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24 18:02

강병규와 유인촌에게 ‘국고’의 개념을 묻는다

[기자수첩] 변명 아닌 변명, 사과 같지 않은 사과는 하지 마라

안하무인(眼下無人), 후안무치(厚顔無恥), 적반하장(賊反荷杖)이다. 방송인 강병규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인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들에게는 부끄러움도 수치스러움도 미안함도 없다. 도리어 이를 지적한 사람들을 대고 왜 그러냐고 항변하고 있다. 뼈저린 반성은 고사하고, 실언을 해놓고도 왜 그런지 이유조차 모르고 있다. 그래서 노트북을 열고, 이들에게 따져 묻는 글을 올린다.

 
 
▲ 방송인 강병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인촌 ⓒKBS, 문화부
BU엔터테인먼트 대표인 강병규는 베이징 올림픽 연예인 응원단을 구성해 지난 7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국고보조금 2억여 원을 지원을 받았다. 응원단은 동료 연예인 20여명과 수행원 20여 명을 합쳐 모두 40여 명으로 꾸려졌다.

이들은 5성급 호텔에 투숙하며 숙박비로 1억 1603만원을 사용했다. 애초 예정에 없던 암표 구입을 위해 약 800만원을 지출하면서도 제대로 응원계획을 세우지 않아 일부 경기를 제외하고는 현지 식당에서 TV로 응원을 펼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응원단 일부는 스파 시설 이용까지 공금으로 처리했던 것으로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다.

문제는 그들의 대처방식이다. 강병규는 23일 오후 KBS 2TV 〈비타민〉 녹화를 마친 뒤 취재진들과 만나 “왜 국고 낭비냐”며 “연예인들이 정부나 지자체 행사에 참여하고 출연료를 받는 것도 낭비냐”고 강변했다.

강병규는 ‘악의적 보도’도 아닌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를 썼다고 일간스포츠 구 모 기자의 불참을 기자회견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구 기자는 강병규 기사를 쓰지도 않았다. 현장에 있던 한 기자는 “트집 잡으려 일부러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 녹화가 끝난 뒤에도 이 조건이 이행됐는지 여부를 놓고 이날 모인 10여 명의 기자들에게 신분증까지 요구했다.

뿐만 아니다. 24일 열린 국회 종합감사에 앞서 강병규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장관과 직접 전화 통화 한 사실까지 전해졌다.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감사에 앞서서 서로 통화를 했다는 것은 ‘말맞추기’ 의혹을 사기 딱 좋은 사례다.

 
 
▲ 한국대중문화예술인복지회는 검찰의 'BBK 무혐의 판결'이 나온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6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PD저널

흥미로운 사실은 강병규는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지지활동을 했다는 점이다. 이번 연예인 원정 응원단 국고보조금 지원 검토는 응원단장인 강병규가 먼저 제안한 것이 아니라 문화부 고위층으로부터 지시가 내려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변인인 유 장관이 이른바 ‘포상’으로 이번 보조금을 지원했다는 논란이 일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유인촌 장관이 24일 국감에서 연예인 응원단 외에도 이번 올림픽 응원단 지원했다고 ‘생색’을 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도 ‘코리아 응원단’이란 이름으로 베이징에 갔다. 민화협은 문화부 지원비 1억3900만원과 자체 조달비를 합쳐 총 경비 5억6000만원을 사용했다. 이들은 쓰고 남은 나머지 돈 1900만원은 문화부에 반납했다고 전했다. 응원단 391명은 4박 5일 동안 3경기를 관람했다. 민화협 관계자는 “일정상 정말 빡빡하게 보냈다”고 밝혔다. 응원을 한다면 적어도 이들처럼 하는 게 맞는 것이다.

경제는 파탄으로 가고 있는데, “왜 국고낭비”라니…

지금 한국경제는 ‘위기’를 넘어 가히 ‘파탄’ 수준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불과 1년 전  2064.85포인트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코스피 지수는 3년 4개월 만에 938.75포인트까지 추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 때 1460원을 넘어섰다.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에 비해 3.9%를 기록해 2005년 2분기 이후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주식시장 폭락이 연일 계속되면서 증권사 직원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반토막 난 펀드에 절규하는 서민들의 신음소리가 가득하고, 자녀를 해외에 보낸 ‘기러기 아빠’들은 치솟는 환율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여의도 증권사 객장에 온통 파란색으로 변한 시세판은 투자자들의 공포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보다 더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원성윤 기자
그래서 묻는다. 강병규와 유인촌에게 ‘국고’의 개념을 물어본다. 경제위기 속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렸는가. 아니면 몰랐는가. 그래서 이를 따져 묻는 기자들에게 정색하며 신분확인을 했는가. 정말 ‘국고낭비’가 아니었다고 생각해 서로를 두둔하는가. 적반하장이다. 사과를 하고 싶은가. 차갑게 식은 여론을 되돌리고 싶은가. 그렇다면 둘 다 자신의 자리를 걸고 사과를 해라. 들끓는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두 사람은 너무 많은 ‘실언’을 했다. 

원성윤 기자 socool@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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