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번호 유출 등과 같은 개인정보 침해나 영화 등 저작권 침해 사건에 대해 문화관광체육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사법경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난 23일 진행한 당정협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4월 임시국회 중 처리하기로 의견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임시국회 때 처리할 법률안 내용과 관련해 토요일(26일) 다시 당정협의를 진행하고 결론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법안은 지난 1월18일 참여정부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것으로 문화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 저작권 침해와 관련한 사안, 구 정보통신부에 정보통신망 침해사고 및 단속과 관련한 사무 등에 대해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지난 2월 정부조직 개편으로 정보통신부는 폐지됐고, 지난 3월 출범해 구 정통부의 기능을 대신하고 있는 방통위가 사법경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4월 임시국회에서 이 법이 통과되면 문화부와 방통위에서 단속 사무를 담당하는 4급~9급 공무원은 사법경찰권을 부여받게 된다.(법안 제5조 및 제6조) 단속 대상자들을 검찰에 송치하거나 형사처벌을 받도록 할 수 있는 것이다. 당정은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옥션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과 같은 문제에 대해 더욱 강력한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방통위와 문광부 등에까지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것의 실효성과 타당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정책실장은 “지난 2004년 구 정통부에 불법복제 등 소프트웨어 관련 단속을 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 과정에서 영장도 없이 압수수색을 하는 등 불법이 많아 논란이 됐다”며 “이를 더 확대하자는 것인데 인권침해 소지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오 실장은 또 “개인정보 유출 등에 강력히 대처하기 위해 방통위에 사법경찰권을 주겠다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주민번호와 같은 개인정보의 민간 사용을 허용하는 시스템을 그대로 두면서 방통위에 사법경찰권을 둔다는 것은 실효성도 떨어질 뿐 아니라 부작용만 낳을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기존 검·경의 수사시스템으론 해킹, 저작권 침해 등을 막기에 전문성의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면 방통위나 문화부에서 업무 협조를 하면 될 일”이라며 “사회 전체를 경찰국가로 만들려는 게 아니면 이 같은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