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못지않게 버라이어티가 강세였던 라디오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라디오 봄 개편을 앞두고 있는 방송사들이 뮤지션들을 DJ로 속속 영입하면서 음악이 중심이 되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부활을 알리고 있다. 특히 과거 음악 FM을 이끌며 DJ로서 큰 인기를 누렸던 신해철, 이소라, 유희열, 이적이 다시 라디오로 돌아오면서 음악 방송을 그리워하던 청취자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FM 음악도시’ DJ들 일제히 라디오로 복귀
▲ SBS 러브FM <신해철의 고스트 스테이션> DJ 신해철 ⓒSBS
31일 가장 먼저 라디오 개편을 실시하는 SBS는 가수 신해철을 DJ로 영입했다. SBS 러브 FM은 <지현우의 기쁜 우리 젊은 날>을 폐지하고 <신해철의 고스트 스테이션>을 새로 편성한다. <고스트 스테이션>은 2001년부터 2년간 SBS를 통해 방송되다 MBC로 옮겨가 지난해 9월까지 <신해철의 고스트네이션>으로 방송된 바 있다.
다음 달 7일 개편을 앞두고 있는 MBC는 가수 이소라를 DJ로 깜짝 발탁했다. MBC는 FM4U <오후의 발견>의 DJ 김현철 대신 MBC 라디오 프로그램 DJ로서 잔뼈가 굵은 이소라를 DJ로 영입했다.
다음 달 21일 개편을 앞두고 있는 KBS는 가수 유희열을 선택했다. 지난해 11월 앨범을 발표하면서 오랜 공백을 깬 유희열은 KBS 2FM <테이의 뮤직 아일랜드> 후속 프로그램의 DJ를 맡을 예정이다.
SBS 파워FM <하하의 텐텐클럽> 역시 하하의 군입대와 함께 지난 달 11일 가수 이적으로 DJ를 교체했다. 당시 김훈종 PD는 “이적을 DJ로 발탁함으로써 10시대에 좋은 음악을 듣고 싶어 하는 수요가 있다는 점을 제시해 버라이어티가 중심이 되고 있는 라디오에 변화를 주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말이 아닌 음악이 중심, 음악 FM 제자리 찾기”
현재 방송 3사 라디오 프로그램은 음악보다 버라이어티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MBC <강인, 조정린의 친한친구>, KBS <슈퍼주니어의 키스 더 라디오>, SBS <두시탈출 컬투쇼>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최근 90년대 말~2000년대 초 DJ로 활약했던 뮤지션들이 라디오로 속속 돌아오면서 다시 음악이 중심이 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이적, 유희열, 김동률 등 뮤지션으로 평가받는 가수들이 음반을 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뮤지션들의 음악을 그리워하는 팬층이 많다는 사실이 시장에서 증명돼 이러한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해 11월 토이는 6집을 발표해 약 7만장의 판매고를 올렸고, 지난 14일 콘서트는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지난 1월 나온 김동률의 앨범 역시 한 달만에 4만장이 넘게 팔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 MBC FM4U <오후의 발견> DJ 이소라 ⓒSBS
이재춘 SBS 라디오 편성팀장은 “현재 FM 채널의 경우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대부분 음악보다는 ‘말’이 중심이 되고 있다”며 “예전에 인기를 끌었던 뮤지션들이 라디오로 돌아오면서 음악적인 부분이 들어가는 것은 긍정적인 흐름으로 본다”고 말했다.
MBC <오후의 발견>의 진현숙 PD 역시 “말이 위주가 되면서 현재 FM 라디오의 성격이 과거와 많이 달라진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과거 음악 FM을 이끌었던 DJ들이 돌아오면서 라디오가 음악 방송으로서의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차세대 DJ 찾지 못한 현실적 어려움 반영”
그러나 과거 ‘라디오 스타’들의 복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라디오의 매체력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라디오를 이끌어갈 ‘차세대 DJ’를 발굴하지 못한 현실적 어려움이 과거 스타들의 복귀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아직까진 과거 스타들의 복귀가 상업적인 성공으로까지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한 라디오 PD는 “요즘 10대~20대 초반의 경우 라디오를 즐기며 자란 세대는 아니”라며 “요즘 신세대 가운데 라디오를 좋아하면서 애착을 가진 사람을 DJ로 찾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유희열, 이소라, 신해철, 이적 등이 라디오로 돌아오는 것이 프로그램의 질은 높일 수 있겠지만, 이들이 10대와 20대 초반의 청취자들에겐 폭발력 있는 사람들은 아니”라며 “라디오의 영향력 측면에서 보면 당장 대안을 찾지 못한 결과로 생각된다. 신해철, 이소라, 유희열, 이적이 라디오 DJ로 돌아오는 것은 이들처럼 라디오에 대한 가치를 잘 알고 애착을 가진 신진 세력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반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들이 돌아왔다!
신해철.
‘마왕’, ‘교주’ 등의 수식어에서 알 수 있듯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마왕’이란 별칭을 안겨줬던 SBS <고스트 스테이션> 진행 당시 특유의 ‘독설’과 위험 수위의 발언으로 방송위원회의 심의제재를 몇 차례 받기도 했다. <고스트 스테이션>은 MBC에서 4년간 방송된 이후 지금까지 인터넷방송으로 청취자들과 만나왔다.
이소라.
90년대 말~2000년대 초까지 MBC DJ로서 맹활약을 펼쳤다. 이소라는 1997년부터 2년 간 MBC FM <밤의 디스크쇼>를, 이어 MBC <정오의 희망곡>, 2001년부터 2006년까지 MBC <FM 음악도시>의 DJ를 맡았다. 특히 <FM 음악도시>는 당시 큰 사랑을 받아 남녀가 서로의 입장에서 독백하며 연인들의 속마음을 그려낸 ‘그 남자 그 여자’란 코너가 2003년 같은 이름의 책으로 묶여 나오기도 했다.
유희열.
감미로운 목소리와 특유의 재치로 DJ로서 큰 인기를 끌었다.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진행한 MBC FM <유희열의 음악 도시>를 통해 수많은 ‘오빠 팬’을 양산했고, <음악도시>의 인기에 힘입어 2000년 <FM음악도시 유희열입니다>란 제목의 컴필레이션 앨범이 나왔다. 이후 유희열은 2004년까지 MBC FM <올 댓 뮤직>의 DJ로 활약하며 ‘더듬이와 올가미’란 간판코너를 통해 처절, 궁상, 외로움을 지향하는 이들을 통틀어 이르는 ‘더올’이란 신조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백혜영 기자
otili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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