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8/20 16:28

공감 VS 불편, 워킹맘 그리기 쉽지 않네

[프로그램 리뷰] SBS 드라마 ‘워킹맘’

일하는 엄마의 고충을 본격적으로 그린 드라마가 주목받고 있다. SBS 드라마 <워킹맘>이다. 지난 달 30일 첫 방송을 시작한 <워킹맘>은 다소 과장되긴 했지만 아이 키우는 엄마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에피소드들이 펼쳐지면서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교육 문제를 다뤘던 SBS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의 김현희 작가가 또다시 사회 문제를 소재로 다룬 점도 눈길을 끄는 요소다. 이를 반영하듯 시청률은 수직 상승하고 있다. <워킹맘>은 첫 방송에서 8.6%(AGB 닐슨 기준)의 시청률로 출발했으나 지난 14일 6회 방송에서 18.2%로 껑충 뛰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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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드라마 <워킹맘> ⓒSBS
내용은 대략 이렇다. 한때 잘 나가던 커리어우먼 최가영(염정아 분)은 하룻밤 실수로 혼전 임신을 하고, 연하남 박재성(봉태규 분)과 결혼한다. 여직원 중에서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뉴욕지사 발령을 받았던 그녀지만, 결혼과 동시에 전업 주부가 된다. 물론 두 아이를 키우는 가영의 삶이 평탄치만은 않다. 결혼식장에 데려간 아이들이 폭죽으로 장난치다 신부의 웨딩드레스를 태워 먹고, 수영장에 놀러갔다 물에 빠져 가영의 애간장을 태우는 등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남편 재성은 단연 ‘찌질한’ 남자의 최고봉이다. 가사 일을 도와주기는커녕 사고치고 다니기 바쁘다. 집안의 종손인 그는 제삿날 다른 여자와 술 마시다 지각하고, 바람 필 궁리에 여념없다. 가영의 입에서는 “너랑 결혼만 안 했어도…”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지 못한 가영은 다시 일에 뛰어들지만 문제는 아이들. ‘이럴 때 아이를 맡길 친정 엄마가 있었으면…’ 가영은 생각한다. 그리고 재성과 잠시 불륜 관계로 발전할 뻔한 고은지(차예련 분)의 어머니와 15년간 혼자 살아온 아버지의 재혼을 적극 추진한다. 아버지 재혼엔 성공하나 새엄마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도 생각처럼 쉽지 않고, 재성에게 사표를 쓰도록 유도해 아이를 맡긴다. 그러나 찌질한 남편 재성은 사사건건 가영의 일을 방해하고, 결국 가영은 이혼을 선포하기에 이른다.

<워킹맘>은 현재 6회밖에 방송되지 않았지만 그 사이에 가영의 결혼, 휴직, 복직, 친정엄마 만들기, 이혼 선포 등의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되면서 극의 재미를 주고 있다. 또 배우들의 ‘대사’는 현실과 밀착하면서 공감을 끌어낸다.

가영의 아버지와 은지의 어머니가 나누는 대사들이다. “젊은이들이 데모하면 사회참여라고 하고 노인들이 하면 수구꼴통이라고 말하죠. 젊은이들이 맛있는 것을 먹으러 다니면 미식이라면서 우리가 하면 식탐이라고 합니다”, “한밤중과 새벽녘에 걸려오는 전화가 제일 무서워요. 절친했던 고등학교 동창 8명 가운데 이제 5명 남았습니다”.

자신에게 서로 아이를 맡기려는 며느리와 딸을 향해 “내가 무슨 보육원 원장이냐”고 한탄하는 흥분(김지영 분)의 대사 역시 공감을 사기 충분하다.

회식으로 늦은 가영에게 “애와 남편을 팽개치고 무슨 일이냐. 네가 지금 나라 구하러 다니니? 그 회사가 너 없으면 망하니?”라고 말하는 시어머니의 대사도 현실과 닿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적인 대사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극단적이고 억지스러운 상황 설정은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가영에게 아이들이 단순히 ‘걸림돌’처럼 그려지는 것도 보기에 따라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특히 전업 주부를 비하하는 것 아니냐는 인상을 주는 것은 <워킹맘>의 최대 약점이다. 재성의 친구들이 가영을 보고 “왜 저렇게 삭았어?” 하는 말이나 “회사에서 제일 잘 나가던 선배가 결혼해서 아이 낳고 저렇게 됐다”고 비꼬듯 말하는 미혼여성 은지의 말 등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워킹맘의 현실을 그리겠다며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이러한 문제가 표출되는 것은 소재의 특성상 어떻게 그리든 한 쪽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강남엄마 따라잡기>가 한국의 사교육 열풍과 교육 문제를 그려 호평을 받은 한편 강남을 마치 꼭 진입해야만 하는 하이클래스로 규정해 강북에 사는 엄마들이 다소 불편함을 느꼈던 것과 비슷하다. 전업주부 입장에서 보기에 <워킹맘>은 일하는 엄마를 우월적 지위에 올려놓고, 집에서 아이 보고 가사 일을 하는 주부는 비하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 돌보기가 쉽지 않은 우리나라 현실, 아직까지 아이를 키워야 하는 책임을 고스란히 지고 있는 여성들의 고충을 앞으로 <워킹맘>이 현실성을 잃지 않으면서 얼마나 공감가게 그리느냐가 관건이다.

백혜영 기자 otili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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