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05 13:50

[방송 따져보기]줄 잇는 리메이크, '미래 시청자' 떠난다

공익성 위주로 재편되었다는 MBC 편성 효과를 놓고 말들이 많다. 일단 시사교양프로그램, 예능프로그램 개편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시청률 효과가 제대로 나오는 프로그램은 아직 많지 않지만, 고리타분한 공중파 구성에 확실히 활력은 불어넣었다. 그러나 드라마 부문은 실망스런 느낌이 강하다. 일일드라마 〈춘자네 경사 났네〉, 시트콤 〈코끼리〉 등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주말드라마 〈달콤한 인생〉도 아직 한 자리대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여기서 현실적인 수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반적인 방향성이다. MBC 드라마는 한 때 한국 TV드라마 자체를 이끌어가던 이노베이터였다. 가장 실험적이고 가장 도전적이며 가장 먼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 시장을 선점해 왔다. 그러나 현 시점 ‘공익성 위주 개편’이 낳은 결과는, 더 이상 MBC에 ‘드라마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결론으로 다가서고 있다.

부정적 변화의 시초는 시즌드라마 폐지였다. 사실상 공중파에서 처음 시도된, 제대로 된 미드 벤치마킹이어서 유난히 기대가 컸다. 그러나 이번 개편에서 시사 프로그램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또 다른 부정적 조짐은 나태한 신 기획이다. 12년 전 인기를 끌었던 ‘종합병원’ 속편 기획이다. 액면 그대로야 KBS 2TV 〈돌아온 뚝배기〉, 8부작 ‘전설의 고향’과 궤를 같이 해 ‘노스탤지어 트렌드’로 볼 수 있지만, 그 중심에 선 개념은 조금 다르다.

결국 ‘시청률이 당장 잡힐 기획’만 남기겠다는 의도다. 어차피 시사교양 중심으로 방향을 잡은 다음에야 사치스레 ‘실험’까지 할 만큼 드라마에 여력을 기울이지 않겠다는 의도다. 이를 풀어보자. ‘미드’, ‘일드’, 케이블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각종 콘텐츠들이 넘쳐나는 현 시점, TV드라마 한 편의 대중 집중도는 수년 전과 비교해도 확실히 떨어진다. 공급과잉 측면 외 생활환경 변화로 대중은 더 이상 TV시청을 레저의 주된 형태로 여기지도 않는다.

과거 히트작의 속편, 리메이크 기획은 이런 현실에 바탕을 둔다. 신세대 시청자는 여타 콘텐츠로 분산되거나 아예 브라운관 밖으로 이탈해 버렸으니, 남아있는 시청자층, 중장년층에 익숙하고 인지도 높은 콘텐츠를 재탕하겠다는 발상이다. 이런 발상은 단기적으로 분명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무서운 악재를 초래한다. 미래시청자가 휘발돼 버린다.

지금 공중파 TV드라마가 가야할 길은 단연코 미래시장 되찾기다. 어떻게 해서든 분산된 시청자층, ‘미드’, ‘일드’에 빼앗긴 시청자층을 되몰고, TV를 떠난 이들을 다시 불러들여야 한다. 당장 시청률이 안 잡혀 폐지시킨 시즌 드라마가 그 초석이 될 수 있었다. 이를 포기하고 과거 히트작 속편이나 대신 기획한다는 것은, 단순히 시사교양을 강화한 개편이 아니라 드라마 장르의 미래를 아예 포기하고 말살시키는 개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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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MBC는 지금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시사교양 왕국’ 선점을 위해 ‘드라마 왕국’ 자리를 내준다는 발상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처럼 안일하게 드라마를 ‘처리’해버리면, 미래 어느 시점, 다시 한 번 드라마의 힘으로 쇄신을 이루려 할 때 막상 바탕이 될 한국 드라마 시장 자체가 사라져 있을 수도 있다. 한 때나마 한국 드라마 자체를 상징했던 MBC라면 이런 점을 깊이 고심해봐야 한다. 아무리 제 발로 걸어 나왔더라도,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구왕(舊王)이라면 그 정도의 책임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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