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26 10:14

고시 강행, 국민에 도전한 이명박 정부

[미디어클리핑] ‘PD수첩’ 논란에 신난 조중동 “PD저널리즘이 문제”

이명박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위한 장관 고시 관보 게재를 오늘(26일) 끝내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부터 중단돼 냉동 창고에 보관됐던 미국산 쇠고기 검역이 재개돼 내달 초부터는 미국산 쇠고기가 시중에 유통될 전망이다.

한미 대표 서명한 합의문 없어…추가협상은 허구?

한승수 국무총리는 지난 25일 “개인 간의 약속도 중요하지만 국가 간 관계에서도 합의 사항 준수가 중요하다”며 고시의 시급함을 강조했다. 추가협상까지 진행한 만큼 국제 사회에서의 ‘신뢰’ 문제를 감안할 때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겨레>는 26일자 신문 1면 <한-미 서명한 합의문 없었다>에서 “정부가 25일 한-미 쇠고기 ‘추가 협상’의 합의 내용을 담은 문서를 공개했지만, 양쪽 협상 대표가 서명을 한 통상적인 형태의 합의문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며 “양국 협상 대표가 서명한 합의문 자체가 없을 가능성이 커 추가 협상의 성격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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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4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공개한 추가 협상 합의문서는 △수입 위생조건 고시 부칙에 추가할 문안을 담은 문서 국·영문본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농업부 장관의 서한 사본 국·영문본 △합의된 추가 지침서 국·영문본 등 모두 3개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는 “이들 문서는 협상 과정과 합의내용을 문서로 정리하고 양쪽 협상 대표가 공식 서명한 형태가 아니다. 미국 쪽에서 고시 발효와 함께 보내주기로 한 문서는 미 무역대표부 대표와 농업부 장관의 서명만 담긴 ‘편지’에 불과할 뿐, 양쪽 대표의 서명이 들어간 정식 합의문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또 4면 <정부 “미, 30개월 미만 보증 합의” 뻥튀기>에서 “품질체계평가 프로그램의 경우 정부의 설명과 달리 고시 부칙안에는 미국 정부가 ‘보증’한다는 표현이 명시적으로 들어가 있지 않고, 품질체계평가 프로그램에 따라 생산되었다는 내용을 기술한 수출위생증명서에 미국 정부 검역관이 서명한다는 내용도 없으며,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교역 금지 기간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으로 합의된 내용이 없다는 게 정부 설명”이라고 보도했다.

정부는 내장 정밀 검사를 통해 ‘파이어스 패치’라는 림프소절이 확인될 경우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인 회장원위부(소장끝)가 완벽하게 제거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 해당 물량을 모두 반송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한겨레>는 “정부가 공개한 ‘합의된 추가 지침서’에 따르면 내장 정밀 검사에 관련해선 미국 쪽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쇠고기 고시 강행으로 이미 촛불 민심을 거스른 것이 드러났지만, 촛불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면서 진행한 추가 협상 자체가 ‘협상’인지를 놓고 논란이 있을 뿐 아니라 그 성과마저 ‘뻥튀기’ 됐다는 지적이다. 결국 국민에게도 ‘신뢰’를 보여주지 못한 정부가 국제 사회에서의 ‘신뢰’를 말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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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27면

누구를 위한 고시 강행인지를 묻는 언론들

<한겨레>는 정부의 쇠고기 고시 강행과 관련해 31면 사설 <어느 나라 국민을 위한 고시 강행인가>에서 의문을 제기했다.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대한민국 정부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정부가 공개한 추가 협상 내용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고시를 연기하고 전면 재협상해야 한다는 게 다수 여론인 것은 당연하다. 국민이 여전히 불안해하는데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추가 협상을 내세워 미국산 쇠고기를 들여오겠다는 것은 독재적인 발상이자 국민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추가 협상 때 미국 쪽이 고시와 합의문 공개를 연계할 것을 요청하고 우리가 이를 받아들였던 사실이 드러났다. 추가 협상을 하면서 미국이 조속한 고시를 일종의 전제조건으로 우리에게 요구한 것은 미국 쪽으로서는 맞는 계산이다. 그래야, 더 양보나 손해 없이 미국산 쇠고기를 하루 빨리 한국 시장에 진출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우리 정부는 왜, 누굴 위해 있는가”라고 탄식했다.

<경향신문>도 27면 사설 <끝내 민심과 맞서겠다는 쇠고기 고시 강행>에서 “정부가 반쪽짜리 협상 결과라는 대다수 국민의 비난에 귀를 닫기로 작정한 듯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경향>은 “참여자 수는 다소 줄었지만 국민은 여전히 길거리로 나와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힘을 좀 얻었다면 촛불정국과 관련해 연일 강경대응 방침을 주문한 보수언론 덕이 클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와 여당은 고시를 강행하면 쇠고기 정국이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다. 골치아픈 현안에서 일시 벗어나는 효과를 거둘지는 모르지만 국민들의 마음은 이 정권에서 더더욱 멀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광우병, 월령 관계없이 감염

<경향>은 5면 <“광우병 대부분 송아지때 감염”>에서 “미국 육류협회가 ‘BSE(소해면상뇌증·광우병)는 대부분 송아지 때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SE감염이 확인된 대다수 소들이 생후 30개월 이상인 것은 그 시점에서 비로소 검사를 통해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내용은 천정배 통합민주당 의원이 지난 25일 미국 육류수출협회 한국 지사의 ‘BSE의 진실’ 홍보책자를 입수해 밝힌 것이다. <경향>은 “수출 자율규제의 당사자인 미국 육류수출업체들이 30개월 미만 소와 송아지도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시인한 것으로, 20개월 이상 광우병 우려 쇠고기를 수출하려는 것은 한국 국민을 기망하는 행위”라는 천 의원의 비판을 인용 보도했다.

12살 아이·국회의원 연행한 경찰…<조선>은 또 다시 “불법시위가 문제” 큰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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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1면

정부의 갑작스런 쇠고기 고시 강행 발표에 분노한 촛불은 곳곳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보수언론과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불법 엄단’, ‘강경 대응’의 주문을 받은 경찰은 작심한 듯 시위대를 연행했다. 26일 새벽까지 120여명이 연행됐다. 이 안에는 12살 초등학생부터 유모차 주부 그리고 야당 국회의원까지 있었다.

<한겨레>는 5면 <유모차 주부까지 연행…성난 시민들 “청와대로”>에서 “경찰이 평소와 달리 시위대를 거세게 인도로 밀어붙인 뒤 공격적으로 연행했다. 12살짜리 초등학생을 연행했다가 풀어주었으며 인권피해 감시를 위해 현장을 찾은 변호사들과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온 30대 여성들까지 연행했다”고 강경 대응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1면 <광화문, 法은 죽었다>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불법·폭력 시위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을 천명한 지 하루 만이 25일 밤, 서울 도심의 세종로·태평로·신문로는 또다시 촛불 시위대의 불법·폭력 시위로 완전히 점거됐다”며 사태의 모든 원인을 시위대로 돌렸다.

경찰에게 보다 엄정하게 법을 집행할 것도 주문했다.

<조선>은 “시위대 3200여명 중 일부는 물병을 던지고, 경찰버스에 밧줄을 묶어 끌어내고, 버스를 타넘어 청와대 진출했다. 경찰은 지난 1일 새벽 이후 25일 만에 처음으로 물대포를 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지만, 처음부터 이들의 불법적 차도 점거를 막지 않고 방치했다. 어청수 경찰청장이 ‘훼손된 법 질서가 회복되도록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보고한 것은 하루 만에 생색내기용으로 끝났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도 6면 <길 막고…돌 던지고…걷어차고…한밤 격렬 시위>에서 “밤이 깊어지면서 일부 시위대는 신문로 새문안교회 옆길 등에서 전경에게 돌을 던지고 방패를 걷어차는가 하면 인근에서 끌어온 호스로 물을 뿌리는 등 폭력을 휘둘렀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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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1면

PD저널리즘이 문제…한목소리 내는 조·중·동

MBC <PD수첩>이 지난 4월29일 방영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의 오역 왜곡 논란과 관련해, 이 프로그램의 일부 영어 번역과 감수에 참여한 정지민씨가 지난 52일 <PD수첩> 홈페이지에 “다우너 소(주저앉는 소)와 광우병을 연결하는 것은 왜곡이란 뜻을 여러 차례 <PD수첩> 보조작가에게 전달했다”고 밝혀 논란이다.

정씨의 게시글에 조·중·동은 <PD수첩> 방송 왜곡의 증거가 또 하나 밝혀졌다며 비판하는 한편, PD저널리즘의 문제를 강하게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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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1면

<중앙일보>는 1면, 3면, 4면을 <PD수첩> 그리고 PD저널리즘의 문제를 지적하는데 할애했다.

<중앙>은 정씨와의 인터뷰 <“주저앉는 소를 광우병과 연결한 건 왜곡”>를 1면 머릿기사로 싣고 “방송 당일 무리한 소재라고 말했지만 보조작가는 ‘그러면 이 자료는 못 쓰는데’라는 식으로 말했다. 번역 문제가 아니라 제작 의도나 편집의 ‘성향’ 내지는 ‘목적’이 강조돼 발생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3면 <PD수첩, 57일간 국민을 광우병 공포 몰아넣고 “실수였다”>, 4면 <제작진 의도대로 편집해 놓고 왜 번역 탓 하나>, <목적에 맞추려 광우병 관련 없는 영상 사용하다니> 등에서도 “다우너소=광우병 소, 실수치고는 엄청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중앙>은 4면 <PD신념만 강조…도마 오른 ‘PD저널리즘’>에서 “사실에서 출발해 결론을 도출하기보다 미리 방향을 정해놓고 끼워 맞추기식 취재를 하며, 중립성보다 입장을 중시하는 PD저널리즘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중앙>은 “PD저널리즘은 그동안 몰래카메라나 비밀 녹취 등 취재윤리 문제, 상대적으로 취약한 게이트 키핑 문제를 낳기도 했으며, 감성적 영상과 강한 스토리텔링을 내세워 사실보다 극적인 드라마를 지향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전통적인 뉴스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내세우기보다는 제작자의 입장과 시각을 강하게 내세우는 것도 논란거리”라고 비판했다.

또 윤영철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말을 인용, “PD들은 본인의 메시지를 강하게 드러내며 프로를 드라마틱하게 만드는 속성이 있다. <PD수첩>의 이번 보도는 예단한 방향으로 끌어가기 위해 자극적 영상을 확인없이 사용한 선정·과장 보도”라고 지적했다.

그밖에도 26면 사설 <MBC는 PD수첩 징계하고 사과해야>에서 “<PD수첩>의 왜곡·과장 보도는 국민을 비이성적인 광우병 공황상태에 빠지게 한 주범”이라면서 “MBC가 회사 차원에서 제작진을 징계하고 국민 앞에 사과방송을 하는 것만이 해결책이다. 스스로 공영방송이라고 한다면 이는 최소한의 양심과 명분을 지킬 마지막 기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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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4면
<조선>과 <동아> 역시 1면과 3면에서 정씨의 문제제기를 토대로 <PD수첩>에 대한 문제제기에 나서면서 27면 사설 <번역자가 증언한 PD수첩의 의도적 ‘광우병’ 왜곡>, 31면 사설 <PD수첩, 의도 갖고 의역해 국민 우롱했다>에서 MBC 차원의 책임을 요구했다.

한편, 조능희 <PD수첩> CP는 “정씨는 번역자 13명 가운데 한 명으로 제작진 가운데 보조작가 한 명이 정씨를 알 뿐 PD들은 아무도 정씨를 아는 이가 없다. 따라서 정씨와 제작 방향을 논의한 적도 없다. 아마 정씨가 당시 다우너 소 가운데 광우병 소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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