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출범 한 달을 넘긴 뉴라이트방송통신정책센터(이하 뉴라이트방통센터)가 신문·방송 겸영, 공영방송 민영화 등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정책을 실현하는 선발대 역할에 나섰다는 평가가 언론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뉴라이트방송센터 출범 소식이 나오자마자 제기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든든한 우군임을 자임하며 지난 4·9 총선에서 정치권 진출을 공식 선언했을 만큼 특정 정파에 가까운 정치색을 드러낸 뉴라이트전국연합 산하의 미디어 연구소인 만큼, 미디어의 공공성보단 현 정부의 시장주의 미디어 정책에 보조를 맞춰 나가려 할 게 빤하다는 것이다.
뉴라이트방통센터 주최로 지난 14일 열린 ‘이명박 정부의 방통정책 대토론회’는 이 같은 우려를 현실로 확인케 했다는 평가다. 김진홍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은 이날 토론회 환영사에서 “대통령과 국회가 바뀌었지만 방송·통신·문화·언론 모든 분야에 좌파 일꾼들이 그대로 남아 국민 여론을 그릇되게 이끌고 있다”며 KBS를 대표 사례로 꼽았다. 특히 정연주 KBS 사장에 대해선 ‘좌파 이데올로기’ 성향으로 방송을 이끌었다며 퇴진을 주장했다.
일체의 정치성을 배제하고 중립에 입장에서 정책 대안을 제안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당초의 말과 달리 이념의 잣대를 앞세워 ‘좌파 척결’을 외쳤다는 지적이 가능한 부분이다. 최용익 새언론포럼 대표가 “뉴라이트방송통신정책센터 토론회에서 그간 소문으로만 떠돌던 이명박 정부의 속내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고 비판한 것도 이 같은 판단 때문이다.
방송에 관심 보이는 뉴라이트, 왜?
이명박 정부 탄생과 뉴라이트 관계 인사 5명이 18대 국회 입성에 성공하면서 뉴라이트 진영의 전반기 활동은 일정부분 성과를 거뒀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소위 ‘정통보수’라고 불리는 집단과의 차별성을 부각, ‘보수의 재구성’을 이뤄낸 것이다. 그 다음 과제는 무엇일까.
뉴라이트 계열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보수의 틀을 만들어냈으니 이젠 이를 얼마나 풍부하게 할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라이트가 생각하는 보수의 아젠다를 정책적으로 실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뉴라이트 운동이 언론, 그 중에서도 방송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언론 정책을 논의하는데 있어 한 축을 담당하려 하는 뉴라이트의 일련의 행보에 대해 언론계 안팎의 대체적 반응은 “지나친 관심이 오히려 독(毒)”이라는 답변으로 정리할 수 있다. 안티(anti)에 시달리는 연예인이나 이른바 ‘철새’ 행보로 비판을 받는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이 “무플보다 악플이라고, 안티도 관심”이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뉴라이트를 비판하는 일 자체가 언론 분야에서 그들의 영향력을 키워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최창섭 뉴라이트방통센터 대표는 “선입견을 앞세워 우리의 활동을 지나치게 경계하거나 무관심해 할 필요가 없지 않냐”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뉴라이트가 (정치) 운동 중심의 활동을 해왔다면 이젠 시대가 변한 만큼 전문성을 갖고 (사회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뉴라이트방통센터가) 출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잣대를 미리부터 씌울 필요가 없다는 문제제기다.
뉴라이트방통정책센터 정책 생산 역량 ‘의문’
이처럼 뉴라이트방통센터가 정책 전문성을 앞세우고 있는 것에 대해 언론계는 ‘물음표’를 그리면서도 문제 의식의 공유를 말하고 있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지난 17일 전국언론노조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뉴라이트방통센터는 은퇴한 언론학자들의 놀이터”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뉴라이트방통센터 주최로 열린 지난 14일 토론회를 언급하며 “토론회 내용이 아닌 김진홍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의 환영사가 가장 화제가 됐던 것에서도 (그들이) 하나의 정책도 개발할 역량이 없는, 사업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이벤트 회사일 뿐이라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냐”고 비판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조중동, 뉴라이트 등이 산업 논리를 앞세우며 신문·방송 겸영으로 대표되는 신문·방송 시장의 재편을 주장하고 있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의 기득권과 계급·계층 구조의 영속화를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민진영 경기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그리고 이들과 궤를 같이 하는 진영에서 실용·자율·규제완화를 앞세우며 신문·방송 겸영 허용 등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정작 현업인들이 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문제의식의 공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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