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13 11:18

노도철, 이혼에 상처받는 아이에 주목하다

[프로그램 리뷰] MBC 2부작 가족특집극 ‘우리들의 해피엔딩’

“결국 이혼한대.” “왜?” “바람이지 왜겠니.” “너네 아빠 왜 그러시니.” “이번엔 엄마다. 돌아가면서 사람가지고 노나. 밤에 서재 방문 잠그고 몰래 전화할 때 딱 알아봤어.”

“어제는 오빠랑 나랑 앉혀 놓고 누구랑 살 건지 묻더라.” “부모님 이혼하는 거 별 거 아니야. 난 양쪽에서 용돈 받아서 더 좋더라.” “나한테 잘 할려고들 난리야”

요즘 아이들 눈치도 빠르고 얘기도 직설적이다. 부모의 ‘이혼’이란 인생의 파고 앞에 수동적으로 선택해야 되는 존재가 아니다. 아이들은 어떤 문제로 부모가 이혼을 하는지 친구들과 거침없이 얘기하고, 향후 부모 가운데 누가 그들의 삶에 더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 판단한다.

MBC 2부작 가족특집극 〈우리들의 해피엔딩〉(극본 여지나, 연출 노도철)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이혼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들려줬다. 기존의 드라마가 이혼의 당사자인 부부에 초점에 맞춘 것과 달리 〈우리들의 해피엔딩〉은 이혼에 상처받는 아이에 주목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두근두근 체인지〉, 〈안녕, 프란체스카〉, 〈소울메이트〉 등의 시트콤을 연출한 노도철 PD의 첫 정극은 이 시대의 가족이란 의미에 대해 좀 더 현실에 가깝게, 억지스러운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으며 진지하게 얘기했다.

   
▲ MBC 2부작 가족특집극 〈우리들의 해피엔딩〉ⓒMBC

“불륜 드라마들이 보여주는 구태의연함을 벗고 아이의 시선에서 본 부부갈등과 이혼 문제를 ‘블랙코미디’로 만들었다”고 노 PD가 설명하듯 드라마는 웃음과 눈물이 보여주는 동시에 가족에 대해 다시금 생각게 만드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우리들의 해피엔딩〉은 중년 부부 자영(도지원)과 중기(박상면)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중기와 국립발레단 출신의 주부 자영은 겉으로는 남들의 부러움을 사는 잉꼬 부부다. 하지만 그들은 한 방에서 다른 침대를 쓰고, 서로를 원수 대하는 ‘가면부부’다.

그러다 중기는 고깃집 여종업원 현지(박수진)와 덜컥 사랑에 빠져버린다. 딸 미나(남지현)는 자신과 다섯 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현지와 바람이 난 것을 알자 아빠의 사랑을 ‘배신’이라 규정짓는다. 미나는 응징을 위해 아빠를 정신병원에 신고하고 이를 모르는 자영과 현지가 실종된 중기를 찾으면서 촌극이 벌어진다.

“오빠. 우리 사랑이 서러워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사모님에게) 다 말해버렸어요. 오빠, 나 정말 사랑해요?”라며 중기에게 사랑을 확인하는 스무 살 현지. 가엾어 보이기까지 하는 현지의 순애보 사랑은 “이제 우리 정리하자”는 닳고 닳은 중기의 말 앞에 하염없이 무너져 내린다.

결국 가식적인 결혼생활은 서로에 대해 ‘미안하고 고마웠다’고 고백하면서 정리된다. 화해를 보여주는 듯 한 결말이지만 이들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판단하고 서로에게 이별을 고한다.

〈우리들의 해피엔딩〉은 현실적이면서도 안타까운 우리의 시대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또한 사랑 없이 서로를 공격하며 살아가는 부부와 그로 인해 상처받는 아이에 대해 주목함으로써 가족이란 제도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졌다. 

〈소울메이트〉에서 감각적인 음악선곡으로 귀를 사로잡았던 노 PD의 선곡솜씨는 이번 드라마에서도 유효했고, 가수에서 연기자로 한 층 성숙해진 박수진의 재발견도 〈우리들의 해피엔딩〉의 큰 수확이었다.

원성윤 기자 socool@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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