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성제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장
백혜영 기자 otilia@pdjournal.com
‘바람 앞의 촛불’이다. 지금 MBC 상황을 보면 그렇다. 집권 전부터 ‘MBC 민영화’를 공공연하게 주장해온 한나라당은 결국 이를 추진할 태세다. 한나라당은 대기업과 신문사가 지상파에 진출할 수 있게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추진, 사실상 MBC를 ‘정조준’한 법안을 올해 안에 처리할 방침이다. 전국언론노조는 “MBC를 재벌과 족벌신문사에 넘겨주려는 의도”라며 “26일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총파업 시 가장 앞장서 싸우게 될, 그리고 한나라당 언론관련 법안의 주요 표적이라 일컬어지는 MBC의 박성제 노조위원장을 지난 23일 만났다.
-한나라당의 언론관련 법안에 대해 특히 MBC가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3일 발의한 법안을 한 달도 안 돼 연말까지 통과시키겠다고 하는 저의가 뭐냐. 결국 현재 진행되고 있는 ‘언론장악 악법’의 의도가 MBC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조선, 중앙, 동아일보는 대선 전부터 계속 얘기해온 ‘MBC 사영화’, ‘주인 없는 노영방송의 주인을 찾아줘야 된다’는 식의 논리를 펴고 있다. 지난 22~23일 조중동 기사만 봐도 MBC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나. 노사 모두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언론관련 법안의 문제는.
“한나라당 법안은 MBC를 쪼개 대기업과 조중동에 주겠다는 발상에서 나왔다. 언론, 특히 방송처럼 영향력이 큰 매체를 편향적인 사고와 정권 친화적인 보수 일변도 논조를 갖고 있는 특정 신문에 주려한다. 그들의 이익을 위해 법안을 추진하는 것이고, 대상이 MBC다. 이번 싸움은 MBC의 ‘밥그릇’ 문제가 아니다. MBC가 망하는 문제가 아니다. 공영방송 MBC의 주인이 대기업, 보수신문 사주가 된다는 문제다. 그렇게 되면 시청자에게 어떤 이익이 있겠느냐. 그것을 주목해야 한다.”
▲ 박성제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장 ⓒPD저널
-방문진 20주년 기념식장에서 최시중 위원장이 한 발언이 논란이 됐다. 그런 발언이 나온 배경을 뭐라고 보나.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방송을 통제하겠다, 그 1차 목표는 MBC다, MBC를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민영화시켜야 한다는 속내다. ‘방송통제위원장’다운 망언이다. 이것은 최시중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언론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이미 대선 전부터 집권하면 MBC를 ‘사영화’하겠다는 공언을 노골적으로 해왔다. 그 시나리오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최 위원장 발언 직후 조중동이 MBC에 대해 연일 공격하고 있다. 손발 맞추기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같은 생각이다. 한나라당과 조중동이 연합해서 밀어붙이고 있는 ‘조중동 방송 갖기’ 전략이 지금 시민단체, 언론노조, 많은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쉽지 않을 상황이 됐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 의식을 느끼고 한나라당을 향해 더 밀어붙이라고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측면 지원 사격이다. 조중동은 ‘주인 없는 노영방송의 주인을 찾아줘야 된다’는 식의 말을 하는데 실상 자신들이 주인 돼야 한다는 얘기를 쏙 빼고 있다.”
-요즘 MBC가 보도·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법 개정안을 적극 비판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사익을 위해 프로그램을 이용한다고 비판했다.
“조중동이야말로 사익, 특히 사주의 이익을 위해 지면을 악용하는 가장 대표적 사례다. 단적으로 촛불시위 당시 조중동은 자사 광고불매 운동을 벌이는 시민들을 사법처리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나. 지금 전개된 문제는 MBC를 겨냥했지만 MBC의 밥그릇 문제가 아니다. MBC가 어떤 체제가 되는 것이 시청자들의 권익에 더 맞느냐 묻는 것이다. 당연히 MBC는 당사자로서 할 말이 있고, 빗나가지 않도록 비판해야 하는 것이다.”
-조중동이 과도하다 싶을 만큼 개입하고 있다. 이렇게 적극 나서는 이유를 뭐라고 보나.
“결국 자신들의 우군(한나라당)에게는 먹이를 던져줘 장기집권, 재집권에 유리하게 하고, 자신들이 적이라고 찍은 공영방송은 해체·분리시키겠다는 거다. 언론 판도를 한나라당의 장기집권에 맞게 바꿔 놓겠다는 의도다. 재벌, 조중동, 한나라당의 ‘삼각 카르텔’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지 않나.”
-한나라당이 법안 통과에 집착하는 이유는.
“국민들의 입과 귀가 되는 언론을 통제해야 자신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법안에 집착하는 이유는 결국 청와대의 지시라고 본다. 지난 22일 정세균 민주당 대표도 말하지 않았나. 청와대에서 한나라당을 강공 드라이브로 몰고 있는 것이다.”
▲ 박성제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장 ⓒPD저널
-26일 총파업을 앞두고 있다. 정말 총파업에 들어갈 수 있겠느냐는 시선이 있다.
“연말이라는 시기는 좀 유감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지금 상황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 것을 알리기 위해 파업에 돌입할 것이다. 고통스러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모든 프로그램을 일시에 내릴 수는 없다. 프로그램을 멈추는 것이 목적도 아니다. 그러나 조합원들이 빠지기 때문에 일부 프로그램이 불방 되거나 타격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특히 예능프로그램의 경우 주 단위로 가기 때문에 불방 될 수 있다. 그 전에 한나라당이 정신 차리고 헛된 망상을 접길 바라고 있다.”
-총파업 시 MBC 내부의 동력이 받쳐주겠나.
“87년 노조가 생긴 이후 MBC는 6번의 파업을 했다. 단 한 번도 임금이나 복지 문제로 한 적 없다. 초창기 공정방송을 유지하기 위해, 정권의 압력으로부터 〈PD수첩〉 등의 프로그램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MBC 내부 구성원들은 MBC를 설마 조중동과 재벌에 나눠주는 안까지 나오겠나 순진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최악의 법안이 나온 거다. 이 때문에 위기의식을 많이 느끼고 있고, 파업을 통해 싸워야 한다는 분위기에 동의하는 쪽이다. 물론 선배들 중에는 파업을 통해 이길 수 있겠느냐 걱정하기도 하지만, 링에 올라가기 전에 지면 어떻게 하나 생각해선 안 된다. 이길 자신이 있다. 국민 여론이 우리 편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최악의 경우 MBC만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한다.
“이번 법안이 MBC를 겨냥했지만 이것이 MBC만의 문제는 아니다. 내년 2월 발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공영방송법은 EBS가 관련돼 있고, CBS 역시 민영 미디어렙 도입 문제가 걸려 있다. 현재 ‘다공영 1민영’이 ‘1공영 다민영’ 체제로 바뀌어 지상파가 대기업, 보수 신문의 소유가 되면 시청률 전쟁, 선정주의에 내몰리게 될 것이다. 그런 상황은 SBS 구성원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싸움은 현재 ‘다공영 1민영’이란 괜찮은 체제가 더럽혀지고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언론사도 파업에 동참할 것이다.”
-내년 8월 방문진 이사 교체 시점을 MBC의 고비로 보는 시각이 많다. 8월 이후 어떠한 움직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나.
“일단 8월 전까지 MBC 체제를 ‘사영화’ 시키려는 한나라당의 노력이 계속 될 거다. 그것과 같은 맥락에서 방문진 이사 개편도 이뤄질 것이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낙하산 사장을 내려 보낼 가능성도 있고, 방문진 이사를 동원해 MBC 체제를 바꾸려는 시도도 있을 거라고 본다. KBS 정연주 사장을 해임할 때도 청와대가 직접 나선 것은 아니지 않느냐. 그때는 당연히 지금보다 더 강한 위기의식과 각오로 맞설 것이다. 아직은 어떤 식의 그림이 될지 상상이 안 된다. 이번 싸움 말고도 싸움은 계속 될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 위원장을 맡았다.
“2008년은 대선이 있는 해였고, 대선 직후엔 MBC 사장의 임기가 다 하는 해였다. 그런 가운데 당시 집권 가능성이 높은 한나라당이 계속 MBC를 협박했다. 작년 초 위원장 출마를 하면서 2008년이 제일 힘들겠구나 생각했고, 그대로 됐다. 올해는 ‘총파업’이란 싸움을 위해 1년 동안 준비해왔다고 보면 된다. 사실 ‘언론장악법’이 구체화되는 시점을 올 여름~가을로 봤는데 촛불정국, 경제위기 등의 변수로 길게는 6개월 정도 싸움의 시기가 늦춰졌다. 임기 2개월을 남겨두고 그랑프리 파이널을 앞두고 있다고 농담 삼아 말하지만, 노조위원장을 맡았으니 그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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