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시청자들의 눈과 귀가 어제 밤 〈PD수첩〉에 쏠렸을 것이다. 예고한 대로 미국산 쇠고기 협상과 광우병에 대해 〈PD수첩〉이 제2편을 방송했다. ‘정말 30개월 이상의 소도 안전한가?’, ‘우리의 검역 시스템은 위험을 막을 수 있나?’ ‘정부의 협상 근거인 OIE(국제수역사무국) 기준을 다른 나라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등 현재 미국산 쇠고기와 광우병 혼란 국면에서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들에 대해 조목조목 짚어주었다.
지난 번 방송과 함께 이번 제2편도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 주고 공영방송의 역할을 다한 프로그램으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정부는 〈PD수첩〉에 대해 허위 사실 유포로 고소·고발할 방침이라고 으름장을 놓아 왔다. 과연 정부는 어제 방송을 보고 그 방침을 실천에 옮길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이명박 정부가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 그런데 그 수렁에서 빠져 나오려고 안간 힘을 쓰면 쓸수록 점점 더 가라앉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의 광우병 파동에 대해 정부의 홍보 부족이니 괴담 때문이니 방송의 선동 때문이니 하면서 사태를 진정시키려 하고 있으나 사태는 더욱 꼬이고 있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다. 대통령 탄핵 서명자가 이미 100만 명을 넘어섰고 청계천 광장에서는 분노한 시민들과 10대의 중고생들 수만 명이 연일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정권 출범 3개월도 안된 시점에서 매우 충격적인 일이다.
여권에서 비상이 걸렸을 것이고 대응 방안이 심각하게 논의돼 왔을 것이다. 그런데 그 대응 방안이 여전히 핵심을 비켜가고 있어서 문제다. 이번 사태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계속 헛짚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안이한 인식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용기 있게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것인가.
이명박 정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번 광우병 파문이 확산된 데에는 물론 〈PD수첩〉의 영향이 컸다. 그런데 이러한 〈PD수첩〉이 시청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것은 그럴만한 여건이 조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당시 여건은 〈PD수첩〉의 출현을 기대하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등장 이후 정부와 한나라당이 보여 준 여러 차례의 실정과 독선적이고 오만한 국정 운영에 대해 벼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졸속과 굴욕의 이번 쇠고기 협상 과정이 하나하나 드러나고 또 이번 파동에 대처하는 정부의 태도가 무책임하고 솔직하지 못하자 국민감정이 폭발해 버린 것이다.
이제 정부는 〈PD수첩〉을 고소·고발하겠다는 식의 책략을 즉시 철회하고 진정성 있는 대국민 사과를 해야만 한다. 그리고 미국과 재협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 빠져 있는 수렁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빠져 죽을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 청계천 광장에 가 10분만 앉아서 10대 중고생들이 하는 발언을 들어 보라. 그들이 방송의 선동에 현혹돼 나온 것인지 금방 알 수 있다. 그들은 지금 정부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기억해야 한다. ‘4. 19혁명은 대학생이 먼저 시작한 것이 아니라 10대 중고생들이 먼저 시작한 혁명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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