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어디선가 드라마 공화국의 부적절성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PD저널 07/10/17). 공화국이란 말을 쓰려면 최소한의 정치적 고려를 전제해야 하는데 ―가령 문화적 다양성의 확보, 소수자에 대한 배려― 이와 달리 시장 논리에 좌우되는 드라마에 대해 감히 드라마 공화국이란 말을 쓸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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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일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운영위원 | ||
여전히 공화국과 같은 정치적 용어를 욕망한다면 드라마독재(dramacracy)는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외부적으로는 드라마를 위해 다른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축소되는 현실과 내부적으로는 다양성을 상실해가고 있는 드라마의 현재를 꼬집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최근 필자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사례가 나타났다. 바로 KBS의 단막극 〈드라마시티〉의 폐지 결정이다.
<드라마시티〉의 폐지는 상징적이다. 공화국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 도시 국가에서 연유하는 만큼 공화국에 도시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공화국이란 이름이 허울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드라마시티〉의 폐지는 실제적인데, 누구나 예상 가능하듯 드라마 산업이 결국 자본의 논리에 강하게 종속되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더 좋은 〈드라마시티〉를 위해 휴식의 시간을 갖는다’라는 변명은 변명을 듣는 이들만큼이나 변명을 하는 이 역시도 당황스러운 레토릭이다. 실상은 돈이 되지 않는 드라마를 폐지하고 돈 되는 드라마만 가져가려는 의도임을 누구나가 알고 있다. 강제된 휴식이며 기약 없는 휴식임을 말하는 이도, 말을 듣는 이도 모두가 안다.
그리하여, 많은 이들이 〈드라마시티〉의 존속을 요구하고 있다. 드라마 PD들, 드라마 작가들이 앞 다투어 〈드라마시티〉 폐지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휘어진 막대를 반대 방향으로 굽히는 것으로 사태가 해결되는 것일까? 〈드라마시티〉의 폐지가 징후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잠시 우회로를 경유하자. 스크린 쿼터 축소를 앞두고 열띤 대중 투쟁이 한창일 때 영화인들은 큰 좌절감을 겪었다.
왜 하필 영화만 보호받아야만 하는가란 질문에 그들은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온갖 과실을 얻을 땐 그들끼리 호위호식 하더니 정작 상황이 어려우니 모두에게 도와주십사 내미는 손길이란 비난을 감내해야 했다. 정당성은 확보했지만 정당성을 확산시키고 동의를 얻어낼 수 있는 도덕적 지도력은 공백상태에 머물렀던 셈이다. 뒤늦게 다른 사회적 소수자들과 그리고 그들 내부의 독립영화인들과 연대를 맺었지만 돌이키기엔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비슷한 맥락이 〈드라마시티〉의 폐지와 함께 한다. 최근 방송작가협회는 내홍을 겪고 있다. 일군의 드라마 작가들이 방송작가 협회를 탈퇴하고 있는데, 그 원인으로 드라마 작가와 비드라마 작가와의 이권투구가 지목된다. 작가협회 수익의 상당부분을 제공했던 드라마 작가들이 자신들만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비드라마 작가들과 선을 긋는다는 것이다. 스타 드라마 PD 역시 소위 대박이 나면 방송사를 떠나 몸값을 부풀려 외주제작사로 자리를 옮긴다. 더욱 스펙터클하고 더욱 상업적인 드라마로 이들은 드라마독재를 가속화시킨다. 상황이 이러한데 왜 하필 〈드라마시티〉만 존속해야 하는가?
단막극이 필요한 정당성을 부정하고자 함은 아니다. 다만, 그러한 정당성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했는가를 묻는 것이다. 얼마만큼 드라마가 문화적 다양성을 확보하려 했고, 소수자를 배려했는지, 그리고 드라마 이외의 프로그램을 배려했는지 자문해야 한다. 〈드라마시티〉의 폐지가 징후적인 것은 그것이 드라마 내부의 분열, 드라마 외부와의 거리, 그에 따른 도덕적 지도력의 공백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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