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21 16:09

김보슬 PD,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언론과 인권] 최성주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 
 
이춘근 PD에 이어 김보슬 PD까지 광우병 위험과 미국산 소고기수입 문제를 다룬 <PD수첩> 연출진 두 사람이 모두 체포되어 손목에 수갑을 찬 피의자의 모습으로 조사를 받았습니다. 연이어 보도를 접하는 많은 국민들의 마음도 시리고 아팠습니다. 그들은 국민생활의 가장 기초문제인 건강권과 정부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했지요. 검찰은 여러 명의 검사가 투입되었던 1차 결론마저 스스로 부정하며 재조사로 혐의를 찾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 검찰에 체포된 지 이틀만에 석방된 김보슬 PD ⓒPD저널

검찰로 잡혀가는 제작진들을 보면서 언론 영역을 정권의 눈으로 재단하는 위험성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시간들입니다. 많은 언론인들이 이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앞으로 사회문제나 정부정책에 대한 적극적 감시와 비판이 가능할지, 어떤 방식이 적절할지 고민하고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이미 제작의 수위를 조절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PD는 선택과 편집에 대한 고유한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언론인입니다. 지금 <PD수첩> 제작진이 취재원본 제출과 검찰출두를 거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도 무거운 책임감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행정이나 정치행위의 중심에 기계적인 중립이나 형평성만이 공정성과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가치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면, 능률주의로 인해 국민을 위하는 따뜻한 마음을 담아내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국민들의 아픔을 보듬는 행정, 국민 모두가 행복한 정치는 슬로건에 불과하게 될 것입니다.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통합을 위한 언론기능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국민의 알권리가 제대로 보장되기 위해서는 언론인들이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조명하는 몫을 기꺼워하고 사랑해야 합니다.

그래서 김보슬 PD는 편안한 길을 가지 못하고 결혼식을 사흘 앞두고 검찰에 체포되어 조사를 받아야 했을까요? 어쩌면 이미 그녀에게 많은 빚을 진 우리사회가 앞으로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살아있는 언론인의 길을 가면서 역사의 부름과 책임을 나누어져달라고 말입니다. 이 절망의 시간을 함께하며 그녀가 자신을 핍박했던 검찰과 정권을 향한 분노를 삭이게 될 때를 기다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또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까지도 품어 안는 사랑으로 사회정의를 이야기하게 되기를 기다립니다.


이제 혼인서약을 마치고 새색시가 된 기쁨조차 마음껏 누리지 못하는 김보슬 PD가 겪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겪어나갈 고통의 의미를 되짚어봅니다. 아무도 그 이유를 말해주지 못하지만 이 모든 시련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어떤 고통이나 어려움도 그저 그렇게 지나가는 법이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삶에는 아무 것도 낭비인 것이 없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가 그녀가 앞으로 만나게 되는 모든 시간들에 빛이 되어 주리라 감히 전하고 싶습니다. 색깔과 모양은 많이 다르겠지만 다른 이들처럼 삶의 애환을 지나고 있는 인생의 선배로써, 힘내라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시청자의 한사람으로 이렇게라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정말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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