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02 14:36

“한겨레 거두절미 보도에 발목 잡혔다”


정병국, YTN 노조 항의방문에 해명…노조 “사장 퇴진 투쟁과 재허가는 별개”

YTN 재허가 불가 가능성 발언으로 논란을 부른 한나라당 미디어산업발전특별위원회(이하 미디어 특위) 위원장 정병국 의원이 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YTN 지부(지부장 노종면, 이하 YTN 노조)의 항의방문을 받은 자리에서 “<한겨레>의 거두절미 보도에 발목을 잡힌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날 “어제(1일) <한겨레> 인터뷰를 마칠 즈음 기자가 YTN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는데, 제 소관이 아니라는 전제 아래 YTN 사태가 지속될 경우 과거 경인방송이 오랜 노사갈등으로 재허가 심사에서 탈락, 폐업한 것과 같은 사례가 있는 만큼 우려스럽다고 답했을 뿐”이라며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가 재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있다는 식의 단정적 발언을 한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 “<한겨레>의 인터뷰는 당초 미디어 특위 운영을 어떻게 할지 그 전반에 대해 묻겠다고 해서 잡힌 것이었는데 기자가 말미 ‘YTN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을 해왔고, 처음엔 ‘내 소관이 아니다’라고 답했지만 (기자가) ‘정부가 개입해야 할 때라고 보냐’고 재차 물어 답변을 안 하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오해할까봐 우려를 표시한 게 이렇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 의원은 “결과적으로 <한겨레> 기자의 질문에 말려든 모양이 됐지만 정치인으로서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 만큼 YTN 구성원들에게 의도와 달리 상처를 입게 한 것에 대해선 유감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그러나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면 공식적으로 해당 내용을 부인한 뒤 정정보도를 요청해 달라”는 YTN 노조의 요구엔 “그렇지 않아도 오전 내내 해당 기사를 쓴 기자와 전화통화를 해 문제제기를 했다”고만 말했을 뿐,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위원장 노종면)가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의 YTN 재허가 불가능 가능성 발언과 관련해 2일 오전 항의방문을 진행하고 있다. ⓒ여의도통신
“인터뷰 말미의 발언이라고 책임성이 없는 게 아니다”

정 의원의 해명에 노종면 위원장은 “정 의원의 해명이 사실인지 여부는 좀 더 살펴봐야겠지만 일단 보도된 내용 자체에 대해 YTN 구성원들에게 유감을 표시한 것은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그러나 “3선 의원씩이나 되는 분이 인터뷰 말미의 발언이라고 해서 책임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선 안 될 일”이라며 “정 의원의 해명이 사실인지 여부를 (제가) 판단할 문제는 아니지만 이 같은 발언들이 계속 나올 경우 YTN 구성원들에겐 큰 상처가 된다. (보도가) 왜곡됐다고 생각하면 정정보도 등의 구체적 대응을 해서 우리 구성원들의 마음을 달래야 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겨레 “기사 내용 그대로다. 정정보도 요청은 없었다”

정 의원을 인터뷰했던 이유주현 <한겨레> 기자는 “<한겨레>에 발목 잡힌 느낌”이라는 정 의원의 발언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는 “YTN 사태는 언론계의 주요 이슈 중 하나고 기자 입장에선 당연히 질문을 할 수밖에 없는 내용인 만큼 인터뷰 마지막에 물었는데, 정 의원은 1시간 인터뷰 중 15분을 할애해 비중있게 답변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 의원이 ‘정부가 개입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기 때문에 ‘그럼 어디서 해결을 해야 하는가’란 질문을 했고 이에 ‘결과적으로 방통위에서 재허가 심사 때 결정해야 할 문제 아니냐’고 답했다”면서 “기사에 나온 내용 그대로다”라고 말했다.

정 의원으로부터 정정보도 요청이 있었는지를 묻자 이유주현 기자는 “오전에 (정 의원이) 전화로 ‘많은 얘기를 했는데 왜 그 부분만 기사화했냐’고 항의하긴 했지만 정정보도 요청은 없었다”고 말했다.

“방통위 등 정권으로부터 재허가 압박 많아”

노 위원장은 이날 항의 방문 자리에서 정 의원에게 공개서한을 전달했다. 노 위원장이 직접 작성한 이 서한에는 정 의원이 <한겨레> 인터뷰에서 “과거 경인방송이 노사갈을 빚다 폐업을 한 전례도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담겨 있었다.

노 위원장은 서한에서 “2004년 경인방송 노조는 경영 악화에 따른 임금 체불 등을 이유로 합벅적인 파업에 돌입했고, 사측은 합법적 파업일 경우에만 가능한 직장폐쇄로 대응, 결구 폐업에 이르렀다. 또 방송위의 경인방송 재허가 거부 결정의 사유는 재정 악화와 대주주 약속이행 거부, 협찬 규정 위반 등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파업 투쟁이 아닌 제작 투쟁을 벌이며 처절하게 공정방송 사수를 외치는 YTN 노조의 행동이 결코 채널 재허가 문제나 폐업과는 연결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 주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정 의원이 “구본홍 사장은 공보특보 70명 중 한 명이었을 뿐”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7000명이라도 안 되는 건 안 된다. 언론의 근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경우 정권은 결과적으로 ‘언론 탄압’ 행위를 하게 되고, 이명박 정부에서 YTN이 그 사례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항의방문에서 노 위원장은 “YTN 노조의 투쟁은 구본홍씨 개인이 미워서, 이명박 정권 자체를 미워해서 진행하는 정치투쟁이 아니다”라며 “직·간접적 채널을 통해 방통위 등으로부터 재허가 관련 압박이 오는데 정치인 등 공인들이 자신의 발언에 좀 더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길 바란다. YTN 구성원들에겐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 항의서한 전문

저는 YTN 노조위원장 노종면입니다.

저는 노조위원장을 맡기 전 앵커로 있으면서
정의원과 수차례 인터뷰한 인연이 있는 사람입니다.

또 과거 돌발영상 PD로 정의원을 수없이 간접 대면하면서
말씀의 정갈함, 행동과 외모의 반듯함 등으로
이른바 '구악 정치인'과는 차원이 다른 인물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그러나 구본홍 출근저지 투쟁 77일째를 맞은 오늘 아침
저는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충격적인 신문 보도를 접했습니다.

"YTN 사태 계속 땐 재허가 안날 수도"라는 큼지막한 기사 제목 옆에
정병국 의원의 사진이 실려 있더군요.

한겨레 신문 2면 톱에 실린 기사를 읽고 또 읽었습니다.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또 읽었습니다.

분노의 끝에서 '냉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움터 올랐습니다.

저는 YTN 노조원 400명 뿐 아니라, 800여 YTN 전 직원과 그 가족들의 생존권에 대해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노조위원장으로서
결코 믿고 싶지 않은 정의원의 발언 하나 하나에 대해 냉정하게 따져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달 안에 방통위가 YTN 재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있다"

방통위는 엄연한 독립기구입니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텐데 왜 압력으로 비칠 발언을 하셨나요?

3선 의원이자 여당 미디어산업발전특위 위원장이라는 막중한 자리에 계신 분이
독립기구인 방통위 소관 사항에 대해 하신 말씀은
실질적으로 방통위에 대한 압력 행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실무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YTN은 혼내줘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해두고 있는 만큼
정의원의 발언은 방통위 실무자들에게 사실상 지시나 다름없습니다.

정의원은 보도PP 재승인 심의 절차와 일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발언을 하셨더군요.

심의 필수 절차 등을 고려할 때 심의가 끝나는 시점은 12월로 예상되며
이달 안에 결정이 나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또 심의 기준 등을 들여다 보시면 YTN 재승인 거부가 어느정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지
현명하고 합리적인 정의원께서는 충분히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과거 군사정권 때처럼 심의 기준과 절차를, 심의에 참여할 공무원과 전문가들을
정권 입맛대로 좌지우지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경인방송이 노사갈등을 빚다 폐업을 한 전례도 있다"

2004년 경인방송 노조는 경영 악화에 따른 임금 체불 등을 이유로
합법적인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이에 대해 사측은 합법적인 파업일 경우에만 가능한 직장폐쇄로 대응했고 결국 폐업에 이르렀습니다.

당시 방송위가 경인방송 재허가를 거부하는 결정을 했습니다만
그 사유는 재정 악화와 대주주 약속이행 거부, 협찬 규정 위반 등이었습니다.

파업 투쟁이 아닌 제작 투쟁을 벌이며 처절하게 공정방송 사수를 외치는
YTN 노조의 행동이 결코 채널 재허가 문제나 폐업과는 연결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 주시기 바랍니다.

"구본홍 씨는 공보 특보 70여명 가운데 한 명이었을 뿐이다"

정권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은 언론의 생명입니다.

때문에 모든 언론사는 윤리규정 등을 두어 이를 엄격히 규율하고 있습니다.

70여명 가운데 한 명이었을 뿐이라니요, 7,000명이라도 안되는 건 안되는 겁니다.

언론의 근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경우
정권은 결과적으로 '언론 탄압' 행위를 하게 됩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YTN이 그 사례가 되는 것을 저희는 결코 원치 않습니다.

"구본홍 씨의 경우 예전의 사장 인선보다 훨씬 더 개선됐다"

YTN 노조는 구본홍 씨 개인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구본홍 씨의 '특보 이력'을 반대하고
구본홍 씨가 '날치기 주총'이라는 불법 절차를 통해 선임된 과정을 반대합니다.

날치기가 수시로 일어나는 국회 생활을 오래 하시다 보니
날치기를 '개선'이라 여기시는지 모르겠지만
언론은 날치기를 불법이라 표현합니다.

국회가 정한 법과 법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한 행위를 국회의원 스스로 '개선'이라 한다면
대한민국 법치주의는 누가 담보하겠습니까?


"세상 어느 방송에서 항의 배지 시위하는 장면이 보도 되느냐"

시위 장면이 앵커 뒤로 노출되는 방송은 많습니다.

다만 그것이 프로그램 기획의 문제이냐 일뿐이므로
노조의 시위는 전적으로 YTN 노사의 문제이고, 방통위 심의 사항입니다.

이에 대해 국회의원이 개입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특히 이 사안에 대해서는 방통위 심의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국회 문광위원이자 여당 미디어특위 위원장의 발언이
방통위 심의에 압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다만, 발언의 부적절성을 인정하고,
시청자의 한사람으로 개진한 의견이었다 한다면 경청하겠습니다.

감정을 최대한 자제하며 글을 써내려 왔습니다.

모두에 밝힌 정 의원에 대한 좋은 인연을 유지하고 싶습니다.

정 의원께서 기왕에 미디어정책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으니
훌륭하게 일하셔서 빛나는 이력이 되길 바랍니다.

부디, 정 의원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진정어린 해명과 사과를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발언 하나하나를 따지다 보니 글이 길어졌습니다.

환절기에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2008년 10월 2일

YTN 노조위원장 노 종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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