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BS 본관 앞 계단에서 촛불시민과 KBS사원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PD저널 | ||
경찰과 전경버스에게 점령당하다 시피 한 KBS 앞 계단을 찾는 데는 근 한 달간의 시간이 걸렸다. KBS 앞 촛불을 처음 밝히던 지난 6월 11일, 그 이후로 매일 같이 밝히던 촛불시민과 결합하는 데는 꼬박 두 달의 시간이 걸렸다. KBS인들은 “이제 촛불시민과 결합은 시대적 소명”이라며 떨치고 일어섰다.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사원행동(이하 KBS사원행동)이 11일 출범하고 처음으로 KBS 사원들이 촛불과 결합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연주 사장 해임결정이 내려진 11일 KBS 구성원들은 KBS 본관 앞 계단에 모여 촛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이들은 전경버스와 경찰이 KBS를 둘러싸고 있는 것에 분노하고 KBS 본관 계단으로 나오자마자 전경차를 빼라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그동안 KBS 내 화장실이나 2층 본관 커피숍에 들어와 있던 경찰들도 이들에게 쫓기다 시피 KBS 밖으로 전경차를 빼고 멀찌감치 도로 밖에 서서 이들을 지켜봤다.
그동안 KBS 안팎으로 출입을 자유롭게 한 데 익숙해진 탓인지 전경들은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지으며 이들을 바라보았지만 KBS 사원들은 “더 이상 경찰들에게 KBS를 내 줄 수는 없다”는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다.
| ▲ KBS사원행동의 요청에도 KBS 본관 앞 전경차는 빠지지 않았다. ⓒPD저널 | ||
이날 촛불문화제는 KBS 사원들을 비롯해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범국민행동, 촛불시민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문화제의 사회를 맡은 최원정 아나운서는 “공영방송 독립의 소중한 의미를 시민들이 촛불로 지켰지만, 왜 KBS인들은 팔짱만 끼고 있냐는 지적을 받고 마음고생을 많이했다”며 “하지만 이제 정권의 언론장악 음모가 이렇게 진행된 것을 확인한 이상 촛불시민과 함께 KBS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를 대신해 참석한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권의 마지막 남은 목소리 KBS마저 애완견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며 “정 사장 해임에 대한 집행정지가처분소송, 헌법소원, 해임 무효소송이 모두 승리하리라고 믿고, 또 법원에 슬기로운 판결을 믿는다”고 말했다.
KBS사원행동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현석 KBS 기자협회장은 “공영방송의 심장부에 경찰을 끌어들인 유재천 이사장의 행위에 대해 법률 검토가 끝나는 대로 검찰에 고발조치하고 응징할 것”이라며 “나머지 6명의 이사들도 반드시 사퇴시킬 것”라고 밝혔다.
지방에 근무하고 있어 KBS 촛불집회에는 처음 참여했다는 강명욱 KBS 강릉방송총국 PD는 “전과 14범 대통령에 고위공직자 부정부패 뉴스가 매일같이 터지는 우리나라에서 권력이 다 덤벼서 털었는데 먼지가 안 나는 깨끗한 사장을 우리가 모셨다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정연주 사장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강 PD는 “끝까지 용기 있게 버텨줘 준 덕에 정권의 극악무도한 폭력성이 많이 드러났다”며 “오히려 정 사장이 일찍 물러났다면 정권의 언론장악 음모를 우리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다. KBS노조도 전혀 함께 하지 않았다는 것을 명백히 드러났다. 막가파식 정권의 본래 모습을 다 발가벗겼다”고 말했다.
| ▲ 방송장악·네티즌탄압반대 범국민행동(상임위원장 성유보)도 이날 오후7시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PD저널 | ||
방송장악·네티즌탄압반대 범국민행동(상임위원장 성유보)도 이날 오후7시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독재정권의 불법적 KBS 사장 해임은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범국민행동은 “공영방송 KBS를 장악하려는 이명박 정권의 시나리오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오늘 해임제청안에 서명함으로써 불법으로 점철된 정연주 사장 축출 시나리오에 정점을 찍었다”고 밝혔다.
범국민행동은 “어느 정도 예견은 했지만, 이 정도로 온갖 법을 유린해가며 ‘막가파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며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방식으로 생존해 온 기업인 출신 이명박 대통령은 ‘방송장악’이라는 목적에 눈이 멀어 법도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토록 좋아하는 ‘법과 원칙’은 평화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려는 시민을 때려잡을 때만 적용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따졌다.
범국민행동은 “대통령이 법에도 없는 KBS 사장 해임권을 행사하는 위법행위는 헌법에 명기된 탄핵소추 사유로 충분하다”며 “법 위에 군림하려는 독재자를 그냥 보고만 있을 국민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뒤늦게 후회하지 말고 당장 정연주 사장에 대한 불법적 해임을 철회하고 방송장악의 헛된 망상에서 깨어나라”고 촉구했다.
원성윤 기자
socool@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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