시간보다 1시간 당겨 11시 10분부터 150분간 생방송됐다.
백혜영 기자
otili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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