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따져보기]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가수 비의 ‘매직 스틱’ 논란이 끝났다. 지난 22일과 23일 각각 실시된 MBC 재심의와 KBS 정식심의에서 선정성 여부로 방송 불가 논란이 일었던 비의 신곡 ‘레이니즘(rainism)’이 방송 가능 판정을 받았다. SBS는 벌써 그 이전에 “재심의 할 이유가 없다”고 일축하며 방송 가능을 천명했다.
‘레이니즘’에 등장하는 ‘매직 스틱’이라는 단어는, 기획사 측에서 아무리 아니라 해도 남성기를 가리키는 美속어가 맞다. 속어들을 총망라한 ‘어번 딕셔너리’에서도 ‘매직 스틱’은 남성기 외 다른 의미가 없다. ‘떨리는 니 몸 안에 돌고 있는 나의 매직 스틱 / 더 이상 넘어갈 수 없는 한계를 느낀 보디 셰이크’라는 ‘레이니즘’ 가사 역시 이 의미를 의도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비의 ‘매직 스틱’ 논란, 판단은 방송사 몫
▲ 가수 비 ⓒMBC
어찌됐건, 판단은 방송사 몫이다. 이 정도 수준이더라도 ‘넘어가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그 기준에 대한 문제가 또 생겼다. 가장 먼저 ‘레이니즘’ 가사에 방송 적합 판정을 내렸던 SBS는 대신 비의 ‘유(You)’에 대해 방송 불가 판정을 내렸다. ‘너의 그 볼륨에 내가 꽂혀 있어’ ‘엉덩이를 감춰 너 때문에 정말 내가 미쳐’ 등 표현이 너무 선정적이라는 것이다.
“‘레이니즘’의 경우 상징적인 표현이라 문제가 없지만 ‘유’는 직설적으로 표현돼 지상파 방송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의도 자체는 ‘레이니즘’이 훨씬 선정적이다. 그래도 은유적 단어, 또는 외국어를 사용하면 선정성이 덜 해진다는 논리다. 사실상 말이 안 된다.
물론 대중문화 상품을 놓고 방송심의 ‘기준’을 잡는다는 건 어느 때나 혼란스럽기 마련이다. 일관성과 형평성을 부여하기가 원체 어려운 작업이다. 그러나 이번 ‘레이니즘’의 방송 적합 판정 ‘근거’는 다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KBS와 MBC 모두 ‘레이니즘’이 방송 불가 판정을 받는다면 ‘표현의 자유’, ‘창작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 우려했다.
그러나 단적으로, 방송 금지가 왜 표현과 창작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처인가. ‘레이니즘’은 이미 음반심의를 통과해 오프라인매장과 온라인사이트에서 초등학생도 살 수 있다. 예전처럼 공중파방송이 콘텐츠 홍보에 있어 절대적 파급력을 지녔던 때라면, 넓게 해석해 ‘표현과 창작의 자유 침해’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때도 아니다. ‘레이니즘’은 공중파 방송 외에도 어디서건 듣고 볼 수 있다. 케이블TV, 인터넷방송, 뮤직비디오도 포털사이트에서 제목만 치면 뜬다. 정작 공중파방송을 통해 처음 접한 이가 더 드물 정도다.
방송금지가 표현과 창작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인가
지금은 공중파방송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다. 공중파방송은 현재 중장년층 중심 미디어화 되어 있다. 확장해 봤을 때에는, ‘개인’ 중심으로 흘러가는 뉴미디어 풍조 속에서 ‘가족 인포메이션·엔터테인먼트’ 역할을 맡고 있다.
이 같은 개념에서 각종 방송심의 기준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표현과 창작의 자유라는,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든 명분을 대기 전에, ‘가족’과 ‘중장년층’이라는 현 기능 범위를 더 섬세히 고심해봐야 한다. 보수적 발상처럼 보이겠지만, 현 시점 ‘공중파방송’이라는 미디어 범주 자체가 상대적으로 보수적 위상이다. ‘시대에 맞는 심의 기준’이란, 사회풍조 변화뿐 아니라 미디어 기능 변화까지도 고려해야 제 방향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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