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12 10:12

[방송 따져보기]드라마 공화국의 악순환

대한민국이 드라마 공화국인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한 주간 TV편성표가 거의 드라마 편성표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게 드라마 공화국의 위상(?)을 드높인다. 아침드라마를 보며 출근하고 퇴근해서 일일드라마를 보며, 잠들기 전에도 드라마를 볼 수 있는 편성이다. 방송국마다 일일드라마, 월화드라마, 수목드라마, 주말드라마가 있고, 물론 금요드라마도 있다.

이렇게 많은 드라마들이 쏟아지니, 들어본 적도 없이 사라지는 드라마들도 많다. 공중파 3사가 언제나 비슷한 시간대에 경쟁적으로 드라마를 편성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프라임 타임이라고 하는 주중 10시대의 드라마들의 편성시간은 쉽게 70분을 쉽게 넘나든다. 뿐만 아니라, 최근엔 ‘미니시리즈’도 아무렇지도 않게 20부를 넘어간다. 이제는 16부작이면 짧은 느낌(?) 마저 든다. 시청률이 오르면 거의 예외 없이 한두 회라도 연장 방영을 한다. 조금이라도 더 많이, 더 오래 시청자의 시선을 잡아두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도, 장편 대작드라마와 붙으면 수포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국민드라마’였던 〈주몽〉이나 종영을 앞두고 있는 〈이산〉과 맞붙었던 경쟁작들이 그랬다. 두 드라마 모두, 극 초반의 긴장감과 완성도를 종영시기까지 이어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보던 드라마를 계속 보는’ 선점 효과 때문에, 고정 시청자들의 이탈은 많지 않았다. 따라서 이런 드라마들은, 광고의 ‘적자’로 인정받는다.

드라마들이 동시에 시작되지도, 끝나지도 않는데, 동일 시간대에 3개의 드라마가 동시에 편성되는 이런 패턴이 지속되는 한, 시청률에서 ‘승자독식’의 구조는 좀처럼 해결되기 쉽지 않다. 시청률의 승자독식 구조는, 드라마 편성뿐만 아니라 제작에서도 속칭 ‘살아남는 기획’ 위주의 방식을 독려한다. 이른바 스타작가가 영입 하고, 될 만한 판권을 구입하고, 가능한 장편 위주로 돌리되 첫 1~2주에 모든 승부를 내는 방식이다.

마치 영화판의 멀티플렉스 릴리징 방식처럼, 규모로 밀어붙이는 이런 방식은 드라마의 제작자나 시청자 모두에게 별로 득이 될 것이 없다. 당장 2008년에, 시청자는 두 개의 〈일지매〉를 봐야 하는 운명에 처해 있다. 대형화된 사극이 아니라면, 여전히 소재적으로는 불륜과 출생의 비밀 혹은 ‘줌마렐라’의 판타지에 기대선 ‘현대극’이 다수를 차지한다. (세 가지 소재가 하나로 모이면 〈조강지처 클럽〉이 된다)사극 특유의 화려한 볼거리가 없는 현대극이라면, 결국 성공이 검증된 익숙한 소재를 계속 반복하는 구조만 답습될 뿐이다.

<이산〉이 사라진 월화드라마의 수성을 누가 할 것인가를 두고, 방송 3사는 편성의 반칙이라는 비난을 들을 만큼 예민한 수 싸움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경쟁이 결국, 제 살 깎아먹기라는 걸 당사자들이 모를 리 없다. 그렇다고 당장, 이런 소모적인 경쟁을 먼저 그만두겠다고 나설 상황도 아닐 것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가 바로 이런 경우를 말함일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조지영 TV평론가

그러나 언제까지 경쟁사보다 5분 더, 10분 더, 1회 더, 혹은 경쟁사 드라마 시작할 때 종영드라마의 스페셜 방송 2회 더… 이런 식의 요행에 의지할 수 있을까? 드라마는 많은데, 왜 ‘볼 드라마가 없다’는 불만은 줄지 않는가? 드라마의 양적 성장이, 질적인 도약을 담보하지 못하는 지금, 방송 3사는 자체적인 드라마 쿼터제(편성 제한제)라도 두어서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0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