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사원행동은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안을 의결한 이사회 당일 공권력 투입 요청한 유재천 이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 ||
지난해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 캠프에서 방송전략실장을 지낸 김인규 전 이사는 현 정권이 출범한 이래 언론·시민단체들로부터 ‘코드인사’라는 비판을 집중적으로 받으면서도 최근까지 가장 유력한 KBS 사장 후보로 거론돼 왔다.
방송계는 물론 언론·시민단체들로부터 낙하산 사장 반대론이 계속해서 제기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도 한나라당과 KBS의 일부 구성원들 사이에선 ‘(김 전 이사가) 이 대통령 캠프에 몸담았다고 하지만 KBS 출신인 만큼 낙하산이라 보기 힘들고 방송 전문가인 만큼 문제될 게 없다’, ‘논란도 있지만 그의 공모는 곧 낙점’ 등의 의견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 그가 이날 “새 정부에 정치적 부담을 줄 우려와 함께 혼란한 KBS 사태의 장기화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KBS 사장 공모 포기 입장을 밝히면서 후임 사장 인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표적인 ‘MB 낙하산’으로 꼽혔던 김 전 이사의 응모 포기 이후, 청와대가 KBS 출신으로 직접적인 정치 경력이 없는 인사를 우선순위에 올려두고 있다는 분위기가 전해지고 있다.
김 전 이사의 이날 KBS 사장 공모 포기도 청와대와 사전 논의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여권 주변의 얘기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이 대통령이 김 전 이사에 미련을 보였다고 들었다. (미련을 버리기) 어려웠던 만큼 후임 사장은 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낙점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이런 가운데 KBS 출신으로 각각 부사장을 지낸 강대영 전 아리랑TV 부사장과 최동호 육아방송 회장, 이사 출신의 박흥수 강원정보영상진흥원 이사장, 이병순 KBS 비즈니스 사장 등이 새롭게 물망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인규 전 이사와 함께 당초부터 하마평에 오르내렸던 김홍 전 KBS 부사장도 여전히 유효한 후보군 중 한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홍 전 부사장은 지난 6월 정권 차원의 정연주 사장 퇴진 압박이 전개되던 중 갑작스레 부사장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KBS 내부에선 김홍 전 부사장의 건강 악화설과 함께 청와대가 논란이 많은 김인규 전 이사 대신 그를 차기 사장으로 낙점했다는 소문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왔었다.
김홍 전 부사장과 함께 하마평에 오르내리던 이들 중 상당수는 청와대의 검증 과정에서 흠결이 나타났거나 김 전 이사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판단 때문에 후보군에서 멀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공모하는 KBS 사장이 정연주 전 사장의 잔여 임기 1년 4개월여(2009년 11월 23일까지)만을 채울 것인 만큼 정치적 부담이 적은 인사를 사장으로 앉히고, 이 기간 동안 사실상 KBS를 관영화하는 국가기간방송법 등을 처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인규 전 이사의 향후 거취와 관련해 ‘차차기설’이 나오는 것도 이 탓이다.
KBS의 한 PD는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가 한창인데 사실상 여권의 뜻대로 움직이는 KBS 이사회가 대통령의 의중을 담아 선임한 1년 남짓 임기의 사장이 현재 KBS의 긴급한 상황을 제대로 방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이하 사원행동)이 김 전 이사의 사장 공모 포기 선언 직후 성명을 내고 유재천 KBS 이사장을 비롯해 정연주 전 사장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한 5명의 이사들의 퇴진을 요구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사원행동은 이날 오후 발표한 성명에서 “김인규씨의 공모 포기 선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KBS에 짙게 드리워진 방송장악의 그림자는 걷히지 않고 있다”며 “바로 이명박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이사회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사원행동은 “지금의 KBS 사태의 원인제공자는 지난 8일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사장 해임 제청안’을 제멋대로 의결한 불법 이사회”라면서 “유재천 이사장과 5인의 이사들은 방송법 제46조가 규정한 ‘공사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한 KBS의 최고의결기관’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자격 상실 이사회가 강행하고 있는 사장후보 접수 절차는 그 자체로 원천무효”라면서 “21일로 예정된 이사회의 서류심사는 공영방송 사수를 외치는 KBS 구성원들에 의해 원천봉쇄될 것”이라고 밝혔다.
KBS 노조는 김 전 이사의 공모 포기와 관련해 19일 발표한 성명에서 환영의 뜻을 표시하며 “낙하산 저지 투쟁은 7부 능선을 넘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노조는 20일까지 낙하산 사장 임명 저지를 위한 총파업 투표를 마무리하고, 이사회가 낙하산 인사를 KBS 사장 후보로 임명제청할 경우 다음날 새벽부터 즉각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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