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09 15:55

[기자수첩] ‘연출’과 ‘조작’ 사이

<중앙일보〉가 제대로 망신을 당했다.

지난 5일 〈중앙〉은 9면에 ‘미국산 쇠고기 1인분에 1700원’이란 제목으로 “서울 양재동의 한 음식점을 찾은 손님들이 구이용 쇠고기를 굽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는데, 조작된 기사임이 밝혀진 것이다.

〈중앙〉은 8일자 2면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란 제목의 보도에서 “사진 속 인물 중 오른쪽 옆모습은 현장 취재를 나간 경제부문 기자이며 왼쪽은 동행했던 본지 대학생 인턴 기자”라고 정정했다. 〈중앙〉은 이어 “마감 시간 때문에 일단 연출 사진을 찍어 전송했고, 6시가 넘으면서 세 테이블이 차자 기자가 다가가 사진 취재를 요청했으나 당사자들이 모두 사양했다”며 “하지만 손님들이 모두 미국산 쇠고기를 주문했기 때문에 음식점 상황을 독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명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중앙일보가 지난 5일자 사진 보도의 조작에 대해 8일자 2면을 통해 사과했다. ⓒ중앙일보
한번 따져보자. 〈중앙〉은 정정보도에서 문제가 된 사진을 ‘연출 사진’이라고 밝혔다. 기어이 ‘연출’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모양인데, 틀렸다. 애초부터 ‘본지 기자 2명이 고기를 굽고 있다’고 사진 설명을 밝혔다면 조금 우스운 ‘연출 사진’에 불과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중앙〉은 분명 “음식점을 찾은 손님들”이라고 밝혔다. “현장 취재를 나간 기자”와 “동행했던 인턴 기자”를 단숨에 “손님들”로 둔갑시켰으니 ‘사실인 듯 꾸몄다’는 뜻의 ‘조작’이 맞다.

게다가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조작’을 한 것도 아니고, ‘연출 사진’을 먼저 찍어 전송한 뒤에야 손님들에게 사진 취재를 부탁했다고 했다. “마감 시간 때문”이라지만 지난달 25일, 전날 자정을 넘겨 끝난 〈PD수첩〉을 보고도 1면에 기사를 실었던 〈중앙〉이 몇 시까지, 얼마나 많은 손님들에게 취재를 부탁했는지 궁금하다. 또 모두 취재를 ‘사양’하는데도 ‘조작’을 하면서까지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있는’ 기사를 실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중앙〉은 왜 그토록 “손님들이 모두 미국산 쇠고기를 주문”하는 “음식점 상황”을 전하려고 했을까.

〈중앙〉은 또 정정보도를 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고, 마치 스스로의 판단에 따른 것처럼 시치미를 뗐다. 지난 5일 보도가 나간 뒤, 인터넷을 중심으로 여자 2명이 먹기엔 고기가 너무 많다거나, 사진 속 음식점이 박창규 한국수입육협회장이 사장으로 있는 ㈜에이미트에서 운영하는 곳이란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말이다.

이처럼 대놓고 ‘조작’을 일삼으면서 ‘끼워맞추기식 취재를 한다’는 둥 PD저널리즘 공격에 여념이 없으니,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모 신문의 표현대로 ‘보도의 ABC에서 벗어난’ 기사라니, 기자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동행했을 인턴 기자가 무엇을 배웠을지 걱정이다.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사용자 삽입 이미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0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