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연일 계속되면서 언론사들도 거의 매일 비상체제다. 덕분에 기자와 PD들은 밤낮이 뒤바뀌거나, 특별한 경우 밤을 새기 일쑤다. 그래도 그들이 있어 촛불집회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가 TV로, 신문으로, 인터넷으로 전해지니 더없이 의미 있는 일이다. 촛불집회 현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밤을 지새우는 취재진의 모습을 살짝 엿보았다.
해 지는 저녁부터 해 뜨는 아침까지
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 나흘째를 맞던 지난 8일 새벽, 청계천변의 한 커피숍에 자리를 잡은 기자들이 족히 8명이 넘었다. CBS 노컷뉴스 기자 3~5명은 7일 오후부터 이곳에 진을 친 듯 했다. 옆 자리엔 중견 기자 2명이 노트북을 열고 기사를 작성 중이었고, 〈한겨레〉 기자 2명은 8일 새벽부터 자리를 잡아 기사를 송고했다.
| ▲ KBS의 한 카메라 기자가 8일 오전 경찰의 강제해산 과정을 촬영하고 있다. | ||
오전 6시, 강제 해산 현장에 나가보니 전날 밤부터 봐왔던 KBS의 카메라 기자가 여전히 시위대와 경찰의 뒤를 좇고 있었다. 세종로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7시간 넘게 대치를 했으니, 영락없이 밤을 꼬박 샜을 터였다. 말을 걸고자 했으나, 경찰과 시위대를 따라 움직이는 그의 잰걸음을 따라가기는 무리였다.
하루 절반 꼬박 취재…봉변 당하기도
촛불집회는 보통 하루를 넘겨 새벽까지 진행되곤 한다. 또 많은 인원이 참가하고, 돌발 상황이 많이 일어나다보니 취재 인원도 제법 배치되는 편이다. KBS는 하루 최대 7명, 평균 4~5명의 기자들을 투입해 철야로 취재를 하고 있고, SBS는 하루 3교대 근무로 운영한다. 휴일이 끼는 경우, MBC 등은 휴일근무자 수를 늘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
〈한겨레〉 역시 교대 근무로 촛불집회 취재를 하고 있다. 사진기자의 경우는 하루 2명씩, 주간근무자와 야간근무자가 교대로 일한다. 특수한 상황이 벌어질 때는 하루 12시간에서 14시간 동안 취재를 하기도 한다.
| ▲ 10일 밤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시민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OBS의 기자들. | ||
비슷한 시기에 사진 기자와 카메라 기자들이 경찰로부터 폭행을 당하거나 기기에 손상을 입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사진기자협회장이 서울지방경찰청장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박종식 기자는 “해당 사건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상해 정도와 장비 파손 정도가 확인되면 배상을 하겠다고 밝혀왔다”고 전했다.
중계차 위에서 식사하면 되고
| ▲ 촛불집회 현장에선 지상파 방송사와 인터넷 언론사의 중계차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
MBC는 10일 서울 광화문에 지미집까지 동원했다. 또 부산 서면에도 중계차를 내보내 이날 〈뉴스데스크〉에서 서울과 부산 두 곳을 현장 생중계했다. KBS도 〈뉴스9〉에서 부산과 서울 두 곳을 중계차로 연결했고, SBS도 〈8뉴스〉에서 100만 촛불대행진을 생중계했다.
방송 중계차는 이처럼 뉴스에 현장을 생중계하는 역할을 할뿐 아니라, 돌발 상황에서 특보를 전할 때도 요긴하게 사용된다. 그래서 중계차를 관리하는 이들은 쉽게 자리를 비우지 못한다. 식사도 교대로 하거나, 중계차 위에서 해결하기도 한다. 한 방송사 중계 담당자는 “몇 년째 해온 일이라 이젠 별로 힘들다는 생각도 안 든다”며 멋쩍게 웃었다.
뿌리 깊은 불신, 어찌 하오리까
그러나 이들이 밤낮없이 취재하며 체력을 소비해도, 주류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뿌리 깊은 불신은 어찌할 수 없었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MBC와 〈한겨레〉, 〈경향신문〉을 제외한 다수의 언론에 대해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일부 언론사에서 시민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면 냉담한 반응이 돌아오곤 한다.
촛불집회 현장을 꾸준히 취재해왔다는 한 기자는 “촛불문화제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일부 언론에 대한 불신이 크다”며 “현장에서 취재하는 기자로서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또 한 방송사 카메라 기자는 어떤 시민으로부터 “○○○기자, 잘 좀 하라”며 뒤통수를 맞았다고 한다.
이처럼 일부 언론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자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위원장 심석태)는 지난 4일 발행한 노보를 통해 “5월 24일 거리시위가 시작된 날부터, SBS 취재진은 일부 시민들의 싸늘한 반응에 적잖이 당혹했다”고 자기고백하며 “기계적 균형에 머물지 않고 시시비비를 분명히 하는 강한 뉴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안의 본질과 행로를 정확히 짚어주는 뉴스, 그래서 오로지 방송의 주인인 국민을 위해서만 봉사하는 뉴스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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