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09 21:54

美쇠고기 협상 ‘이명박 책임론’ 급부상

“캠프 데이비드 도착 11시간전 백악관서 심야 긴급 대책회의 열렸다”

   
▲ 5월 8일자 조선일보 3면 ⓒ 조선일보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에 따른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 전후 과정을 짚은 언론 보도가 연이어 나오면서, 쇠고기 협상이 한미정상회담 일정에 맞춰 무리하게 진행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다.

양국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며 수년을 끌어왔던 쇠고기 협상인데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언제 이견이 있었냐는 듯 일사천리로 협상이 진행된 게 의아하다는 얘기들은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 직후부터 터져 나왔다. 그런데 이런 의혹들에 힘을 보탤 정황 증거들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쇠고기 협상 타결이 ‘한미 정상회담 선물용’ 아니냐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보도는 지난 8일 <조선일보> 5면 하단에 게재된 “韓美정상 만나기 16시간 전 워싱턴서 긴급회의, 3시간 뒤에 서울서 ‘협상 타결됐다’ 전격 발표” 기사.

   
▲ 5월8일자 조선일보 3면
<조선> 보도에 따르면 4월11일 한미 쇠고기 협상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동물성 사료 제한 조치를 더 강화하지 않으면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수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캠프 데이비드에 도착하기 11시간 전에 협상은 타결됐고, 합의 내용은 당초 우리 측 입장을 대폭 양보한 결과가 됐다.

<조선>은 “방미 중이던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자정(한국은 18일 오후 1시) 유명환 외교부 장관과 김중수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숙소로 불러 긴급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워싱턴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 당시의 상황들을 정리했다.

<조선>에 따르면 우선 이 대통령은 16일 워싱턴 DC에 도착, 교민 간담회 등을 진행했다. 이후 17일 자정 무렵 미국의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로 유명환 장관, 김중수 수석 등 공식 수행원들을 불러 긴급회의를 소집했고 이 회의는 새벽 2시쯤 끝났다. 이 대통령은 2시간가량 진행된 이 회의에서 부시 미 대통령과의 회담 전 쇠고기 협상이 타결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협상 중인 사안들을 일일이 점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에서 심야회의가 열릴 당시 한국은 18일 오후 1~3시였고, 농림수산식품부는 미국 측 협상단과 함께 8일째 쇠고기 협상을 진행 중이었다. 일주일이 넘게 진행된 협상은 양측의 입장차로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런데 이날 오전부터 농림수산식품부 안에서는 “오늘 타결 된다”는 말이 들리기 시작했고 실제로 오후 6시 민동석 농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은 협상 타결을 발표했다. 한미 정상회담 11시간 전이었다.

8일자로 발매된 <문화일보> 3면 “한미 정상회담 직전 쇠고기 타결-우연의 일치인가, 양보했나”도 쇠고기 협상 타결 과정을 상세히 보도하며 “당시 상황과 최근 국회 청문회에서 답변 등 여러 정황들은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대목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문화>에 따르면 쇠고기 협상이 지루한 줄다리기를 벌이다 결렬 상황까지 치닫는 중에도 방미단 내부에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타결되게 돼있다”는 낙관적 전망이 잇달았다고 한다. 또 이 대통령이 협상 타결에 대비해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게 특별히 국민을 설득하기 위한 홍보대책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으며, 협상 타결 사실도 공식발표 전 한국이 아닌 방미단에서 먼저 나왔다. 쇠고기 협상에 정상회담 선물용이란 의혹이 드리워질 수밖에 없는 정황 증거인 셈이다. <문화>는 이 같은 정황들을 소개하며 “(때문에) 최고 정책 결정권자의 ‘정치적 결단’이란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 5월8일자 문화일보 3면

<조선>과 <문화>의 쇠고기 협상 타결 과정에 대한 이 같은 보도들을 보며 누리꾼들은 의혹에 확신을 더하는 분위기다. <조선일보> 인터넷판인 <조선닷컴>에 게재된 해당 기사에 누리꾼들은 “조선일보가 어떻게 이런 기사를…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국민에게 진실을 알려 달라. 이 기사가 신호탄이길 바란다”(윤00), “짐작은 있었지만 실제로 듣고 보니 너무 황당하다”(심00) 등의 댓글을 달며 의혹에 대한 확신을 굳혔음을 드러냈다.

또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쇠고기 청문회에서 협상 수석대표였던 민동석 농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이 합의 내용 중 광우병 발생 시 수입중단조치 등이 포함되지 않았음을 지적하는 청문 위원에게 “그것까지 챙기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등의 대답을 전했던 것에 대해서도 누리꾼들은 “졸속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에 대해 양심선언이 필요하다”(choe0302), “의미심장한 발언으로, 도대체 누구를 위해 국민을 속이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insoohwg) 등의 의견을 전하고 있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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