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06 10:03

마릴린 맨슨의 섹스, 권지용의 퍼포먼스

[원성윤의 연예계 엎어컷]

마릴린 맨슨은 새하얗게 분칠한 얼굴에 쥐를 잡아먹은 듯 한 붉은 입술, 저승사자처럼 눈매를 짙게 드리운 아이쉐도우로 치장된 비주얼로 인해 쳐다보기만 해도 비호감이라는 인상을 갖는다. 그의 이름, 마릴린 맨슨은 미국의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와 1960년대 미국 최악의 살인마인 찰스 맨슨의 이름을 조합한 것을 알면 더욱 경악케 한다.

노래에서도 성교와 타락을 강조하는 인디스트리얼 계열, 쇼크 록을 표방한다. 기독교 신자이던 부모님을 따라 기독교 학교를 10년이나 다녔지만, 애당초 기독교에 자신을 맞출 생각은 없었다. 그는 공연에서 성경책을 찢고, 닭의 목을 비틀어 죽이는가 하면, 경호원 입에 성기를 물리는 등 한국 정서로는 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퍼포먼스를 펼친다. 그래서 내한공연도 기독교 단체들의 항의 시위로 여러 차례 무산됐다.

<화씨 911>로 유명한 미국의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의 <볼링 포 컬럼바인>에서 많은 사람들은 콜럼바인 사건의 배후로 마릴린 맨슨을 지목한다. 유수의 할리우드 스릴러나 슬래쉬 무비들이 지적하듯 마릴린 맨슨이 청소년들의 탈선을 부추기는 음악과 포르노를 퍼뜨리는 유해한 인간이라는 인식에서다.

 
 
▲ 마릴린 맨슨
청소년 유해가수 1위로 지목되는 마릴린 맨슨. 하지만 그가 종교와 섹스와 폭력을 다루는 충격적 기법은 그것 자체에 목적이 있기 보다는, 수단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볼링 포 컬럼바인>에서 마릴린 맨슨은 “전쟁을 일으키는 대통령이 폭력적인가 로큰롤을 노래하는 내가 더 폭력적인가”라고 미국의 폐부를 파고든다. 결국 현실을 파괴하고, 비트는 것은 폭력적인 미국사회를 향해 던지는 조소와도 같다.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이 공연의 선정성 논란을 이유로 지난 4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지드래곤에게 지난해 연말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단독 콘서트 중 선보인 춤 동작 등이 모두 기획사의 의도대로 연출된 것이었는지, 청소년유해 매체물로 고시된 곡을 부른 것이 청소년보호법상 판매금지 규정을 위반했는지, 공연에서 성행위 장면을 연상시키는 춤 동작을 한 것 등이 형법상 공연음란죄에 해당하는지 등을 집중 조사했다.

지드래곤은 음란성 여부에 대해서는 “음란했는지 잘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공연에서 부른 She's Gone이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지정된 사실을 알았느냐는 질문에는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연 중 퍼포먼스는 소속사의 기획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색다른 공연을 꾸미기 위한 창작자의 노력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사회적 정서를 고려해야겠지만 아쉬운 것은 그의 퍼포먼스에 대한 뚜렷한 목적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아이돌인 그가, 청소년이 주관객인 공연에서 그만큼의 퍼포먼스를 할 만한 강단이었다면, 공연을 관통하는 근거가 있어야만 했다. 그저 ‘색다른 공연’을 위한 것이었다고만 하기에는 스스로를 ‘아티스트’라고 칭하는 그의 명성에 부끄러운 일이지 않을까. 이미 지난 라이트 라운드 표절 논란에서 보인 그의 ‘묵언수행’에서도 짐작은 가능했지만.

원성윤 기자 socool@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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