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비평]조·중·동 ‘자율규제’를 ‘재협상’으로 둔갑…‘재협상 불가’ 정부 ‘입’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을 강행하던 정부가 지난 2일 관보 게재 요청을 철회하고 민간업체 간 자율규제 방침을 밝혔다. 국민 80% 이상이 요구하는 재협상 대신 꺼내든 미봉책이었다. 이어서 터져 나온 이명박 대통령의 ‘재협상 불가’ 선언은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그러나 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 정연우·정연구·박석운, 이하 민언련)의 모니터 결과에 따르면 조·중·동은 자율규제 조치를 재협상 수준으로 호도했고, ‘사실상 재협상’이란 이 대통령의 발언을 부각시켰다. 방송 3사도 자율규제 조치가 나온 이후, 재협상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30개월 기준의 타당성,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검역주권 문제 등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종합적인 성찰은 자취를 감췄다. 이런 가운데 정부여당은 내각 총사퇴를 내세우는 ‘꼼수’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중·동, ‘자율규제’를 ‘재협상’으로=정부가 자율규제 조치를 밝히자, 조·중·동은 정부 방침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지적하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4일자 1면 기사 ‘이대통령 “30개월 이상 수입중단 당연’에서 “정부가 3일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 수출을 보류해 줄 것을 미국 측에 요청하는 ‘사실상 재협상’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같은 날 3면 ‘쇠고기 재협상 딜레마 국제 신뢰도 추락…한·미 FTA 어려워질 수도’란 제목의 기사에선 아예 “사실상”이란 문구도 빼고 정부의 요청을 ‘재협상’으로 못 박았다.
이날 〈조선일보〉는 “한미 양국은 ‘추가협상(사실상의 재협상)’은 피하고 ‘민간 자율 규제’를 택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며 〈중앙〉·〈동아〉와는 다른 보도태도를 보였으나, 사설에선 “정부가 ‘재협상’이라는 용어를 쓰진 않았지만 사실상 그에 가까운 조치를 미국에 요구한 것”이라며 〈중앙〉·〈동아〉와 같은 맥락의 주장을 폈다.
| ▲ 동아일보 6월 4일자 1면 | ||
이와 관련 민언련은 지난 5일 논평에서 “실효성 없는 ‘자율규제’를 내놓고 국민을 설득해보려는 정부나, ‘자율규제’를 ‘재협상’이라고 부풀리고 이를 받아달라고 미국에게 ‘애걸’하는 수구보수신문들의 모습은 참으로 딱하다”며 “정부의 ‘꼼수’도 수구보수신문들의 ‘과대평가’도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 그것이 지금 이명박 정부와 ‘조·중·동’에 대한 민심”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방송 3사, 재협상에 부정적=정부가 자율규제 조치를 제안한 이후 방송 3사 메인뉴스가 재협상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민언련은 “방송3사는 ‘재협상’의 필요성과 근거를 제시하기보다, ‘미국에 대가를 치러야 한다’,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는 측면에 방점을 찍어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3일 ‘재협상 왜 못하나’란 리포트에서 “재협상이 안돼 협정 자체를 파기할 경우에는 무역분쟁이 벌어져 자동차 등의 수출에서 보복 조치를 당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KBS 〈뉴스9〉도 같은 날 “결국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대안도 첫 단추가 잘못 채워진 합의를 대가없이 되돌릴 수는 없어 보인다”고 보도했다.
| ▲ 재협상 가능성 관련 6월 3일 방송 3사 메인뉴스 보도 화면. 왼쪽부터 KBS, MBC, SBS | ||
또 이명박 대통령의 ‘재협상 불가’ 입장에 대해서도 방송 3사는 단순한 전달 보도에 그쳐 지적을 받았다. 민언련은 “대통령의 발언은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는 국민의 열망을 외면한 것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꼼꼼하게 따져야할 내용”이라며 “방송 3사가 대통령의 이런 문제 발언들을 심층취재하지 않고 단순 전달에 그친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재협상이 국제 관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인 양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방송 3사는 무조건 ‘재협상은 안 된다’는 정부 주장의 타당성을 꼼꼼하게 따져주기 바란다. 더불어 ‘30개월 이상 쇠고기만 안 들어오면 된다’는 물타기 논리, ‘자율규제를 하면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안 들어올 것’이라는 호언장담에 대해서도 더욱 철저하게 취재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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